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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수어?’ 수어입니다!고요 속의 대화
노선영/작가, 청각장애인  |  souldea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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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승인 2019.11.25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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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에서 ‘수어’로

농인(청각장애인)의 손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가 무엇일까요? 아마 보편적으로 ‘수화’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써온 ‘수화’와 최신 용어인 ‘수어’라는 의미의 차이에서 많은 분이 헷갈려 합니다. 2016년 2월 3일, 농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며 한국수어도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았습니다. 수어는 다른 음성 언어와 마찬가지로 자연 언어에 속하므로 음운론, 행태론, 통사론 등이 존재하며 음성 언어의 모국어 습득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습득됩니다. 국립국어원까지 협력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니, 수어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된 일이 있었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언어로 인정받지 못한 ‘수화’ 농인의 한과 설움 그리고 옛 틀을 벗어나자며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인식돼 온 ‘수화’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수화언어’로 하자” “기존대로 수화로 통용하자” “수어로 하자” 이런 주장들이 나왔고, 정식언어인 ‘수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약간의 잡음이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수화’라는 단어를 계속 읽어서 그런지 바뀐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필자의 두 번째 책 <고요 속의 대화>에서도 수화를 쓸지, 수어를 쓸지 많이 고민했고, 기존에 썼던 수화를 수어로 바꾸자니 문맥이 이상해 보이기도,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내용까지 어색해져 탈고 작업이 한 달 정도 밀린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어’가 오히려 언어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수화’라는 단어가 마치 옛날의 케케묵은 단어같이 느껴집니다.

 

하나의 언어로서 수어

유럽과 미국 등 복지 선진국은 2~30년 전에 이미 언어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문화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아프리카 같은 경우 셀 수 없이 많은 종족 집단이 모여 살아가고 있어 수어가 통일되기 쉽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고유의 수어를 연구하는 기반이 부족한 데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미국 수어(ASL)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미국 선교사들이 프리카에 와서 성경을 미국 수어로 선교하다 보니 생겨난 일이라고 합니다.

 

   
 

토고, 세네갈, 카메룬, 남아공 같은 나라는 프랑스 수어를 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고 수어 연구가 활발한 나라가 프랑스인데요. 참고로 미국 역시 프랑스 수어 시스템을 가지고 와서 시작했습니다. 언어가 한번 배포되면 그 언어를 계속 쓰게 되는 특성으로 인해 변경이 쉽지 않습니다. 한 국민이 고유의 언어를 유지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행히도 현재 아프리카 고유의 수어를 지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인다고 합니다.

한국수어는 일제강점기부터 제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연구와 기반이 부족해 일본 수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수어와 한국수어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예컨대 ‘감사합니다’라는 수어도 같은 손 모양이지만 뉘앙스는 다릅니다. 일본 문화는 매사에 예의를 갖춰서 딱딱한 느낌인 반면, 한국은 자유로운 느낌입니다.

10년 전 도쿄에 갔을 때, 일본 농인들을 만나 수어로 소통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 농인 친구에게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수어로 말하니, 똑같아서 신기했습니다. 당시는 10년 전이라 한국수어 연구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고 더군다나, 일본처럼 수어가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비슷할까? 의구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슬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1950년대 한국은 복지 분야에서 힘없는 나라였고, 수어 연구 기반도 매우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수어를 그대로 보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수어가 일본수어와 비슷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수어가 정식 언어로 인정받고 있으니 일본수어를 따라하기보다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담긴 수어가 나오길 바랍니다.

 

수어통역은 농인의 알 권리

수어가 언어로 인정받으면 좋은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이미 수화언어가 법적으로 인정받아, 학계 연구를 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정책 발표나 기자회견 시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방송에 내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현장에서도 수어통역사를 파견해 텔레비전에 50%의 비율로 크게 나옵니다. (한국 수어 방송은 작은 원형 안에 있어서 약간 답답합니다.)

이렇게 배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농인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숫자지만,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니 수어통역사를 ‘당연히’ 배치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 역시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오는 11월부터 주요 정책 발표 등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발표 등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은 수어에 대한 인식이 낮고 농인들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지만, 정부의 수어통역사 배치가 수어의 위상과 농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면서 수어와 농인이 겪는 차별을 줄일 수 있는 작은 시발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한국도 방송에서 선진국처럼 수어통역사의 모습이 50%의 화면을 차지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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