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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이 맞아 숨졌다사건으로 돌아보다
이태곤 편집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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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9.08.2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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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과거 일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발달장애인들이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모두가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의 현실이 빚은 참극이었다.

먼저 2009년 3월 21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 야산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16세 유 모 양이 가출 청소년들에게 살해된 뒤 암매장당한 시체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유 양을 살해한 주범 이 아무개 군은 1월 인터넷 채팅으로 유 양을 만났다. 연인 사이가 된 이들은 2월 초 월세를 내는 조건으로 이 군의 친구 등이 살고 있던 성남시의 한 다세대 주택에 들어간다.

다섯 명의 청소년들은 그전까지 편의점과 주유소,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먹고 살았지만, 유 양이 이 집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유 양 통장으로 매달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거에 들어간 지 한 달째, 하는 일 없이 텔레비전 보기 등으로 소일하던 이들에게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합심해서 유 양을 폭행하는 일이었다. 첫날은 배신했다는 이유로 이불로 유 양을 덮은 뒤 2시간 동안 목검과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렸다. 그 며칠 뒤부터는 유 양이 생리해서 냄새가 난다며 매일 1~3시간씩 나무 의자에 유 양의 팔과 다리를 노끈으로 묶고 폭행했다. 유 양이 소리를 지르면 인근 주민이 알게 될 것을 우려해 입에 양말 등으로 재갈을 물렸다. 유 양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유 양에 대한 동거 청소년들의 폭행은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한 명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흉기를 더욱 뾰족하게 갈아 유 양의 다리와 팔 등에 일부러 떨어뜨렸다. 또 다른 한 명은 문신을 새긴다며 유 양의 몸을 바늘로 찔렀다. 이들은 심지어 불에 달군 숟가락을 유 양의 몸에 갖다 대기도 했으며, 또 유 양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십 일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한 유 양은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숨지기 3일 전에는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할 정도가 됐다.

결국 3월 19일 유 양은 숨졌다. 이날 점심때쯤 잠에서 깨어난 청소년들은 유 양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했다. 이후 밤 10시에 그들이 평소 아지트로 여겼던 공원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유 양을 암매장했다. 유 양의 시신은 공원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고, 유 양이 갖고 있던 교통카드가 단서가 돼 범인들이 검거됐다.

같은 해 4월 6일, 이번에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야산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35세 문 모씨가 역시 청소년들에 의해 옷이 벗겨진 채 구타를 당해 숨진 뒤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야산 부근 텃밭에 사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타살인 게 분명할 정도로 시신은 구타로 얼룩져 있었다고 한다. 검시 결과도 다르지 않아 문 씨의 최종 사인은 늑골이 부러져 골절된 뼈가 폐를 찔러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문 씨 가족들에 따르면, 문 씨는 지능지수가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인 발달장애와 한쪽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었고, 15년 동안 평택에 있는 미신고 시설 열린재활원이라는 곳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 후 가족들이 문 씨를 데리고 나와 평택에 있는 문 씨의 형 집에서 생활했는데, 문 씨는 자주 집을 나갔다고 한다. 문 씨는 집 밖에 나가면 집을 제대로 못 찾아와서 가족들이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해서 노숙하던 문 씨를 찾아오는 과정을 수차례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월, 문 씨는 또다시 집을 나갔는데, 그 후로는 행방을 전혀 몰랐고 이번에 사망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게 가족들의 얘기였다.

문 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문 씨의 호주머니에서 한 장의 명함을 발견한다. 그 명함은 문 씨가 평택에 있는 재활원에 살 때 알고 지내던 어느 목사의 명함이었다. 경찰이 발견된 명함으로 연락했더니, 이 목사는 문 씨를 4월 3일 23시경까지 평택에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4일 이후 문 씨가 서울에 올라왔다는 심증을 가지게 된 경찰은 문 씨가 전철을 타고 서울에 왔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시신이 발견된 근처 성북역 CCTV를 뒤졌다. 그리고 CCTV에서 늦은 밤 문 씨가 가해자와 함께 역을 나가는 장면이 찍힌 것을 증거로 수소문한 끝에 범인을 검거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문 씨가 가해자인 임 모 군과 열차에서 내린 시각은 4월 5일 0시 11분이었다. 그 후 성북역 개찰구를 나와서 길을 걸어갈 때 임 군이 갑자기 문 씨가 전철에서 구걸할 때 사용한 네모난 통을 뺏어 달아났다. 문 씨는 통을 돌려받기 위해 임 군을 쫓아갔고, 임 군은 통을 돌려주는 대신 거리에서 문 씨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임 군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친한 후배 장 모 군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자 의기투합해 문 씨를 양쪽에서 팔짱을 낀 상태로 범행 현장인 야산으로 끌고 가 옷을 벗긴 채 마구 구타해서 숨지게 했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결과이다.

문 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들은 ‘학교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금품을 노리고 살해한 혐의가 짙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 씨가 평택역에서 전철에 승차한 게 CCTV 확인 결과 4월 4일 오전 11시16분경이었다. 문 씨가 열차에 승차 후 성북역에 내릴 때까지 13시간을 계속 열차에 머물면서 구걸을 한 것으로 역시 CCTV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문 씨가 수중에 최소 몇만 원 정도는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하지만 문 씨 시신에서는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장과 백 원짜리 동전 두 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해자들이 문 씨가 전철에서 구걸해서 번 돈 몇만 원을 뺏기 위해 문 씨를 구타해 서 숨지게 한 혐의가 짙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결과다.

또 같은 해 전남에서는 교회 집사가 ‘식탐을 고치겠다’며 교회에서 생활하던 발달장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5월 22일 전남 장성군 소재 교회에서 생활해 오던 발달장애인 김 모(24) 씨를 ‘식탐을 고쳐주겠다’며 교회 집사와 목사의 부인이 한 시간 가량 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교회 집사를 구속하고 목사 부인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발달장애인들이 희생된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희생된 발달장애인들이 모두 집을 나온 장애인들이라는 점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고 있고, 가족들이 굳이 집을 나간 발달장애인들을 찾지 않는 것은 이제 발달장애인들을 가정에서 돌보는 게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가정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갈 곳이 전혀 없는 현실이 발달장애인들을 범죄의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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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비장애인이 죶같은 이유 : 지들이 제일 더러우면서 지들이 존나 깨끗한 줄 안다
(2019-09-01 23:50:47)
이이
비장애인이 죶같은 이유 : 지들이 제일 더러우면서 지들이 존나 깨끗한 줄 안다
(2019-09-01 23:50:29)
윤아
역시 비장애인들은 살인이나 저지르는 야만적이고 추악한 놈들이로군

모두 사회밖으로 격리시켜야 한다

(2019-09-01 23: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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