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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고등학교 진학을 꿈꾸는 일본 장애학생 이야기오사카에서 온 편지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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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4  10: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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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일본 풍습의 하나로 현관 앞에 ‘가도마츠(門松)’라고, 소나무와 대나무를 장식해 두는 게 있어요. 풍년과 행복의 신이 길을 헤매지 않고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알려주는 표시라나요. 또 꿈을 안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뜻으로 ‘가도데(門出)’라는 말도 씁니다.

출발, 시작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신년이면 뭔가 마음을 다잡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소속된 자리를 확인해 보게 되잖아요. 2019년을 맞이하는 저에게도 현재 자기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 되짚어 보는 건 몇 십 년을 되풀이해도 참 신중해지는 시간이네요. 학생 때처럼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학교, 중학교 졸업하면 고등학교…, 정해진 진로인 듯 당연한 게 아니니까 말이에요.

2004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중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본에 서도 꽤 오래 전부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은 실시되고 있었어요. 장애 학생에 대해서는 제외되는 특별조치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꾸준한 문제제기 덕에 지금은 중증장애 학생들도 중학교까지는 일반학교에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진학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멀고도 험한 고교 진학의 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장애학생의 이야기를 신문(11월 28일 요미우리신문)에서 읽게 됐습니다.

2018년 3월, 뇌성마비 중증장애의 남학생(16세)이 고베시의 정시제 고등학교에 응시했는데, 정원 미달 상태였고 어느 정도의 시험 점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불합격 이었다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듣기 어려운 정시제 고등학교라는 걸 잠깐 소개하면, 1948년부터 근로청소년들의 학업을 위해 세워진 공립 정규고등학교로 일하는 학생들의 시간에 맞게 야간제, 주간제, 주야간제가 있고 4년제입니다.

야간제 학교가 대부분이고, 1950년대는 3,000교에 50만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었지만, 현재는 일본 전국에 663교, 약 10만 명이 재적하고 있다내요. 옛날에는 경제적 사정으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학생들이나 고령자나 재일동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등교(30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을 경우)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그다음 스텝을 준비하기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중증장애 학생들 대부분이 정시제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하는데, 정원 미달로 입학하기 쉽다는 사정도 있지만, ‘교육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과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학교로서의 특색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고 하네요.

이 장애학생은 간호사의 의료적 처치를 비롯해 전면적인 케어가 필요하며 말할 수도 쓸 수도 없지만, ‘네’,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는 명확히 할 수 있어서 지도교사가 객관식 문제를 만들어 일대 일로 대응하면서 학습하면 된다고 해요. 실제로 지도했던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 이 학생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려는 의식만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대요.

중학교까지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는데, 초등학교 마라톤 릴레이 할 때는 반 친구들이 교대로 이 남학생의 보행기를 밀며 달려 주었고, 중학교에서는 야구부에 소속해 마지막 시합까지 함께 출전했다고 해요. 장애의 특성상 침을 자주 흘리니까 친구들이 그 침을 스스럼없이 닦아 주었다고 하는데, 그렇듯 자연스럽게 비장애 친구들이 중증장애 친구를 대할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 다니며 같이 자랐기 때문이라는 거죠. 또 이 장애학생도 친구들과 더불어 자극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고요.

함께 다니는 학교에서 세 자리 곱셈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처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텄으며, 대독해 주고 대필해 주면 시험을 볼 수 있으니까 준비를 열심히 했대요. 입시를 앞두고 장애당사자단체인 “장애인 문제를 생각하는 효고현 연락회의”에서 고베시 교육위원회에 간호사 배치에 대해 요청하니, “수험생이 합격한 단계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80명 정원에 61명이 응시한 1차 시험에서 유일하게 불합격, 2차 시험에도 불합격 판정! 그에 대한 신문사의 취재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입시 결과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고, 판정은 타당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대요. 게다가 학생의 어머니가 교장에게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하니 교장은 “앞으로 1년간 학생이 극적으로 성장한다면…”이라고 했다나요. 분통 터지는 그 발언에 지원단체가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한 차별’이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2013년 일본에서 제정된 ‘장애인차별해소법’에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적 취급을 금하고 있습니다. 문부성은 학교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장애학생을 장애의 종류로 나누지 않으며 ‘본인과 보호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통지를 내렸다지만,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 진학을 지망하는 장애당사자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 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정원 미달인데도 장애학생이 불합격 판정을 받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고요.

그런데 작년 도쿄 근처 치바현의 정시제고등학교에서 불합격 받았었던 지적장애 학생이 재수를 해서 다시 응시한 결과 합격했고, 교장이 “1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하네요. 지원단체에서는 ‘교육위원회가 불합격 판정을 내리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과 더불어, 케어 등 현장의 응원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장애학생이 배제 되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남학생이 응시했던 정시제고등학교에서도 30년 전부터 장애인과 고령자에게 문을 열고 있으며, 2018년 현재 전교생 206명 중 30%인 62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중증장애 학생도 진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환경의 정비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 같다고요.

지난 1년 동안 남학생은 응시했던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라는 이름의 일본어교실에 다니고 있대요.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어르신들이나 외국인 등 약 20명이 함께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있는 곳이라는데, 고등학교 진학이 꺾인 후 집에만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이 남학생에게 전직교사였던 선생님 한 분이 이 교실을 권했대요. 사람들과 친해진 남학생, 집이 가난해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76세 할머니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또 보자”고 웃으며 남학생의 손을 꼭 잡아 준다고요. 또 일흔이 넘어서야 겨우 글을 깨우치려고 이 교실에 온 재일동포 할머니는 “이 교실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친구, 배우고 싶다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강조하셨대요. 어머니의 케어를 받으며 일주일에 이틀, 80분 정도 공부하러 다니지만 남학생에게는 유일한 배움터가 되고 있고,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새해에는 그 꿈이 이루어져 친구들처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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