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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초안 리뷰 ③사회통합의 첫걸음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제고
김소영/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국제협력 담당  |  ksy.kof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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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호] 승인 2020.03.06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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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기원

장애인은 오랫동안 부정적인 낙인의 대상이었다. 1930~40년대 독일 나치는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유대인을 학살하였는데, 유대인보다 먼저 학살된 집단은 장애인이었다. 노동할 수 없어 세금이나 축내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존재라는 인식과 맞물려 우생정치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은 놀림거리, 불편한 사람, 모자란 사람, 혹은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거나, 시련 극복의 아이콘으로 그려지는 것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장애인을 신의 저주, 귀신이 들린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는 사실은 놀랍게도 옛날 옛적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중동문화권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의 이야기이다. 장애인은 모든 권리의 주체보다는 수혜자나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모두에게 익숙했고,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가 되어갔다. 장애도 개인의 고유하고 존엄한 특성으로 인정하고, 장애인도 동등하고 천부적인 권리를 지닌 인격체라는 패러다임은 UN이 세계인권선언과 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 인권 문서를 통해 천명한 사실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장애 NGO들이 주창하고 있지만, 장애인 인식에 대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는 부정적인 인식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8조 인식제고 조항에서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및 유해한 관행을 근절하고, △장애인의 능력과 이들의 기여에 대한 인식을 증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 △장애인의 권리와 긍정적 인식, 기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과 △유아기 때부터 모든 단계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 양성 교육과 △위 내용을 언론 기관에 권장할것, △장애인과 장애인 권리에 관한 인식 훈련 프로그램을 장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14년 CRPD위원회가 우리나라에 보낸 최종견해에서도 △인권의 주체로서 장애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견고히 할 것과 △협약의 내용 및 목적에 대해 정부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일반 대중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홍보 및 교육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2018년 보고 전 쟁점목록에서도 위 사항에 대한 조치를 질의하였다.

이러한 CRPD위원회의 권고 및 질의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2019년 3월 UN에 제출한 제2,3차 국가보고서에서 △장애인인식개선교육 의무기관 확대 △교육 이행률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실시 △CRPD 최종견해 이행 수립 계획, 번역, 보급을 통한 CRPD 교육 실시 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NGO연대는 민간보고서 1차 초안을 통해 △온라인 원격교육만으로도 이수가 가능하고 의료적 관점, 장애유형, 배려 방법 등을 나열한, 권리의 주체가 아닌 수혜자로서의 관점에 초점을 맞춰 실효성 없는 의무 교육의 현실과 △CRPD의 낮은 인지도와 홍보 부족 등 형식적인 의무적 교육 시행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장애인식개선 환경 개선을 언급하였다.

NGO연대는 추가적으로 장애인인식개선교육 자체가 장애인을 객체로 대상화하는 제도의 일환은 아닌지, 더 효과적으로 장애인이 지닌 권리를 장애인과 일반대중 등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찰하고, NGO에서 시행한 CRPD 인지도 조사의 결과를 통계 결과에 근거하여 CRPD를 공공기관, 일반 대중, 장애인에게 널리 홍보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또한 범죄나 사고의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 장애를 부각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의 행태들도 예시로 제시하며, 최종견해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당사국의 조치가 매우 미흡함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만연하는 장애인 비하와 혐오, 국가 대책 촉구

나는 최근 SNS에서 ‘장애인’이라는 키워드를 팔로우(공유)했다. 습관처럼 들여다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단체의 활동 소식을 수시로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마주하게 된 것은 놀랍도록 비참한 대한민국 인권 감수성의 현실이었다. 상당히 많은 게시물에 태그(첨부)된 ‘장애인’은 장애인 인권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친구들끼리 놀림을 주고받거나, 비난하고 싶은 상대를 깎아내리는뜻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불거진 중국인에 대한 혐오, 비하 발언과 교차되어 상대방을 비난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1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후천적 장애인이 선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강하다는 등 황당한 발언으로 장애인을 비하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더욱 어이없는 상황은 이를 비판하기 위해 나선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도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가 오히려 장애인이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세간에 빈축을 샀다. 이렇듯 국회의원들의 낮은 인권 감수성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장애인단체는 이때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에 나서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하고, 해당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퇴출하도록 청원도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들은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위의 예시들이 일상 속에 깔려 있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비하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것이라면, 대놓고 장애인을 선택권이 없는 존재, 피해만 주는 존재로 낙인찍고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혐오를 선동하는 댓글들도 많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8년 실시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농성이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 등을 다룬 기사에는 당사자에게 공포와 우울함을 조장하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장애여성의 강제 피임 시술에 실태를 밝힌 뉴스에는 강제피임이 필요하다는 댓글이 달려 이를 읽는 장애여성에게 무력감과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하였다.’라며, 장애인 혐오 댓글이 난무하는 기사를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11년 CRPD위원회에 최초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2014년 CRPD위원회로부터 최종견해를 받기까지만 해도 제8조 인식제고와 관련한 이슈는 장애인식개선교육, 인식개선캠페인 등에 관한 계몽적 형태의 제도 개선에만 머물러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 NGO연대는 장애인 혐오, 비하 발언이 만연하는 오늘의 실태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는 국가의 행태를 꼬집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수단을 강구할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다양한 표현의 수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갈수록 노골적인 차별주장과 혐오발언이 심각해지고 있다. 비단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성별, 성적 취향,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지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별도로 설치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의 행보를 보았을 때 다양한 소수자 그룹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일부 이슈에 밀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가 경시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장애를 대변할 수 있고, 충분한 장애감수성을 지닌 인력을 배정하지 않으면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인권조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을 통한 사회적 소수자 차별, 배제·혐오·비하 표현 퇴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선포하고,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이뤄지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 교육을 통해 국민의 사회적 자정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신속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인식제고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닌, 권리에 기반한 장애 인권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내용들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결단코 연 1회 진행되는 단발성 교육으로 함양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방패막이 삼아 쏟아져 나오는 비하와 혐오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국가적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NGO연대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장애인인식개선에 대하여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공부하고,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탐구하여 제네바에 우리의 단호한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다. A Voice of Our Own!(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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