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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 목소리다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 통과
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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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승인 2020.01.08  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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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 160여 개의 법안이 통과됐다. 통과된 법안들 중에는 윤소하·이명수·맹성규·김승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4건의 법률안을 취합하여 보건복지위원회로 제안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 중에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체계에서 ‘시청각장애인’이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1968)’로 대표되는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시청각장애를‘Deaf-Blind’라는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규정하고, 그 유형과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매년 열리는 ‘시청각장애인 전국대회’가 2019년 기준 ‘무려’ 38회를 맞이했다. 그만큼 시청각장애를 시각장애도, 청각장애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애유형으로 일찍부터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존재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법체계에 처음으로 그들이 가진 장애유형이 언급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통과된 개정법률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개정안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통과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에서 ‘시청각장애’가 언급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현행 개정안
제22조(정보에의 접근) 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각장애인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점자도서와 음성도서 등을 보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⑤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시각 및 청각 기능이 손상된 장애인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점자·음성도서, 점자정보·무지점자단말기 등 의사소통 보조기구를 개발·보급하고,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전문인력을 양성·파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5조(장애 유형·장애 정도별 재활 및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 등) ② (신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재활·의사소통·보행·이동 훈련, 심리상담, 문화·여가활동 참여 및 가족·자조모임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제22조의 경우, 현행 시각장애인의 정보에의 접근을 규정한 조항에 시청각장애인을 추가했다. 이는 시청각장애인을 시각장애인의 연장선 또는 시각장애인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장애 유형으로 간주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말해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은 결코 같지 않다. 시각이 모두 손상된 전맹의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일 경우,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음성도서는 청각에도 손상이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올바른 정보에의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공익사단법인 두루에서 장애전담 변호사로 일하는 이주언 변호사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는 별도로 유형이 나뉘어 있는데, 시청각장애는 제22조 제5항에 갑자기 등장하니까 시청각장애만의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라며, “개정안 대로라면, 시청각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중에서도 제22조 제5항, 제35조 제2항만 직접 적용된다. 차라리 시청각장애가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들어간다면 장애인복지법을 전부 다 적용받을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이 아쉽다”라며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이주언 변호사

또한 신설된 제35조 제2항의 경우, 시청각장애인의 직업재활과 의사소통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담기관을 설치 및 운영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신설 조항은 ‘시청각장애인’만을 단독으로 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전국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설립·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이제 제35조의 제2항을 근거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담기관을 설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의 Deaf-Blind Association, 헬렌켈러 센터 등과 같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관이 국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설립될까.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한국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한국헬렌켈러 센터? 그 간판이 무엇이든, ‘시청각장애인’을 주체로 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선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법안의 통과를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법에서도 ‘시청각장애’가 언급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쉬움도 존재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다른장애유형의 연장선상에 추가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는 게 아니라, ‘시청각장애’ 자체를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 유형처럼 하나의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추가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청각장애에 대한 연구(시청각중복장애인(Deaf-Blind)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를 한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박사는 “시청각장애를 하나의 법정 장애유형으로 인정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틱장애 등 현행 15가지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않은 유형도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장애에 대해 어떻게 지원하고 서비스를제공할지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이젠 장애 유형보다는 개인의 욕구에 맞는 지원을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현재의 흐름에서 본다면 ‘시청각장애’가 법체계에서 언급된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사자의 목소리 반영이 가장 중요

이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 위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주언 변호사는 “개정된 법률안을 보면 ‘~노력하여야 한다’,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조항을 끝내고 있다. 엄연히 따지면 ‘~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와 같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정하기 위한 내용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 규정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법에서 시청각장애가 등장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로 인정하고 세밀하게 접근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게 된다면 장애 특성을 잘 이해하고 방향성을 잡을 수 있도록 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제35조에 신설한 시청각장애인 관련 조항을 보면, 시청각장애인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도록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전담기관의 운영주체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시청각장애인 관련 기관인 만큼 당사자가 주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 시각장애 또는 청각장애 관련기관이나 제3의 기득권 단체가 운영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시청각장애인이 장애특성상 의사소통과 통역 등에서 다른 장애 유형보다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편견’이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서해정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법이나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만들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전달체계를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시청각장애인 관련 전담기관을 만들더라도 거기에 운영비를 얼마 정도 주는 것으로 이 법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라며, “그래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들더라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청각장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시청각장애 당사자들이 간담회 등을 통해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반영될 내용의 의견을 모으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만들고 방향을 잘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해정 박사

무엇이든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시청각장애 관련 전담기관을 시각 또는 청각장애 관련기관에서 담당하게 된다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관임에도 제대로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애초에 시청각장애를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 비슷한 장애로 간주하는 잘못된 접근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각이나 청각장애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시청각장애를 지원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시청각장애’를 보지 않고 ‘시각이나 청각장애’를 먼저 보면서 접근하기 때문에, 시청각장애 당사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 매뉴얼이 마련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시청각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손잡다’ 조원석대표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조직을 배제하고 기득권 장애인단체나 장애관련 민간단체, 공공기관 또는 전문가단체와만 소통하여 정작 담아야 할 내용을 담지 못한 왜곡된 정책이 시행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다”라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제정한다면 직접 적용을 받는 당사자인 만큼, 제정의 과정에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조직이나 단체와의 소통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4월 20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청각장애’라는 용어가 법체계에서 언급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날이다. 실제 발의한 용어는 ‘시청각장애’지만, 애초 준비했던 용어는 ‘시청각중복장애’였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중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중복’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애 유형이라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시청각장애’라는 용어로 발의된 것이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Deaf-Blind’라는 용어 속에도 ‘중복’이라는 의미는 담겨 있지 않다. 그만큼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다.

   
▲ 조원석 대표

헬렌 켈러처럼 어렸을 때 시각과 청각을 한꺼번에 손상하는 경우로만 시청각장애인이 되지 않는다. 시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청각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청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시각장애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원인으로 시청각장애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원인으로 시청각장애인이 되더라도,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나 서비스로는 결코 시청각장애인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이는 당사자뿐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들의 욕구에 맞는 지원을 당당히 받을 수 있도록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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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체계가 올바르게 잡히길 ...
(2020-01-08 2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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