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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장애인으로 살아가기
황선연/안면장애인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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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승인 2019.09.19  0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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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딜 가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예전에는 감추듯 부끄러워하던 성형 수술도 이제는 자유롭고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형 수술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10년째 알고 지내는 한 언니에게 한 번씩 근황이 담긴 사진을 보내주면 언니는 늘 저에게 ‘성형 미인’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래 언니 말이 맞아’ 하고 웃으며 대답합니다. 저는 성형 수술의 힘을 빌려 조금 더 예뻐진 사람이 맞으니까요.

 

우주복에 붙은 불

제 고향은 시골 산골 마을로,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늦가을 어느 날, 부모님은 논두렁을 불로 태우기 위해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세 살이었고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였습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면 항상 저를 돌봐 주던 분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일이 생겨 돌봐 주지 못하게 됐습니다. 고민하던 부모님은 일을 미룰 수 없기에 저를 일터로 데려가 한쪽에 두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호기심 많던 저는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중불이 있는 근처까지 갔고, 옷에 불길이 붙었습니다. 나일론 소재의 우주복을 입고 있어 불은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그로 인해 손과 얼굴에 크게 화상을 입었습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당시 의료 기술로는 별다른 치료를 할 수 없어 입원 치료 후 약을 받아 집으로 왔다고 합니다. 약을 발라 치료하면서 뚝뚝 끊어지는 손가락을 보며 부모님은 한참을 우셨다고 합니다. 눈, 코, 입이 일그러졌고, 왼 손가락은 모두 녹아 붙었고, 오른 손가락은 한마디 정도 남기고 모두 녹아 붙었습니다. 부모님은 후회와 자책, 절망의 시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이어져 건강하게 회복된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쌍해하고, 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 그리고 뛰어가는 친구들

제가 걸어가는 곳, 타고 있는 차, 함께 하는 공간에는 많은 사람의 시선과 속삭이는 이야기들이 저를 따라다닙니다. 불쌍해하는 사람, 놀라는 사람, 놀리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건 ‘쯧쯧’, ‘아이고, 어쩌다 그랬어요’라며 불쌍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말들은 지금도 듣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만 원짜리를 주머니에 넣어 주고 내린 아저씨, 식당에서 친구와 밥 먹고 있는데 저희 테이블까지 계산해 준 분. 당황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돈도 잘 썼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향해, 무엇을 위해 베푼 친절이었을까요?

저를 보고 놀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등학생 때 봉사 동아리를 하며 ‘사랑의 열매’를 판매한 일이 기억납니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어떤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사랑의 열매 하나 사세요.” 상대방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순간 저는 무언가 대단히 잘못한 사람처럼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저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저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반면 상대적으로 저를 놀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어릴 땐 친구들이 ‘괴물’이나 ‘외계인’이라고 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대놓고 놀리는 사람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판단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린 시절 참 많이 들었던 말이 “손이 저래서 뭘 하겠어?” “얼굴이 저래서 어디 가서 사람 구실이라도 하겠어?”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걱정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포장된 말들에 자존감은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은 다르게 봐주길 바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무단히 애썼습니다. 칼질, 가위질, 타자 치기 등 사람들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에 도전하고 연습했습니다.상대방이 저에게 먼저 다가오지 못하는 점을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먼저 다가가려 노력합니다. 처음 친구들은 저를 보고 놀라워하고 조심스러워합니다. 한발 더 다가가며 말한 제 이야기에 안쓰러워합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고, 밥 먹고, 일상을 지내면 비로소 진짜 친구가 됩니다. 하루는 밥을 먹고 ‘식판 몰아주기’ 게임에서 제가 진 적이 있습니다. ‘또 나를 배려하려나’하고 눈치를 보는데,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식판을 제 앞에 쌓아 두고 매점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럽고,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가 아닌, ‘평범한 친구’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은 끈기가 부족하던데...

사회복지를 전공했던 저는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이 분야에서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를 채용해 줄 곳이 있을까?’ 염려가 컸습니다. 취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곳저곳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전화로 고객들의 문의를 상담해주는 콜센터에 지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고객들과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 중 한 사람이 “타자는 칠 수 있어요?” 라고 물었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끈기가 부족한지 금방 그만두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말에 속으로 얼마나 속상하고 화났는지 모릅니다. 분명히 이야기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모든 장애인이 끈기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비장애인이 끈기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했고, 한 말에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6년여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길이 열려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6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사고로 장애가 생기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저를 따라다니는 시선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장애는 삶의 일부인데 장애 자체가 제 전부가 돼 가능성을 제한하고, 제가 하는 평범한 일이 특별한 일이 되는 일상을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론 지치고 버겁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주어진 삶을 살며 기쁨과 슬픔을 느낍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처럼 모두에게 각자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를 이루고, 또 나라를 이뤄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애씀이, 서로를 인정하는 애씀이 모인다면 조금 더 함께 걷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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