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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살인이다. 직접고용 즉각 이행하라!1,500명생존권박탈 고속도로해고수납원들의투쟁
채지민 대담전문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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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3  10: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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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집회를 마친 해고수납노동자들이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율동을 함께 나누고 있다.

한두 명도 아닌 1,500여 명이 일시에 해고됐다며, 해고당한 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이 대규모 농성에 들어갔다. 전례없이 빨랐던 7월 무더위 뙤약볕의 서울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청와대 입구 노숙농성장에서, 전국 각지의 단위별로 항의의 몸부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극우 언론들의 기사들을 살펴보니, ‘스스로 해고를 선택했다’는 식으로 공기업 편을 드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양보한다 해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고를 선택했다’는 논리가 가능할까? 그렇기에 <함께걸음>은 일반매체에서 두루뭉술하게만 인용하던 수납노동자들의 실제 절규를 직접 청취했다.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시민청 공정무역 카페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장에서 각각 만났고 개별 전화 인터뷰도 진행했다. 기가 막힌 노동 착취의 실체를 현장의 음성으로 확인한다.

덧붙임: 어느 지역에 근무한다는 걸 밝힐 경우, 내부에선 그 발언자가 누구인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지면에는 알파벳 문자로 인물 표시를 대신한다.

 

거대 공기업 vs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도로공사(Korea Expressway Corporation, 아래 도로공사)는 대한민국의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의 건설과 관리, 운영을 담당하는 자산총액 57조6천억 원(2015년 기준)의 거대 공기업이다. 2016년 1월 기준으로 민자 노선 322km를 포함한 총 4,195km를 관리하며, 국가의 핵심 동맥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가 되기에 이 지면에 등장하는 걸까? 2018년 기준 도로공사의 직원은 무기계약직 포함 6,324명이다. 그들 대부분이 남성인데, 대부분이 여성인 영역은 따로 있다. 외주용역 업체에 소속된 민간인력 8,384명이 존재하고, 그들 중 수납노동자만 6,700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짧게는 7, 8년에서 길게는 20년 넘는 경력의 여성들이고, 40% 정도의 인력이 장애 당사자들이다. 그 이외에도 상당수 인원이 새터민(탈북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역별 용역에 소속돼 있지만, 모든 업무지시와 근무 관리는 도로공사의 직접 감독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고속도로 요금수납노동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2017년 2월 항소심(2심)에서도 승소했다. 남은 건 대법원의 최종 판단뿐인데, 대법원으로 넘어간 뒤 정부가 바뀐 이유 등으로 아직 최종심이 열리지 않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는 건, 이들 모두가 공기업의 정규직 자격이 있음을 법으로 판정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대법원 상고를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도로공사의 정규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통한 고용인계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게라도 임금과 신분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면, 겉으로는 그럴듯한 대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극우언론은 바로 이 지점에만 집중한다. 도로공사는 대안을 제시했고 노동자들이 거부하면서 불가피하게 해고가 됐으니, ‘스스로 해고를 선택했다’는 논리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함정이 커다랗게 존재하고 있다. 자회사는 공기업이 아니라 기타 공공기관이다. 1년에 한 번씩 지정과 취소 여부를 심사받으며 갱신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간판을 내리고 폐업하면 끝이다. 즉 대량해고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일시적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함정은 ‘스마트톨링(Smart Tolling)’이라는 새로운 수납시스템의 도입이다. 현금 대신 사용하는 하이패스는 요금소를 통과할 때 시속 30km 이하의 저속으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톨링이 시행되면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주행속도 그대로 통과하는 것만으로 차량인식 장비가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읽고 요 금이 개별 부과된다. 이미 2015년부터 전체적인 틀이 갖춰졌고 2020년부터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었으나, 마무리 점검을 위해 2023년으로 그 시점을 늦춰놓은 상태다. 수납노동자의 존재가 일순간에 사라질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육천칠백 수납원 중에 장애인이 얼마나 있는지 아느냐고 문의하니까, 도로공사는 그걸 파악한 바가 없답니다. 관심 자체가 없는 거예요. 제가 현장에서 파악한바 로는 최소한 40%는 넘어요. 외주업체에서 장애인을 특별히 많이 고용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쓰면 고용장려금이 나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장애인과 새터민 중심으로 고용하는 거예요. 장애인의 인권과 장애인의 노동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고용장려금 자체가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자회사로 가면 수납업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직고용을 계속 주장하면 다른 업무를 주겠답니다. 도로관리, 제초작업, 조경관리, 청소용역 같은 거라는데 아니, 십 년 이십 년 수납업무로 근무했던 장애인들한테 제초기 들고 고속도로로 나가서 풀을 뽑고 청소를 하라는 겁니까?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하니까, 자기들이 해고는 안 시킨답니다. 해고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는 싫으니까 우리한테 불가능한 업무를 던져준다는 거, 그건 알아서 나가라는 거잖아요.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지체장애 당사자인 수납노동자 A씨는 이미 수차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고, 장애인근로공단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답은 없었단다. 이미 해고는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매년 인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25명에서 23명, 다시 19명, 이런 식으로 A씨가 근무하던 영업소는 해마다 낯익은 얼굴들이 사라지는 게 반복됐다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을 한 B씨가 말을 이었다.

