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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변화’를 위한 다짐으로 2020년에 임하겠다[특별기획]장애인권, 권리, 대안의 2020년 전망
채지민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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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호] 승인 2020.03.04  11: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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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해가 뜨고, 하루가 지나면 해가 지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인간사 모든 일이 그렇게 순리대로 움직이고 연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고 나도 한밤중이고, 애써 깨어나도 새벽이 멀기만 한 이들이 있다. 싸우고 투쟁해야만 아침햇살을 기대할 수 있는 이들의 몸부림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번 호 <함께걸음>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한다. 2020년 총선과 2년 후 대선을 앞둔 장애인권운동의 방향성과 과제를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핵심 단체들의 의견을 여기에 기록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뇌협),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발바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전장야협), 이 여섯 단체가 대한민국 장애인권운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함께 증언한다.

 

개혁은 오히려 정부가 뒤집고 있다

전장연 “31년 만의 장애인 정책변화라고 문재인정부 스스로 자평했을 정도로, 2019년은 한국 장애인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될 순간이었다. 전장연은 2018년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맞서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전선을 중심으로 투쟁했으며,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통해 명확한 예산반영이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허구를 폭로했다. 3·26전국장애인대회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1박2일 동안 강도 높게 노숙투쟁으로 진행했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시행일인 7월 1일엔 역사적인 ’잠수교 행진‘을 진행했다. 420 때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3대적폐폐지를 촉구하는 장례 퍼포먼스를 진행해, 사회적으로 적잖은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장추련 “장애인차별 상담사례에 대한 주요 대응방법으로 공익소송을 연이어 제기했다. ‘에버랜드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금지 관련 차별구제청구소송’, ‘영화 관람에서 시청각장애인 정당한 편의제공 차별구제청구소송’,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망 손해배상청구소송’, ‘지하철역사 리프트 차별구제청구소송’, ‘메르스 사태 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 ‘선거과정에서 활동보조인 투표보조 제지 헌법소원청구’, ‘당사자 동의 없는 상속배제로 인한 차별관련 소송’, ‘1층이 있는 삶,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 ‘성년후견제도 중 성년후견유형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등 장애인차별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자협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은 장애인운동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진보적 장애인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이동권, 교육권, 활동보조, 탈시설,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 노동권의 투쟁 등을 자립생활운동의 의제로 그동안 확장시켜 왔다. ‘자립생활’이라는 새로운 문명이 도입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 이 사회 안에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 무엇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을 던질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한뇌협 “뇌병변장애인 중 62.2%가 중증장애인으로 중복장애 및 만성질환자가 많아, 생활에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확충이 절실하다. 뇌병변장애인은 전체 장애유형 중 네 번째로 많은데, 그들에 대한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복합·만성질환 등으로 전 생애에 걸친 재활과 치료와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근로활동의 곤란과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외부활동의 어려움은 물론 가족의 돌봄의 부담이 심각하다. 뇌병변장애인들의 의사소통과 접근권, 나아가 인권과 인간평등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이젠 직접적인 공론화로 사회 전체에 질문해야 될 과제가 놓여 있다.”

발바닥 “십일 년 전, 탈시설정책은커녕 ‘탈시설’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당시, 시설을 박차고 마로니에공원으로 나와 서울시를 상대로 탈시설정책을 요구했던 마로니에 8인은 탈시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에 석암 10주년 기념행사가 의미 깊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특히 세계장애인의 날 하루 전에 프리웰 산하 거주시설에서 살아온 서른두 명의 장애인당사자들이 지역사회로 자립하는 큰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대구지역에서도 희망원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탈시설 자립지원 보고대회가 개최되면서,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라는 명확한 전선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전장야협 “작년 3월에 사무실이 서울로 이전했다. 대항로 5층 사무공간에 입주함으로써, 정부 관련 업무 효율성이 증대되고 전국 단체들과의 협력이 크게 강화됐다. ‘평생교육법’ 및 ‘평생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집중했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원장과의 면담, 교육부장관과의 만남 등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왔다. ‘평생교육법’의 개정 취지에는 많은 시도 교육감들이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입법으로 추진되는 과정이 지지부진하다. 일하지 않는 국회 때문에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도 교육부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설득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체계가 잡혀 있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아무리 치열하게 논의하고 투쟁하며 결실을 맺어도, 기재부의 거부로 모든 게 멈춰서야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장연 “2019년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이후 도입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문제점 폭로에 집중했다. 한마디로 ‘점수조작표’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권리’가 아닌, 자신의 ‘무능’을 계속해서 입증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한 활동지원과 주간활동지원 서비스 영역에 있어서,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도 강도 높게 제기하며 싸워야 했다. 그러나 결국 예산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모피아 집단인 기획재정부의 묵묵부답과 정쟁만 일삼는 국회로 인해 아무런 성과도 만들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기재부 앞에서 모든 게수포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이 하라고 했는데, 기재부가 안 하겠다는 이런 뒤집힌 행정이 말이 되는가?”

