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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사)인천장애인부모연대 계양지회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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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9.05.17  16: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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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청사 안에서 세상 모든 걸 결정하고 뒤집으며 집행한다 하지만, 정작 국민 각 개인의 생활과 직접 맞닿고 연결되는 건 주민센터나 면사무소 같은 기초단체들이다. 전국 단위의 조직들 또한 마찬가지다.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며 여론을 환기시키려 노력하지만, 시민 각 개인의 의견이 전달되고 수렴될 곳은 각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이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의 움직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목소리들이 어떤 음성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 깊은 시도라고 판단된다. 이번 <함께걸음>은 (사)인천장애인부모연대 계양지회를 만났다.

 

기다림엔 답이 있다

백발의 어르신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바로 옆엔 허리가 깊게 굽으신 할머니가 어르신의 손을 꼭 잡은 채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계신다. 실제로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마주치게 되는 동네의 풍경 중 하나다. 지팡이 없이는 그대로 쓰러지실 만큼 굽은 허리인데도, 꼭 잡은 아들의 손을 놓을 수 없다는 것….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 마음과 내일의 모습을 담은 한 장면처럼, 부모는 ‘마지막 날’까지 맞잡은 자식의 손을 놓을 수 없다는 상징으로 거리의 그 모습이 받아들여진다.

“다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처음엔 모든 게 막막하고, 아무런 대안조차 보이는 게 없죠. 한숨으로 끝낼 일도 아니에요. 주어진 현실이니까요. 그런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보니까, 조금 힘든 아이들도 기다려 주면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부모들이 그걸 못 기다려 줬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작은 공간이지만, 이 안에서도 그 사실을 매번 새롭게 깨닫게 되니까요.”

(사)인천장애인부모연대 계양지회는 계양구청 1층에서 마을기업인 ‘아모르카페’를 운영한다. 2012년부터 운영했으니까, 이제 곧 10년을 바라볼 기간 동안 내실을 갖추며 성장해 온 셈이다. 카페엔 중증의 발달장애당사자 6명이 근무한다. 근무시간은 근무능력에 맞게 정해진다. 매일 1시간 근무도 있고 2시간 근무도 있다. 실제 운영은 매니저 역할을 맡은 부모연대 회원들이 담당한다. 경력단절을 맞은 엄마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하고, 회원들의 2세들을 보듬고 함께 격려하며 ‘사회 속 1인’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모두가 엄마이고 모두가 아들딸인 환경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긴 계단 밑에 못 쓰던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구청장님께서 저희들의 취지를 받아들이고, 이 공간의 용도를 이렇게 개조하게끔 도와주셨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설료를 냈었어요. 그런데 이런 마을기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말씀드렸더니, 구청장님께서 공무원들한테 관련조항을 확인해 보라 하셔서, 재작년부터는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청 내 익숙한 공간이 되다 보니, 이젠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됐고 단골손님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구청 공무원들은 물론 찾아오는 민원인들도 즐겨 방문하는 반가운 카페가 됐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선 단점도 있단다.

“상생하는 데엔 최고의 공간이죠. 그런데 구청과 똑같은 일정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오전 9시에 열어서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하고요. 주말하고 공휴일은 구청이 운영을 안 하니까, 저희도 실제 영업시간은 많지 않게 되는 거죠. 더 많은 이익창출이 목적이라면, 관공서 내부의 자리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희들한테는 아주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답을 기다려야 한다

카페가 문을 연 시점은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고 그만큼 제어가 안 되던 당시,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의 무료함을 아이들은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내기 프로그램’이라는 체험학습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다양한 인지수업과 미술수업 등으로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데 집중했단다. 계양지회 정완섭 대표는 아이들의 변화와 발전을, 대표가 아닌 엄마의 입장으로 되돌아봤다.

“같이 어울려서 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어요. 사회적응과 경험을 위해 전철 타기와 버스 타기 같은 것도 해봤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더라도 먼 곳을 함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가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같은 가족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 한번 다녀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런데 구청에 신청을 하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있었어요. 한 달에 30만 원 정도였지만, 그 금액으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여행이 너무나 많았죠. 나머지는 회원들 모두가 자부담을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정말 전국 방방곡곡 안 갔다 온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이들 모두 다리가 아파서 못 가겠다고, 힘들어서 안 가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버텼단다. 하지만 함께하는 외출과 여행이 계속되다 보니까, 산에도 모두 오르고 바다도 서로 먼저 들어가 즐기기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조심해야 할 게 무엇인지 알게 됐고, 누구 하나 이탈하는 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발적으로 적응을 하게 됐단다.

“45인승 차량을 빌려서 갈 때, 처음에는 한 시간을 못 달린 것 같아요. 발로 벽을 막 차고 손으로 두드리고 갑자기 운전석 쪽으로 뛰어나가고 제각기 소리를 지르고, 정말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이상행동들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 운전기사님이 차를 세울 수밖에 없게 돼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무슨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적응을 잘하고 시간도 정확히 지키게 됐어요. 저는 이게 사회적인 통합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사회화가 되며 발전하는 게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한테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단, 그 경험은 반드시 꾸준히 진행돼야 해요.”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있는 쁘띠프랑스 앞에서 촬영한 가족들의 모습(사진제공 : 인천장애인부모연대 계양지회)

 

발달장애당사자인 자녀들의 변화와 발전이 가시적으로 확인된다는 건, 부모들에게는 분명 가슴 벅찬 성취가 된다. 위로이자 위안이고, 기대이자 미래를 설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아모르카페는 그 중심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남겨진 더 큰 과제는 카페가 종착역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직접 하는 일을 통해, 아이들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전문가들이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를 원하는 이들의 눈에는 모든 게 서툴게만 보이겠지만, 저희들 입장에서 볼 때는 중증인 아이들이 이렇게 직업을 갖고 일을 직접 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루하루 모든 게 획기적인 순간들로 채워졌으니까요.”

아이들에서 이젠 청년이 된, 그렇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던 자녀들은 새로운 갈림길을 맞이하고 있다. 카페의 공간을 벗어난, 진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할 시점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하던 사람들만 오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카페의 근무는 최장 3년으로 기간을 정해놓았다. 다른 당사자들의 사회경험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카페 운영에 익숙해졌다면, 이젠 정식으로 취업을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 그 대목에서 정완섭 대표의 한숨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 한숨 안에 모든 내용은 이미 다 담겨 있었다.

“카페의 자리를 다른 친구들한테 넘겨주고, 5월부터는 자신의 일을 찾아야 하는 애들이 있어요. 장애인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지원을 하면, 여덟 시간 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부터 물어봐요. 장애인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서 문의를 해도 여덟 시간이 가능한지, 아니면 네 시간은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묻죠. 장애를 가지고 중증이다 경증이다 나누는 것 자체도 사실 힘든 얘기이긴 하지만, 결국엔 현실에선 그게 존재를 한다는 거예요. 경증인 아이들에게만 그나마 문이 열려 있어요. 부모연대의 거의 대부분은 중증의 당사자들이잖아요. 정말 어디 가서도 발을 내딛을 수 없는 친구들과 함께 간다는 게 이 사회에선 여전히 어려운가요? 구호와 정책은 분명히 있는데, 모든 곳에 문이 다 열려 있는 것처럼 말들은 하는데, 가장 어려운 입장에서 멈춰서야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이 사회는 꼭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살기를 원한다는 그 질문의 대답을 찾아가는 부모들의 심정을, 정책을 만드는 분들은 반드시 헤아려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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