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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함께걸음'을 시작하며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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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20.01.28  09: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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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박관찬 기자는 <함께걸음> 2018년 3월호부터 1년간 ‘소수장애인’이라는 꼭지에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어요. ‘시청각장애’가 어떤 장애인지 설명하고,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축구를 하고 첼로를 연주하고 미용실을 가는 등 누구에게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조금은 ‘다르게’ 그것들을 하는 모습을 글로 담았죠. 그래서 1년동안 <함께걸음> 독자들에게 ‘시청각장애’를 알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했어요. 2019년 4월부터 <함께걸음> 기자가 되면서 ‘소수장애인’ 칼럼 기고가 중단되었지만, 이젠 ‘박기자의 함께걸음’이라는 새로운 꼭지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려고 해요. 기자로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들을 가능한 생생하게, 하지만 시청각장애로 인해 보고 듣기 어려운 시점에서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관점으로 글을 연재해보려고 해요. ‘박기자의 함께걸음’은 <함께걸음> 잡지의 지면에는 실리지 않고, 인터넷과 페이스북에서만 볼 수 있어요.

 

시청각장애가 있는 기자

<함께걸음> 기자가 된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앞으로 박 기자님의 기사는 꼭 찾아서 읽겠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듣기에는 분명 기분좋은 말이죠. 아직은 제가 기자로서 부족한 면이 많고 경험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주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바로 제가 ‘장애인 당사자’ 기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신경위축의 원인으로 저시력과 고도난청의 특성을 가진 시청각장애인입니다.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시청각장애’가 많은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어요. 정확히 언제부터 장애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조기교육이 뭔지 아세요? 바로 ‘글짓기’랍니다. 글짓기를 배웠던 덕분에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과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교내 백일장이나 글짓기 대회에서 자주 입상을 했어요. 글의 문장을 구성함에 있어서 ‘논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려서부터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예를 들어 물병에 물이 반 정도 담겨있을 경우, 그것에 대한 표현을 긍정적으로 한다면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구나!’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한다면 ‘물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네.’라고 표현할 수 있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웠던 글짓기 교육이 현재 <함께걸음> 기자로서 기사와 칼럼을 쓰는 데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항상 체감하고 있고, 이런 세련된 교육의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게 되네요.

저의 장애를 ‘저시력’과 ‘고도난청’이라는 단어로 특정했지만, 솔직히 저의 장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스스로도 늘 고민이 되고 어려운 일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병찬아’라고 부르는 것을 ‘관찬아’라고 잘못 알아듣기도 했고, 어쩌다 ‘딩동’하는 초인종 소리를 들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과 대화를 하려고 해도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요즘도 출퇴근길에 종종 mp3를 들어요. 젝스키스의 노래를 들으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분명 그 노랫소리도 사람 목소리인데 말이죠. 젝스키스가 활동할 당시에 제가 조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소리를 기억하고 들어내는 걸까요? 그런데 mp3에 있는 젝스키스 이외의 가수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무슨 노래인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아무튼 제가 전혀 듣지 못한다는 건 아닐텐데, 바로 옆에서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도 못 듣는 걸 보면 또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고도난청’이라고 하게 되네요.

   
 

눈은 식탁에 앉으면 바로 건너편의 사람 얼굴 윤곽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요. 글씨도 크게 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한 어플로 보고 있어요. 폰의 화면을 세 번 연속해서 터치하면 제가 터치한 그 부분의 화면이 확대되는거죠.

‘시청각장애’라고 하면 전혀 보지도 못하고 전혀 듣지도 못하는 유형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반대로 저처럼 조금 볼 수도 있고 조금 들을 수도 있는 유형도 있어요. 잔존시력과 잔존청력으로 조금이라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시력과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는 청력에 의존하여 현재 <함께걸음>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보접근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의 직업 특성을 고려한다면, 보고 듣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어요.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원과 인터뷰를 할 때, 녹음을 해뒀다가 나중에 기사를 작성할 때 해당 내용을 재생해서 기사를 씁니다. 저는 근로지원인의 문자통역을 받고 그 내용만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취재원이 하는 말을 문자통역으로 백퍼센트 다 전달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고, 문자통역은 제가 질문한 말에 대한 상대방이 대답한 내용만 있으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을 때는 인터뷰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야 하죠. 또 ‘문자’로 입력된 내용만 보기 때문에 취재나 인터뷰의 ‘현장감’이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한다고 해서 저도 반드시 그것을 따라할 필요는 없겠죠? 기자들이 녹음한다고 저도 그렇게 해야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요. 기자들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사화하듯이, 저도 보고 들은 내용을 기사화합니다. 다만, 조금은 덜 보고 덜 듣기 때문에 기사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소재에 대한 기사라도 기자들마다 관점과 기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듯이, 저도 저의 관점에서 기사를 쓰는 거죠. 그리고 저는 다른 기자들에게는 없는 ‘장애인 당사자성’이 있습니다. <함께걸음>에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하기에,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은 게 저의 꿈이에요.

 

‘박기자의 함께걸음’ 100회 연재가 목표

어느덧 경상도에서 서울로 이사온지도 1년이 지났네요, 이젠 서울시민이 다 된 것 같아요.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데에 어느새 길들여진 듯,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유유히 빠져나올 줄도 알아요.

일주일에 한번은 퇴근 후 수어를 배우고, 장애인법판례 스터디도 하고, 주말에는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인 첼로를 연주하고, 휘트니스에도 가요.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에 올라가면 반드시! 꼭! 5킬로미터는 죽자사자 달려야 내려올만큼 체력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시청각장애인치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죠? 시청각장애는 물론,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없어요. 그저 조금은 다를 뿐인 거예요.

   
 

비가 오는 날 창가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첼로를 연주하면(소리를 못들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그만큼 첼로소리가 비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제가 감수성이 풍부해서인지 첼로 외에도 저의 감성을 잘 건드려주는 것은 정말 많아요. 저는 아직도 동요 ‘퐁당퐁당’에서 가사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부분을 흥얼거리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져요. 어쩌면 이 동요를 부를 당시엔 제가 비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잊지 못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죠?

앞으로 제가 <함께걸음> 기자 외에도 첼로를 연주하는 등 다양하게 하는 활동들과, 취재 등 여러 목적으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박기자의 함께걸음’에 하나씩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박기자의 함께걸음’이 하나의 코너로서 독자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기자의 함께걸음’ 100회 연재를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0년에도 <함께걸음>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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