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편집장 칼럼
고독사가 늘고 있다
이태곤 편집장  |  cowalk1004@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69호] 승인 2019.11.04  15:23: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10월 초 주민센터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느냐”는 전화였다. 내막을 알아보니 지난 8월 서울 신림동에서 한 여성장애인이 고독사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전수 조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일종의 안부 전화였던 셈이다. 방문 조사도 없이 달랑 전화 한 통으로 장애인의 생사를 확인하는 행정당국이 한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행정당국도 장애인의 고독사 문제를 인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애인들의 고독사 실태가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는 총 483명으로, 전체 무연고 사망자 5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과 비교해서 80%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작년 장애인 고독사를 장애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가 173명(35.8%)으로 가장 많았고, 뇌병변장애가 79명(16.4%), 정신장애가 52명(10.8%)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100명(20.7%), 서울 98명(20.3%), 부산 46명(9.5%) 순으로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가 많았다. 2017년 통계자료에서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가 없었던 세종, 전북, 제주는 2018년 세종 2명, 전북 16명, 제주 6명으로 새롭게 나타났다. 그리고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의 중노년층 장애인들이 고독사에 취약했다.

실태를 보면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장애인이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는 경우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농어촌보다 대도시에 사는 장애인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오래 전 알고 지내던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 가족과 인연이 끊겼고, 젊어서는 혼자 살면서 신발 만드는 공장에 다니고 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결혼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일만 하면서 혼자 살다가 나이가 들고 질병을 앓게 되자, 주변 지인들에 의해 한 장애인 미인가 시설에 보내졌다. 그는 그곳에서 임종을 맞았고 시신은 무연고자로 처리돼 화장됐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쓸쓸한 삶과 죽음이다. 그이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가족이라는 인연을 맺지 못해 혼자 외롭게 살다가 죽어가는 장애인이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특성상 장애인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에 의해 버려지거나, 장애가 이유가 돼 결혼을 하지 못해서 혼자 산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편견으로 인해 결혼이 힘든 현실을 국가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혼자 사는 장애인들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은 정부 잘못이다. 장애인 고독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사회안전망 부재이기 때문이다.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마련되어 있다면 장애인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 비장애인들도 가족 해체를 겪는 시기에 더 이상 가족이 고독사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작년에 고독사한 장애인의 숫자가 재작년에 비해 무려 80%나 증가했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65세 이상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이 제도화 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고독사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정부 차원에서 혼자 사는 장애인 실태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무런 대책마련도 검토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고독사한 장애인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내년 이맘 때쯤 발표될 올해 장애인 고독사 실태가 두렵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물질적 변화보다 중요한 건 국민 모두의 인식개선입니다
2
발달장애인의 권익증진을 위한 “IT UP 협약식” 체결
3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기타를 치려고요”
4
밀알복지재단, 한국마사회 인천부평지사에 감사패 전달
5
아르브뤼코리아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전시회 연다
6
누구를 위한 편의시설인가
7
연세디지털교육원,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맞춤형 실용음악학과 개설
8
정신장애인, 삶의 문제에 예민한 사람들
9
한국유엔봉사단, ‘2019 대한민국 봉사대상’ 개최
10
한국유엔봉사단, ‘2019 대한민국 봉사대상’ 개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함께걸음 제호: 디지털 함께걸음  |  우)07236 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2007년6월26일 | 발행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김성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