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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서 시각장애인의 독서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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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승인 2019.09.04  11: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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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시각장애인이 복지서비스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올해 5월 개정되어 발간된 <나에게 힘이 되는 복지서비스 안내서>를 국립장애인도서관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음성자료로 제작·배포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한 ‘시각장애인용 음성도서’란 데이지 파일(DAISY, 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제 디지털문서 규격인 디지털접근정보시스템으로 목차를 구분 변환하여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일이다.

이러한 데이지 파일로 제작된 도서는 하나의 파일에 텍스트, MP3, 점자, 그림 및 사진 이미지까지 포함된 형식의 디지털 도서가 되며, 이는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 협회 및 기관에서 이 형태를 표준 규격으로 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로 제작하고 있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에 대한 디지털화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 특히 시각장애인이 독서를 하기 위함에 있어서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아쉬움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지 파일만 봐도 그렇다.

 

시각장애인과 독서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제작하는 책, ‘대체도서’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음성도서이다. 책의 내용을 음성으로 낭독하여 녹음파일로 제작한 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여 책의 내용을 ‘들으며’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둘째, 시각장애인 전용 입력 방식인 데이지 파일을 통해 제작하는 전자도서이다. 즉 책의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서 컴퓨터 파일로 제작하여, 시각장애인이 점자정보단말기의 점자 또는 음성을 통해 읽을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점자도서로, 이는 단어 그대로 점역사가 책의 내용을 점자 형태로 제작하는 형식의 도서이다. 점자도서는 종이나 파일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하는 확대도서이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희망하는 글자크기와 글자체 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포인트로 확대하여 책을 제작하는 것이다.

 

 
   
▲ 점자정보단말기로 전자도서를 읽고 있는 시각장애인
 
 

전자도서의 문제점

위 네 가지의 대체도서 중 전자도서는 제각과정과 기간, 시각장애인의 이용과 접근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비롯하여 시각장애인 관련 복지관이나 협회에서 많은 도서를 전자도서로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A라는 책을 읽고자 할 경우, 국립장애인도서관이나 넓은 마을, 아이프리 등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해당 도서가 있으면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반면 신간도서나 개정판 등의 이유로 아직 전자도서로 제작된 도서가 없는 경우, 대체도서로의 제작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대체도서로 제작하고자 하는 도서가 소설인 경우, 책의 대부분이 활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른 도서에 비해 전자도서로의 제작기간이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전공서적이나 만화 등의 경우에는 책에 등장하는 표나 그림, 그래프 등은 시각장애인이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자도서로 제작하는 데에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즉 시각장애인은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그 책이 전자도서로 제작돼 있지 않은 경우 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히 시각장애학생이 대학에서 수업시간에 필요한 교재를 대체도서로 제작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수업계획서에 나와 있는 주교재를 확인하고 개강하기 전 미리 대체도서 제작을 요청했으나 정작 수업에서는 다른 교재를 사용하는 경우, B라는 과목의 주교재로 2018년 제작된 대체도서를 받았지만 정작 수업에서는 2019년 개정판을 주교재로 사용하여 다시 대체도서 제작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 개강 후 바로 대체도서 제작요청을 했던 도서가 중간고사 1주일 전에야 제작되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험공부를 할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 등 시각장애학생 본인의 실수나 잘못이 아님에도, 원활한 학습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자도서로 제작하여 완성되는 대체도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데이지 파일’이다. 하지만 이 데이지 파일은 시각장애인의 도서에 대한 정보접근을 ‘디지털화’한 것이지,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는 않는다.

비장애인은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체크를 한다. 메모를 하기도 하고 밑줄을 긋기도 한다. 하지만 데이지 파일로 책을 읽는 시각장애인은 그런 방법의 독서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대체도서로 전자도서를 제작할 경우, 데이지 파일보다 ‘한글파일’로의 제작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대체도서를 한글파일로 제작할 경우,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체크, 즉 ‘편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폰 보이스오버로 책을 읽고 있는 시각장애인

하지만 한글파일로 대체도서를 제작할 경우, 최근 자주 언급되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도서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책의 내용이 변경되거나 편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언상으로는 시각장애인이 한글파일로 된 대체도서를 읽으면서 편집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에 위반된다거나, 도서 저자의 저작권 또는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한글파일로의 제작을 꺼려하는 기관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지, 도서 저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용도의 ‘편집’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독서 접근 방법

시각장애인을 위해 대체도서로 제작하는 전자도서는, 이미 국제 표준 규격인 데이지 파일로 제작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몇몇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일부 기관에서는 텍스트파일이나 한글파일로 전자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보안을 위해 해당 파일에 암호를 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데이지 파일이나 한글파일 중 어떠한 형식으로 제작한다고 해도, 제작되기까지 시각장애인은 무한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강완식 팀장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이나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전자도서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사실 일반 사회에서도 굉장히 많은 전자도서를 만들고 있다”라고 하며, “알라딘이나 리디북스 등 다양한 곳에서 전자도서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곳이 굉장히 많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해서 이용하기에는 많이 불편하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 표준화하여 시각장애인들도 일반 도서 서비스에 접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라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젠 굳이 종이책을 사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편리하게 ‘전자도서’를 읽을 수 있는 시대다. 각종 사이트에서 전자도서를 제작할 때, 처음부터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접근성도 고려하여 제작한다면 훨씬 편리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조금 더 전문적인 도서를 접할 수 있게 되므로 효과성을 도모할 수 있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이나 여러 기관에서 굳이 대체도서를 제작하지 않아도 되므로 효율적이기도 하다.

 

   
▲ 함께걸음 8월호 한글파일 일부

저작권법에 있어서는 시각장애인 등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외적 조항이 필요할 것이다. 굳이 저작권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도서 저자의 저작권’을 내세운다면, 시각장애인이 가지는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권리, 독서를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 독서를 통해 정보에 접근할 권리, 독서를 통해 문화를 향유할 권리 등은 어떻게 보호받는가.

뿐만 아니라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로 전자도서나 각종 인터넷 기사를 읽을 경우, 작은 글씨의 내용을 복사하여 메모장이나 한글파일에 원하는 크기만큼 확대·붙여넣기하여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원문 내용이 변경되기 마련인데, 순수하게 ‘읽는’ 목적만 있음에도 이 역시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사용 또는 편집된다는 즉,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행위일까?

바야흐로 글로벌시대, 디지털시대,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시각장애인 등 정보접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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