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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면 문자로 통역해 줍니다(주)소리를보는통로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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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9.07.17  1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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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반찬 씨, 안녕하세요. 소보로 대표 윤지현입니다.”

밥반찬이라고? 이건 사람 이름이 아니다. 기자의 이름을 불렀는데 음성인식기능을 통해 문자로 통역돼 나온 게 그렇게 된 것이다. ‘음성을 문자로 통역’해 줄 수 있는 신기한 기능이지만, 기자의 이름 ‘박관찬’을 ‘밥반찬’으로 인식하니 생소하거나 어려운 단어는 정확하게 통역이 쉽지 않은가보다. 그래도 대화의 90%는 정확하게 통역하는 걸 보니 정말 놀랍다.

‘소보로’는 맛있는 빵 이름이 아니다. ‘소리를 보는 통로’의 줄임말로, ㈜소리를보는통로는 청각장애인의 소통 편의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문자통역 소프트웨어 ‘소보로’를 개발하는 소셜 벤처다. 이번에 기자가 직접 소보로를 이용해 소보로를 창업한 윤지현 대표를 인터뷰했다.

 

말하면 문자로 적힌다

소보로는 기획 단계부터 청각장애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필요한 기능을 구성·개발했다. 즉 청각장애인들이 최대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대학을 다닐 때 청각장애학생에게 수업내용을 타자로 쳐주는 도우미가 있었는데, 초중고 때나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이러한 지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아쉬웠어요. 그래서 텍스트를 통해 모든 말을 ‘평생’ 필요할 때마다 통역받을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아주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잘 퍼져나가 파급효과를 만들어냈으면 하는 마음에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했고,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 소보로 탭

소보로는 2017년 8월 제6회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우수상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정식 법인을 설립했다. 2018년 5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기기 개발 사업에 선정됐으며, 소보로 인공지능 문자통역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이 조금이라도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상대방이 말을 하면, 실시간으로 소보로에 하는 말이 문자로 입력된다. 기자의 이름처럼 생소한 단어 같은 경우에는 인식률이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웬만한 단어는 말하는 대로 받아 적는다.

“소보로에는 기자님 이름처럼 생소하거나 어려운 단어의 경우를 위해 ‘사전 기능’이 있습니다. 전문 용어나 어려운 용어를 사전 기능으로 미리 입력해두면 인식률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또 ‘채널링 기능’도 있는데, 소보로에 입력되는 내용을 원격으로 다른 PC나 스마트폰에서 보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소보로가 있으면 학교 수업내용을 편하게 통역받을 수 있음은 물론, 병원이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을 방문해서 의사소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입력된 내용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도록 소보로에 입력된 텍스트를 저장하여 자유롭게 편집이 가능하다. 또 올해 1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소보로 탭 프로’를 도입해 병원을 방문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이나 병원 등 기관 외에 직장에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는 소보로 PC버전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소보로에 연결된 핀마이크를 잡고 말하면, 텍스트로 입력이 됩니다.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하는 회의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 소보로 PC버전을 통해 인터뷰하는 모습

 

소리를 보는 통로

소보로는 2018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소비자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데, 개인 고객은 물론 병원, 학교, 복지시설 등 약 40여 곳의 기관, 크고 작은 강연, 설명회, 행사 등에서도 사용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소보로 탭 시리즈는 총 네 가지 모델이 있다. 노트북 등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PC 소보로 데스크탑, 소보로 텝 라이트, 소보로 탭 비즈니스, 소보로 탭 프로가 그것이다.

먼저 ‘PC 소보로’는 컴퓨터와 연결되는 만큼 다양한 기능이 있다. 각종 강의나 행사에서 발표화면에 소보로를 띄우면 실시간으로 문자통역이 지원된다. 또 자막이 없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마음껏 볼 수 있고, 위에서 윤지현 대표가 언급한 사전 기능과 텍스트 저장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소보로 탭 라이트’는 소통에 필요한 기능에 충실하여 간편한 사용성과 휴대성을 높인 모델이다.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문자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소보로 탭 라이트는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 사업에 등록된 제품이며, 삼성전자 갤럭시탭A 8인치(T-380) 태블릿 PC가 제공된다.

