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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동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제받나
배용진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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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승인 2019.09.09  1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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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약 2년 뒤 그가 돌아오자 회사는 그에게 전과 다른 업무를 맡겼다. 장애가 생긴 그가 하기에 더 알맞다고 판단한 일이었다. 회사의 판단과는 달리 A 씨는 장애로 그 일을 하기 어려웠다. 몇 개월을 참다가 애로 사항을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이 필요하지 장애인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답을 들었다. 다시 몇 개월이 흐른 뒤 어려움을 토로하자 선택지 하나를 받았다. 사고 이전 업무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장애로 할 수 없는 일을 맡지 않은 대신, ‘할 수 있는 업무’ 상당수는 그가 해야 했다. 동료 보다 객관적으로 일이 많았다. 업무량 조정을 요청했고, 거절당했다. 회사 시스템상 조정이 쉽지 않았다. 수년에 걸쳐 몇 차례 같은 요청을 했지만 회사는 시스템을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다. 다른 직무에 공석이 생기자 이번엔 직무 변경을 신청했다. 자격은 충분했고 사정도 다시 한번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청과 거절을 반복하는 사이 상급자에게는 미운털이 박혔고, 동료들은 등을 돌렸다. 회사에서 그는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 자신들의 일을 늘게 할 수도 있는 존재였다.

B 씨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로 입사했다. 주 업무는 웹디자인이었다. 타 부서 디자이너가 경력을 인정받아 호봉에 반영된 사실을 알고, 자신의 경력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회사는 세 차례 전보를 보내면서 그에게 웹디자인과 관계없는 일을 맡겼다. 장애로 타자를 치기 어려운 B 씨는 할당량을 잘 채우지 못했다. 동료는 “출근한 보람은 있어야 하지 않냐”라고 비아냥댔다. 문제 제기 끝에 전보된 팀 내에서 웹디자인 업무를 일부 하게 됐지만, 동료들은 여전히 타자 치는 일을 강요하며 그를 따돌린다.

 

고민 없는 장애인 직무 배치

직장에서 문제를 겪는 장애인은 어디에서 도움받을 수 있을까.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는 부당한 대우나 고용·임금 차별 등 노동문제에 관해 전화·온라인·방문 상담을 한다. ‘장애인 노동자와 사측 사이의 중재’가 센터의 역할이라고 밝힌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 조호근 소장은 낌새가 느껴지면 즉시 상담받을 것을 권장했다. “사측과 부딪히기 전이나 부딪힌 초기에 상담을 시작해야 중재할 수 있는 부분이 남는다. 상황이 악화해 서로 감정이 상한 뒤라면 국가인권위원회나 노동청 노동위원회, 법원을 통한 해결 위주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

위의 두 사례는 이미 갈등이 오래 지속됐다. 시작은 장애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무를 맡은 것이다. 만약 회사에서 신경 써서 직무를 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였다. 조호근 소장은 “기업은 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장기간 일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장애인은 가장 효율적인 곳에 배치하려고 노력하면서 장애인은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니 일단 뽑고 본다”라며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라면 기본적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의뢰해 직무 분석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큰 기업도 그 사실을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취업에만 집중해 온 공단, 이제 그 이후를 봐야 할 때

조 소장이 언급한 ‘직무 분석’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서 하는 ‘통합고용지원 서비스’의 일부다. 통합고용지원서비스는 사업장의 고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장애인을 고용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공단 취업지원부 강혜승 부장은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신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이 서비스를 잘 활용하지만, 기존 기업은 서비스를 받아도 활용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발표 전 명단에 오르는 걸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명단 공표에서 제외되려면 세 가지 기본 요건과 한 가지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통합고용지원서비스 신청은 추가 요건에 해당한다.) 그는 “공단에서도 기업 담당자와의 신뢰 관계 형성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원래 목적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라며 “TF팀을 꾸려 서비스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공단에는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려고 장애인을 일정 비율 고용하긴 하지만 불합리하게 업무를 분담시킨다’는 점을 들어 ‘취업 후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사하지 않도록 돕는 사업이 공단에 필요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최근 비슷한 요구를 몇 차례 받았다는 강혜승 부장은 “과거에는 고용률을 높이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장애인은 취업 이후에도 많은 문제를 겪는다. 장애인이 일을 더 잘 그리고 길게 하려면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공단에서는 근로계약 이후 일 년에 걸쳐 세 번 연락을 취하지만 간단한 상담에 그친다. 내년에는 장애인 근로자가 인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지원센터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의 한 활동가는 “늦은 감이 있지만 공단에서 근로자지원센터를 만든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장애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공단이 인권 상담을 잘 진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장애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따돌림은 괴롭힘. 직무 배치는 인사권?

앞에서 소개한 두 사례는 ①장애로 하기 어려운 일이 직무로 주어졌고 ②직무를 바꿔 달라는 요청은 묵살됐으며 ③동료들에게 따돌림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노동자는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직장갑질119 최혜연 노무사는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는 상급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직급이라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우위가 발생한다. 수가 많은 것도 우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폭언은 물론 따돌리는 행위도 법은 금지한다. 괴롭힘 사실을 안 사용자는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는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 이동을 강요하는 것을 괴롭힘 행위의 한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하기 어려운 일을 직무로 준 뒤, 직무를 변경해 주지 않는 것도 괴롭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최혜연 노무사는 “특정 직무를 명시해 채용한 게 아니라면, 어떤 직무에 노동자를 배치할 것인지는 회사의 인사권에 속한다. 우리 법은 사용자의 인사권을 넓게 인정해주는 편이다. 취업 규칙 등 회사의 개별 규정에 없다면, 노동자가 전직을 신청한다고 사용자가 받아줘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라고 답했다.

 

효율성이 아닌 권리의 문제

법무법인 율석 조석영 변호사/노무사는 노동자에겐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장애가 포함된 경우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재해로 장애가 생겼다면 사용자에겐 조리상 노동자를 배려할 의무가 있다. 또 근로계약 당시 장애인임을 알았다면 업무가 한정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로 하기 어려운 업무를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다.”

부당 해고 등을 당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석영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전문성이 없는 노동위원회가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의무고용은 고용노동부의 소관이라서 생긴 공백이다”라며 “장애인 차별 금지라는 당위성만 말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노동 관련 장애인 차별의 소관 부처를 지정하는 등 법과 제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선 두 사례에서 장애인 노동자는 ‘한 사람 몫’을 해내지 못한다며 폭언을 들었다. 조 변호사는 “비장애인이 키보드로 열 단어를 칠 때 장애인이 장애로 한 단어밖에 못 친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분량의 일을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생산성을 덜 높이더라도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애인의무고용을 효율성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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