“근무시간 내내 운전자인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게 사실 엄청난 애로사항이지만, 십여 초 잠시 마주치고 지나가는 분들이니까 차라리 고객들은 일부분이에요. 진짜 애로사항은 업체 사장들과 점검 나오는 도로공사 직원들이죠. 정말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려야 해요. 있지도 않은 없는 민원까지 만들어서 들이대죠. ‘이런 민원이 들어왔으니까 경위서를 작성해라.’ 그렇게 주의를 몇 차례 준 다음에, 일년짜리 근무계약서를 다시 쓸 때 그 민원의 내용을 삽입하는 거예요. 그리고 암시를 던지죠. ‘다음 해고 대상은 바로 너야!’”

 

해고는 안 시킬 테니 ‘알아서’ 나가라?

지난 7월에 출범한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로 옮기면 60세인 정년을 1년 연장하고, 임금도 얼마를 인상해 주겠다며 당근책이 계속 제시됐다. 사측의 회유를 거부한 이들은 1,470명이다. 그들은 6월 30일자로 해고됐고, 자회사로 옮긴 5,100명한테는 100만 원씩의 ‘인센티브’가 격려금으로 지급됐다고 한다.

“그 오십억원은 어디서 난 겁니까. 그것도 다 세금이잖아요. 우리는 지난달 입사한 사람이나 이십 년 근무한 사람이나 임금이 다 똑같아요. 무조건 최저임금이니까요. 우리한테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최저임금마저 볼모로 잡더니, 오십억원을 선뜻 풀어놓는 건 도대체 무슨 행정인가요? 왜 자기들 마음대로 동료들을 해고시켜놓고, 무슨 근거로 자기들끼리 돈 잔치를 하느냐 이거예요.”

해고당한 이들 모두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들이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명절과 대체휴일마저 없이 근무해야 하는 ‘투명인간’이었다면 당연히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또한 엄마로서의 마음고생이 극심했을 게 분명하다. 혹시 가족여행을 해본 적 있느냐고 물으니,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한 단어를 털어냈다. ‘전혀!’라고 말이다.

“우리는 계속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어서 오세요’, ‘얼마입니다’, ‘고객님, 안녕히 가세요’ 그 말 자체는 짧지만, 근무시간 내내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렇다면 두 시간에 십 분 정도라도 쉬어야 하잖아요. 휴식이란 건 아예 없어요. 규정상으로는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다지만, 그렇게 쉬었다 가는 말 그대로 ‘찍히는’ 거죠. 한평도 안 되는 수납 업무 공간에 커피는커녕 물 한 잔도 못 가지고 들어갑니다. 화장실 자주 가면 안 된다는 이유인데 아니, 생리적인 현상까지 통제하는 건 정말 사람한테 할 짓이 아니죠. 물을 못 가지고 들어가는 진짜 이유는 한두 방울이라도 기계에 흘릴까 봐 그런답니다. 근무자야 어떻게 되든 말든, 기계가 에러 날까 봐 금지한다는 거예요.”

   
▲ 해고수납노동자들이 청와대와 광화문, 서울시청을 잇는 노선으로 매일 도로공사 규탄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이용해 봤던 이들이라면, ‘남성’ 수납원과 마주한 경우를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던져져야 할 질문은 여성으로서 당해야 했던 불합리한 상황들이다. 여러 경우가 연상은 됐지만, 실제 목소리로 듣게 된 내용은 그 이상이었다.


