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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을 때 먹는다. 뭐를? 먹고 싶은 것을!사진 한마디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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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2  1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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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8인’이라는 표현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죠.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탈시설’의 대 명사가 된 겁니다. 2009년 6월 4일, 한 요양원에서 거주하던 장애당사자들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보장을 요구하며, 마로니에공원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62일간의 노숙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4일, 그들의 탈시설 요구가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수많은 동료들의 환영 속에 마음 따뜻한 자축행사가 저녁 늦게까지 열렸습니다. 마로니에 8인이 자신들의 인생으로 증명한 10년의 기간은 대한민국 탈시설의 역사이자, 탈시설이란 개념을 일상의 용어로 정립시킨 ‘현재진행형’의 나날이었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이웃이 됐고, ‘시민의 1인’이자 ‘국민의 1인’으로 함께 살았으니까요.

오래 전 일이라 그 시점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탈시설로 지역주민이 된 장애당사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호탕한 웃음으로 시끌벅적했던 그 자리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았습니다. ‘탈시설을 하고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었죠. 첫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았습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가 있어요. 그것도 내가 먹고 싶은 걸 ‘골라서’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밖에도 여러 의견들이 쏟아지듯 뒤따랐지만, 제 가슴엔 그 대답이 가장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하루 세 끼 똑같은 (멀건) 미역국을 먹었다는 거,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호출돼서 똑같이 모여 먹어야 했다는 거, 그것밖에 없었던 게 시설생활이었다는 거죠.

동료상담가의 입장에서, 또한 먼저 탈시설을 실천한 선배로서 수용시설을 찾아가 수용인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대부분 탈시설을 고민하지만 누구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안타까움이 절실했는지, 10주년 행사장 무대에서 마로니에 8인은 크게 외쳤습니다. “닥치고 무조건 나와요. 여러분의 진짜 인생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 최소한의 인권조차 부정당하며 수십 년을 그림자로 지내다가, ‘대한민국 1인’으로 당당하게 존재하는 그들의 이름은 김동림, 김용남, 김진수, 방상연, 주기옥, 하상윤, 홍성호, 황성연(가나다순)입니다. 10년의 시간이 다시 흐른 뒤엔 <함께걸음> 이 지면에 수백 명, 수천 명의 새로운 ‘대한민국 1인’들의 이름이 가득 새겨지길 기대합니다. 그래야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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