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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예술도 가치있다발달장애 예술인 지원 현황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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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9.06.05  11: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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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위드앙상블

작년 9월, 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뉴욕 73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이어 12월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이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했다. 방탄소년단 못지않은 쾌거를 이룬 드림위드앙상블은 미국에도 아직 모델이 없는 국내 1호 발달장애 전문연주단체다. ‘발달장애계의 BTS’라고 불리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처럼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꽃피우려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작품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작품의 예술성과 상관없이 저조한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로 연혁이 5년차가 되는 드림위드앙상블도 그런 경우를 종종 접했다.

드림위드앙상블 이옥주 이사장은 “우리는 연주가 사업인 단체이기 때문에 연주에 대한 수입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그런데 ‘장애인’ 연주단체라는 이유로 연주력에 대해 저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고 연주를 요청하는 쪽에서 현실성 없이 낮은 연주비를 제시하기도 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연주를 사업으로 하기 때문에 연주비용이 낮으면 그만큼 단체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드림위드앙상블이 지원해서 선정됐던 모 공모사업에서는 드림위드앙상블이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인 연주에 대한 가치 기준’이 정확히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분명히 전문성을 지닌 연주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가치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은 예술인으로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일까?

 

장애인 예술성 평가에 대한 잣대가 필요

어떤 뛰어난 연주를 듣거나 훌륭한 그림을 보고 그것들의 예술성에 대해 감탄한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그 연주를 한 음악가나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감탄했던 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고 하는 경우, 작품을 예술성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장애인의 작품치곤 괜찮다고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아마 장애에 대해서 바르게 인지하지 못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 또는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세번째 유형의 경우, 처음에는 예술성에 감탄했다가도 ‘발달장애인’의 작품이라서 억지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작품의 예술성은 그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결코 폄하받아서도 안 되고 비장애인의 작품에 대한 예술성과 차별해서도 안 된다. 예술가가 지닌 창작성과 예술성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장애’라는 것이 걸림돌이 된다면, 장애인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도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표현을 할 자유’는 기본권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발달장애인 예술가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창작성과 예술성을 작품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은 개인이나 단체 등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형과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잣대가 없고, 또 그들의 예술과 창작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 역시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지난 5월 21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장애예술인 지원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한 ‘예술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2011년에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지원이 더욱 필요한 장애예술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따로 없다.

그래서 장애예술인에 대한 근거법률이 없는 현행법 체계에서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장애예술인은 정부지원은 물론, 예술계와 장애계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박 의원이 발의한 ‘예술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원로 예술인의 생활 안정 지원 등 취약예술계층의 복지 지원 조항에 ‘장애예술인의 창작금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 장애예술인복지를 증진하고자 한다.

장애예술인 중에서도 특히 발달장애 예술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예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음에도 미처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를 것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국가에서 책임진다면, 발달장애 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포함시켜야 한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창작과 예술활동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다면, 예술활동을 직업으로 하여 자립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적이 우선? 기회가 먼저!

발달장애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이들의 작품에 대한 사회적 가치 역시 마땅치 않은 현실 속에서 예술·창작활동을 하기 위한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공모사업에의 지원이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사업에 선정되어 실력발휘를 해볼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발달장애 예술인은 그리 많지 않다.

   
▲ 어울림예술단

발달장애인 단원들로 구성된 또 다른 단체인 ‘어울림예술단’의 조명민 단장은 “무수히 많은 공모사업에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졌는데, 사업에 선정되려면 기존에 다른 사업으로 활동했던 실적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런데 처음부터 실적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어디 있겠나. 실적이 없으면 안 뽑아주니까 실력을 제대로 꽃 피워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단체가 많다”라며 현 공모사업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모사업을 하게 되면 대부분 잘하고 있는, 즉 실적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냉정히 보면 사업을 주관·주최하는 입장에서도 실적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확실히 사업에 지원해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진행하기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려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 예술활동을 위한 지원금이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면 그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지속가능성이 있는데,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운영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 결국 피해는 예술활동을 하고자 했던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받는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명성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라면 의뢰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막 예술활동을 시작하려는 경우에는 의뢰도 잘 들어오지 않고 자비로 활동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누가 의지를 가지고 활동을 할까. ‘실적’보다는 가능성과 실력을 보고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 미국 LA 전시회 포스터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미국 LA DAILY ART CENTER에서 한국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회 <2019 Spirit of ART>가 열렸다. 발달장애 예술가에 대한 열악한 국내 지원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렇게 미국에서의 전시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고흐’라고 불리는 이규재 화가 등 전문성 있는 발달장애 예술가 18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미래꿈나무 작가 12인의 작품도 함께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미래꿈나무 작가들 중에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자조모임인 ‘꿈꾸는느림보’의 미술부 동아리 아이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꿈꾸는느림보 김선자 회장은 “발달장애인 친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데, 그동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서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데 회원들의 회비나 외부로부터 재능기부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인들도 마음껏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기자가 작년에 드림위드앙상블 제3회 정기공연에 다녀온 적이 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단원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그 하모니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다. 단원 중 한명은 스스로를 ‘마에스트로’라 칭하며 연주 중간중간 지휘를 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해내는 등, 발달장애 예술가들만의 차별화된 개성과 창작·예술성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자리였다.

   
▲ 미국 전시회에 실린 '꿈꾸는느림보' 꿈나무들의 작품

많은 노력과 연습을 통한 예술활동은, 굳이 ‘발달장애’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하물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발달장애인이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 하루빨리 충분한 지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여 앞으로 제2의 드림위드앙상블, 제2의 어울림예술단, 제2의 이규재 화가 등, 꿈꾸는 미래 꿈나무 예술인들의 성장에도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평소 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발달장애인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다른 단원들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앙상블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 화가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낸 작품을 보며, 어쩌면 우리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발달장애 예술가들도 충분히 가능성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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