“규모가 작은 지역의 영업소들은 사무실에 한 명, 통행권을 뽑는 입구에 한 명, 통행료 받는 부스에 한 명, 이렇게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근무할 때가 많아요. 한밤중에 화장실을 사용하겠다며, 처음 보는 남성 운전자 고객이 여성 혼자 있는 사무실 문을 두드려요. 화장실은 밖에 있고, 나가서 잠긴 문을 직접 열어드려야 하거든요. 그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너무 겁이 나서 대응을 선뜻 안 하면, 정말 엄청난 욕설을 들어야 해요. 사무실 창문 어디에도 방범창 같은 건 하나도 없거든요. 다른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잖아요. 수도 없이 민원을 넣어도, 점검을 나온 도로공사 직원들이 확인하는 건 금고가 제대로 잠겨 있나 여부일 뿐입니다. 여성 근무자들이 어떤 위험 속에서, 얼마만큼 공포의 심야를 견뎌야 하는지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거예요.”

   
▲ 청와대 사랑채 앞 노숙농성장에서 투쟁발언과 각자의 개인 발언을 나누고 있는 해고수납노동자들의 모습

 

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을 왜 이행하지 않는가

낮이든 밤이든 4조3교대의 근무가 끝난다 해도, 곧장 귀가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고장 난 계수기 대신 손으로 일일이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단 10원의 차이가 생겨도 자비로 충당해선 안 되고, 영업소 모든 공간을 다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10원을 찾아내야 한다. 왜냐, 그 원인을 밝혀서 증명해야 하고, 모든 책임은 무조건 수납노동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저희들이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하던 중에, 잠시 지역으로 내려가서 일하던 영업소를 찾아갈 일이 있었어요. 세상에, 저희가 십여 년 동안 쓰던 사물함, 옷장, 탈의실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밖으로 들어낸 채 방치돼 있는 거예요. 더 기가 막힌 건 저희가 그렇게도 고쳐 달라고,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또 요구해도 해결된 게 없었던 비품들이 전부 다 새것으로 교체돼 있는 거예요. 아니, 그 긴 기간 동안 동료로 같이 일을 해왔으면서도, 자회사로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단 며칠 만에 저희들을 해고자 취급을 하나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러이러하게 물품들을 조치했다’는 문자 한 줄 정도는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한 비품들의 구매 비용은 어디서 난 걸까요? 그게 다 세금이잖아요.”

이런 주제의 취재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성희롱일 것이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내용들을 굳이 활자로 옮기진 않겠지만, 가장 심각한 건 이런 부조리함과 불합리, 또한 비인간적인 행들이 어느 특정 지역 몇 군데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납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용역업체 사장들의 대부분은 도로공사 퇴직자들이라고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이 정작 도로공사 자체의 실제 업무를 도맡고 있는 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할 말인지 잘 몰라서 그냥 넘기려 했는데, 다들 겪어봤던 일이니까 좀 떠들어야 속이 편해지겠네요. 저희 영업소에선 매달 식비를 오만 원씩 냅니다. 그러면 근무가 끝난 뒤 한끼 식사를 해결하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영업소장이 김치 같은 최소한의 밑반찬은 준비해서 식단에 올려놔야 할 게 아닙니까. 그런데 영업소 옆의 텃밭에 직원들이 배추를 직접 재배하게 해요. 그리고 전 직원을 다 불러모아 김장을 이틀 동안 하게 합니다. 예외없이 다 나와야 해요. 그러면 소장은 그 김장김치를 자기 차 트렁크에 넣고 자기 집으로 가버려요. 우리가 소장들, 사장들 김치까지 만들어줘야 합니까? 내 신랑, 내 남편한테 따뜻한 밥 한끼 못 해주며 이 엄한 일을 하고 있는데, 소장 아침밥까지 된장찌개 끓여가며 일일이 갖다 바쳐야 합니까?”

   
 

구구절절 탄식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눈물 젖은 눈망울로 고개만 끄덕이던 한 여성 노동자가 있었다. 모두들 ‘너도 한마디 해봐라’ 하며 한참 동안 재촉했지만, 그는 끝까지 손을 저으며 입을 열지 않았다. 크게 한숨을 몰아쉰 D씨가 C씨 대신 입을 열었다.


“이분이 할 말이 제일 많을 거예요. 새터민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많이 상처를 받고 불안감에 떨어야 할 압박 속에 살아서,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한마디도 못 하며 속으로만 앓고 지내는 거예요. 지원금이 끊기면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약점을, 사용자 측이 계속 파고들었다는 거죠. 아..., 대통령님,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우리들을 해고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대통령님은 보고를 받으신 게 있나요? 아니면 아시면서도 모르는 척하시는 건가요? 저희들 이렇게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공기업의 농간인지, 대통령님의 뜻인지, 이젠 우리 모두가 직접 들어야겠습니다. 대통령님, 나와서 듣고 말씀 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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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현 문재인 정부는 책임지고 해결하라
(2019-08-13 17: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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