 

모든 움직임의 해결책은 ‘연대’에 있다

한자협 “종합조사표로 변경되면서 최중증장애인들한테 오히려 활동지원시간이 하락하는 등, 장애등급제 폐지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자부담 폐지, 활동지원 수가의 문제,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 등, 당장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전장연 “올해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1년을 경과하는 시점이자, 국정과제 및 ‘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이행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 제출에 따른 장애계의 민간보고서 발표 및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 또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수립과 발표가 올해 진행될 예정인데, 이 종합계획은 결국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계획의 반영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그 여부는 21대 총선이 어떤 결과로 치러지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에, 장애계를 비롯한 진보운동 진영에선 총선 이전과 총선 이후의 상황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뇌협 “올해는 뇌병변장애인의 권리기반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자체 장애인의사소통권리에 관한 조례’ 제정, ‘장애인의사소통접근법’에 관한 법률 제정 제안을 위한 진보장애인단체 연대체를 제안할 것이다. 뇌병변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완료하고, 지역별 중점사업 발굴과 추진을 실질적인 내용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나타난 뇌병변장애인의 권리침해문제에 대한 대처도 시급한 과제이다. 뇌병변장애인종합지원체계 구축 역시 올해에 집중해야할 사안이다.”

   
 

전장야협 “올해는 지부를 늘리고 활동을 활성화해서, 명실상부한 전국조직으로 개편하는 게 목표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시도별 총선 대응 지역별 순회교육 및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전장야협 참교육실천대회를 7월에 거행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인 업무진행을 위해 사무국 체계를 개편하고, 장애인 평생교육과 관련된 사안을 교육부와 집중 협의할 것이다.”

장추련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1577-1330)’의 활동이 십 년을 넘어섰다. 장애인당사자의 차별에 대한 문의와 지원요청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중앙상담소를 포함해 전국 54개 단체에서 장애인차별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법률 제정과 개정, 정책제도에 대한 제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산적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장추련 차원의 노력 못지않게, 연대가 필요한 사항들도 서로 적극 검토해야 할 일이다.”

발바닥 “장애등급제가 사라진 자리에서, 장애인의 삶이 바뀔 거라는 얼마간의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꿈은 ‘장애인종합조사표’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그 결과는 장애유형별로 더 높은 점수를 확보하기 위한 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모든 장애유형을 한데 모아서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장애인당사자에게 주어지는 서비스 점수를 매긴다는 건 ‘무늬만 장애등급제 폐지’인 사기행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보다 구체적인 연대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장연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을 중심으로 한 ‘탈시설 전선’에 올해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개혁을 강조한 문재인정부에서조차 외면 받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 그 본질은 ‘탈시설-자립생활’과 ‘노동의 권리’이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장애인을 감금하고 사회로부터 배제시켜 온 국가적·제도적 폭력의 실체가 바로 ‘장애인거주시설’이며, 1996년 에바다복지회 사건 이후로도 우리는 그 실체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탈시설 전선’과 ‘노동권 전선’은 정확하게 중증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낙인찍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자, 교묘하게 은폐되고 왜곡됐던 장애인에 대한 폭력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전선을 중심으로 당장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장기적으로는 향후 십 년을 내다보는 아래로부터의 흐름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발바닥 “발바닥은 과거사 사건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의 결의로, 연이은 국회 앞 천막농성과 고공농성이 있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롯해 한국사회의 굵직한 과거사 사건들이 아직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하루빨리 특별법을 포함한 과거사법을 통과시켜, 눈물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과 피해생존자들을 위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권단체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너무 미온적이고, 가장 큰 문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 무능이다. 이번 총선이 그 틀을 깰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한뇌협 “장애인의사소통지원을 위한 노력은 단순히 의사소통보조기기를 주거나, 주변보조기기를 지원해 이를 중재하고 사후 관리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장애인들에게 의사소통은 기본 중의 기본 권리임을 모두에게 일깨워야 한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연계하는 모든 작업이, ‘탈시설’을 비롯한 장애인권운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각 장애유형별로 다른 요구사항들이 있겠지만, 그 중심은 함께 사는 온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모아져야 한다.”

   
 

장추련 “장추련은 개별 단체가 아니라,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권리옹호활동을 진행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이다. 장추련의 활동이 독립돼서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당부분이 전장연과 연결되고 발바닥과 연계되는 것처럼, 장애인권운동은 결국 하나의 지향점을 바라보며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이 분명하다. 다들 지치고 힘들다 해도, 우리를 격려하고 힘을 내게 만드는 건 결국 우리의 연대밖에 없다.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의 운동도, 연대의 정신으로 새롭게 담금질하는 계기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

전장연 “1989년에 전부 개정 및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그리고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 법률’, 이 양대 법안 투쟁의 성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와 ‘고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삼십 년이 됐다. 또한 이명박정부의 ‘장애등급(재)심사’ 제도에 맞서,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전선을 명확하게 만든 지도 십 년이 넘어간다. 문재인정부는 2020년을 맞이하여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자임한 ‘촛불정부’의 개혁과제를 완성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언급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에 있어서 ‘확실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통해, 우리의 손으로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현실 앞에 마주치고 있다. 2020년 올해는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그리고 새로운 십 년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이 마주한 핵심과제가 무엇인지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다. 상황이 극히 엄중함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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