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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삶은 여전히 골방이다
이태곤 편집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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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4  09: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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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외투 깃을 여며도 허술한 틈새로 파고드는 칼바람에 절로 온몸이 움츠러들던 지난 12월의 일이다.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국회를 마주하고 선 채 삶의 절박함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를 외치는 장애인들의 현장은 처연했다. 세모(歲暮)엔 잊었던 온정도 찾아와 언 땅조차 녹인다는데 세상은 왜 이다지 장애인에게 잔인하기만 한지, 예산 확보를 목 놓아 외치는 장애인들의 절규에 돌아오는 메아리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나와 보는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철저한 외면이었다.

집회에서 백발이 성성한 한 여성장애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이는 장애인 당사자로 64년을 살아왔는데 장애가 여전히 ‘가족의 짐’이 되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나이에 굶고 삭발까지 해가면서 싸우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혜택을 줄이고 활동지원 시간과 돈을 깎기만 하는 거예요. 화장실 문제 때문에 서울이라도 한번 가려면 사흘 전부터 밥 적게 먹고 물 적게 마시면서 몸을 길들여야 하는데, 우리 장애인들이 외출 한 번하려면 다 그렇게 대비하며 살고 있는데, 이 사회의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무슨 잣대로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시간을 줄이고 돈마저 깎는 짓을 하느냐는 거예요. 왜 그런 걸 생각 못 해주는지, 저는 이게 너무너무 괘씸합니다. 이젠 더 못 기다리겠다, 나는 내가 살아서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어진 그이 외침이 칼날이 돼 가슴을 베었다. “예산 없다는 말 절대로 안 믿습니다. 이번에 또 속아 다음에 대통령이 바뀔 때 되면 내 나이는 일흔이 되는데 이렇게 살 순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그의 이력을 덧붙이면 2살 때 소아마비 장애를 갖게 됐고 걷지 못하게 되자 부모는 그이에게 같이 죽자며 채근했다고 한다. 장애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청소년기와 성인기 대부분을 하루 종일 골방에서 어머니가 사다 놓은 우유 한 통을 먹으며 기저귀를 찬 채로 지내야 했다. 이 시기 정부는 장애를 가진 그이를 위해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국민이었지만 또한 국민이 아니었다.

때가 되면 정권은 바뀌었지만 어느 정부도 그이를 비롯한 장애인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마침내 그이가 세상 구경을 시작한 것은 마흔하고도 칠 년이 훌쩍 지난 때였다. 우연히 장애인 야학을 알게 되면서였다. 야학에 다니면서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고, 겨우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대구에 살면서 전국 장애인 야학 협의체를 이끌고 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먼 이야기쯤으로 들리는가? 사람에 따라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도 이것이 2019년을 눈앞에 둔 장애인들의 삶이라는 기막힌 사실이다. 지금도 장애인이 골방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장애인이 겪고 있는 아픔이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장애인 가족이 짊어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을 보면 장애인에게 골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정권마다 소외계층과 장애인들 삶을 얘기 하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그이의 날선 비판은 현 정부를 향한다.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도 사람을 차별한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 정말 안 믿고 싶은데 안 믿을 수 없고 이렇게 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새해가 시작된다. 다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비단 발달장애인뿐이겠는가. 정부의 책임 범위 에는 모든 장애인 문제가 다 들어가 있다. 또다시 선심성 립서비스에 그치다 문제의 책임을 다음 정부로 미룰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골방 어둠에 포박당한 채 생애 대부분을 보내다 나이 들어 겨우 세상 밖으로 나온 그이. 이제라도 정부는 일흔을 앞둔 나이에 겨울추위 한복판에서 복지를 갈구 하는 그이의 외침에 귀를 열고 그이의 오래된, 뼈아픈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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