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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은 코로나19에 어떤 증상이 있는지도 모른다기자 칼럼
박관찬 기자  |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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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20.03.02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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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13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손잡다,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원심회, 에이블 업가 참여한 가운데 ‘코로나19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말에 외출할 일이 있어 장애인콜택시를 접수했는데, 바로 배차가 됐다. 그것도 택시가 우리 동네에 있다고, 5분 내로 도착한단다. 외출해서 볼일을 마치고 다시 장애인콜택시를 접수했을 때 온 문자에 적힌 대기자 수는 달랑 ‘2’명, 역시 금방 배차가 됐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로또콜’이라고 불리는 장애인콜택시가 이렇게 배차가 잘 되긴 처음이다.

장애인콜택시 배차가 잘된 데에는 ‘로또’처럼 운이 좋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장애인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유형의 장애인들이 얼마나 답답함과 불안함 속에서 지내고 있을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 혼자 병원으로의 이동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소리를 듣지 못함에도 문자나 수어통역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청각장애인, 보지도 듣지도 못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을까?

그래서 최근 서울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나 행사가 일체 자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3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어려움을 밝히며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기자회견은, 이들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TV나 인터넷 등 정보매체에의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간으로 전하는 상황 브리핑과 긴급재난문자로 전달되는 안전수칙이나 신고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냉정히 판단해본다면 시청각장애인 중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시청각장애인은 정보접근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유형의 최중증장애인이다.

‘시청각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손잡다(아래 손잡다)’ 조원석 대표에 따르면, 손잡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자조모임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몇 주째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조모임은 여타 예배나 집회, 각종 자조모임의 중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모임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들에게는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유일한 삶의 낙이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터치할 수 있다고 해도 음성으로 전해주는 기능을 들을 수 없어서 등 시청각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시청각장애인들은 ‘직접’ 상대방을 만나야만 소통이 가능하다. 서로의 손과 얼굴을 만지며 ‘촉수어’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고, 하고싶은 말을 상대방의 손바닥에 글로 적으며 ‘손바닥 필담’으로 소통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며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게 자조모임의 한 장면이다.

그런 그들에게 자조모임이 중단되면서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코로나19 사태에서 무사한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클까.

얼른 자조모임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아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재난문자에 나온 ‘1339’라는 번호로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몇 명이나 될까? 있다고 해도 원활한 전화통화가 쉽지 않고, 혼자서 병원으로의 이동은 물론이거니와 병원에서의 접수와 진료, 격리 등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 모든 과정을 다 감안한다면, 증상이 있는 것 같아도 제대로 된 지원이 부족하여 신고를 하지 못하고 활동지원사의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시청각장애인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젠 필수품이 되어 외출 시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조차도, 약국으로의 이동과 인터넷의 원활한 사용이 어려운 시청각장애인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일지도 모른다.

이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안내문자 뿐만 아니라 점자나 확대문자로 인쇄된 안내 자료의 제공,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통역사를 동반한 안내 요원의 방문 제공,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실시간 브리핑 내용을 문서화한 컴퓨터 파일로의 제공, 시청각장애인 가정에의 마스크 제공 등의 대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

메르스, 지진, 산불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재난과 재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 빠질 때마다 그에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크고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시청각장애인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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