‘소보로 탭 비즈니스’는 기자처럼 청각장애인 근로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모델이다. 청각장애인 근로자들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면접, 회의와 직원 간의 소통은 물론 비장애인과의 대면업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현재 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기기 지원 제품으로 등록돼 있으며, 삼성전자 갤럭시탭A 10.5인치(T595) 태블릿 PC가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소보로 탭 프로’는 병원이나 기업, 기관 등에서 청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소통 지원을 위해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최상위 모델이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최적화된 사용성을 갖추고 있다.

“현재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이 수업을 들을 때, 직장에서 회의나 인터뷰를 할 때, 병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소통할 때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서비스에 좀 더 집중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테스트를 하는 단계인 곳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널리 보급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청각장애인 근로자는 근로에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로 소보로를 장애인고용공단에 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근로자가 아닌 청각장애인이라도 매년 정부지원으로 실시되는 정보통신보조기기 지원 사업에 소보로를 신청할 수 있다. 소보로가 많은 청각장애인들에게 보급된다면, 적어도 소통의 측면에서만큼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소리를보는통로 윤지현 대표

 

사용자로서 아쉬운 점

소보로를 직접 사용하면서 겪은 아쉬움 중 하나는, 소보로 PC버전과 달리 소보로 탭 비즈니스에는 문장부호가 입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쉼표, 온점, 물음표 등의 문장부호 없이 오직 문자만 입력되니 상대방이 질문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문장이 매우 딱딱한 느낌을 준다. 또 소보로가 아무리 문자통역을 해준다지만, 사투리를 사용하거나 발음이 비교적 세거나 어눌한 사람의 말은 인식률이 떨어진다. 특히 대화 중에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인식돼, 소보로에 비속어가 입력되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희도 비속어가 등장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비속어 방지 기능’을 계속 연구해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또 소보로 PC버전에 문장부호가 입력되고 있는 것처럼 소보로 탭 비즈니스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개발 중입니다.”

또한 대화는 당사자 간에 마주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라도 구화나 수어를 하면서 상대방의 얼굴표정을 본다. 반면 소보로를 통해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하는 말이 입력되는 소보로의 화면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중이라도 상대방의 얼굴보다 기기(소보로)를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떤 감정이나 기분으로 말하는지 또는 대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대화의 ‘감수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계속 소보로를 보면서 대화를 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사람 눈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보다 조금 어색한 느낌이 날 수 있어요. 그래도 학교 수업이나 직장에서의 회의처럼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에 소보로를 사용하면서 말하는 사람의 얼굴도 보고 소보로도 보면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청각장애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보통 문자나 수어로 통역을 받는다. 여기서 소보로가 있으면 속기사나 수어통역사가 배치되기 어려운 환경의 학교라도 청각장애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특히 속기사의 문자통역은 시간당 7만 원 이상 비용이 들고 시간과 장소를 맞춰 동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소보로는 시간당 2,000원(개인 고객 기준)이고 저렴하게 상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소보로에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총 4개 국어로의 인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외국어 학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 소보로 팀

기자가 소보로를 받으면 가장 활용해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전화 통화나 지하철에서의 사용이다. 영상 통화를 시도한 뒤 소보로의 마이크를 폰에 가까이 들이대거나, 지하철에서 소보로를 켜두면 안내방송으로 “이번 역은 OO역입니다.”라고 나오는 말이 소보로에 텍스트로 입력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럼 큰 어려움 없이 통화가 가능하고, 지하철에서 내려야할 역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테니까.

“전화 통화나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도 사람의 목소리는 맞지만, 기계를 통해서 전달되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인식률이 좋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소보로는 계속 보완하고 개발하여 업데이트할 테니 앞으로 가능해질 거라고 확신해요.”

 

소통의 통로가 되길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소보로로 듣지 못하더라도, 소보로가 있으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때, 상대방이 수어나 손바닥 필담을 이해하지 못해도 소보로가 있으면 된다. 청각장애인에게 길을 가르쳐주려고 한 말이 텍스트에 다 입력될 테니까.

학교에서 수업이나 직장에서의 회의, 기관에서의 사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적으로 소보로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 기자도 앞으로 취재를 가거나 인터뷰를 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보화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보로는 이제 막 보급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당당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소보로가 ‘통로’의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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