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장애우시설의 강제불임사건 대안 차지가 우선이다
이현준  |  webmaster@cowalk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1999.09.01  11:13:5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8월 19일 한나라당 김흥신 의원은 "장애우 불법, 강제 불임수술 실태와 대책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전국 6개 정신지체 장애우 수용시설에 수용된 남자 40명, 여자 26명 등 66명의 원생이 지난 83년부터 98년까지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이어 김 의원은 29일 83년 정신지체장애우 수용시설인 광주 은성요양원(현 은성복지회)에 수용된 남자 60여명, 여자 40여명 등 원생 1백여명이 강고 집단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한 강제불임수술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미혼 정신지체인 남녀에 대한 강제불임 조치가 있었고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강제불임을 당했다는 증언자의 주장으로 미루어 당시 상황을 기억할만큼 경미한 장애우에 대해서도 일부 강제불임 수술이 행해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이 과정에서 관이 주도해 불임수술 명령이 내려져 목표향까지 할당하고, 실적 우수자에게는 표창, 해외여행 등의 포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강제불임수술의 근거가 된 것은 지난 73년 공포 시행된 모자보건법 9조이다. 당시 이 조항에는 의사가 유전 또는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불임시술을 행하는 것이 공익에 필요하다고 인정 할 때 보사부장관은 대통령령이 전하는 바에 다라 불임시술을 명령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형법적용을 대부분 받지 않게 해 합법 낙태의 범위를 확대하고 유전학적 우생학적인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불임수술을 명령하도록 합법화하고 있다. 이 법이 정하는 유전성 질환은 유전성 정신분열증·조울증·간질증·정신지체·운동신경원질환, 혈우병, 현저한 유전성 범죄경향이 있는 정신장애, 기타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게 미치는 발생반도가 10%이상의 위험성이 있는 질환 등이었다.


  강제불임 관련 조항은 지난해 모자보건법상(삭제 당시 내용은 강제불임수술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령에 의해서만 시술토록 한다)에서 삭제됐다. 그 조항에 의거 이루어진 강제불임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75년 충남 보령군 정심원의 요청으로 최초의 강제불임 수술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김창순 보건복지부 장애우보건복지심의관은 지난 75년 정심원에 원생에 대한 불임수술 결정은 원자력연구소 등 유관기관에 수술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자문했던 것이고, 지금까지 단 한명도 강제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측은 70∼80년대 이뤄진 정신지체인들에 대한 불임수술은 모두 본인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면 이같은 내용은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보건복지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8/20 조선)


  그러나 당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단순한 자문에 그친 것도 아니고 본인이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 75년 충남 보령군 정심원은 73년  발효된 모자보건법에 따라 원생 중 선천성 정신병, 간질을 앓고 있는 12명의 여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이들에 대해 강제불임수술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보고는 전문의사 진단을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그 해 2월 27일 가족계획 심의위원회는 절대적인 신빙성이 없으므로 정신과 전문의의 재진을 통해 확진을 얻은 후 불임시술 명령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사부는 이어 3얼 12일부터 대한 정신과학회 및 원자력 연구소 이강순 실장 김영진 박사팀에 의뢰해 형태학적 조직검사를 위한 가계조사, 염색체조사, 효소조사 등 다각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보사부는 12명중 9명이 유전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1975년 6월 27일자 보도에서 9명중 5명은 유전성 질환여부가 불확실함에도 보사부에서 조사보고를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다시 한국원자력연구소 이강순 실장, 김영진 박사팀이 보사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9명 가운데 3명은 전형적인 다운증, 1명은 의증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5명은 유전성 정신질환의 유발가능성이 불확실한 모자익 염색체 현상일 뿐이라고 소견을 밝힌 것을 보사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9명 모두가 유전성 정신질환자인 것처럼 묶어서 발표한 것이다.


  당시 의학계에서조차 유전여부가 확실치 않고 비장애우에게서도 영양상태 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모자익 염색체를 근거로 강제불임 수술을 검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 서울대 의대 최규완 박사는 염색체 검사외에 가족력, 철저한 생화학적 조사 등이 실시돼야 하는데 염색체 검사만으로 불임명령을 내리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본인의 동의를 구했다는 것에 의문이 간다. 당시 사회분위기가 산아제한을 위한 불임수술이 장려되던 때고 어차피 유전성 질환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이 법적으로 보장된 마당에 정신지체 장애우에 대한  강제불임이 대대적으로 단행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김홍신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부작용도 적지 않았으리란 짐작이다.


  어쨌든 정심원의 일부 여성들에 대한 강제불임 명령은 75년 7월 초 열린 가족계획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 것으로 보여지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75년 7월초 열릴 예정이라는 신문 보도 이외에 이후 기사에서는 그 후의 진행사항이나 시행 여부에 대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정심원 여성원생에 대한 강제불임실시 여부, 이의 결정을 위한 가족계획심의워원회가 이후 몇 차례 열렸는지 일체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이 조항이 폐지될 때까지도 기록조차 없이 운영되었고, 단지 이 조치 이후 단 한 건의 시행도 없었고 정심원의 경우도 조사를 해봐야 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 외에 아무런 증거물도 현재로서는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모든 국가정책은 문서로 남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천부 인권 부분을 건드리는 정책에 행정당국이 이토록 소홀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뒤늦게 강제불임 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한 것도 이에 의한 시행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행정당국이 주장하는 것도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지 의구심이 든다.


  정신장애우의 강제불임에 대한 장애계 언론을 비롯한 언론계, 장애계, 사회의 반응은 아직은 무척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여진다. 반인권적이라는 분노의 시각도 있는가 하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단죄의 차원으로만 몰고 가는 것도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75년 당시에도 정심원 원생들에 대한 강제불임 조치에 대해 찬반양론이 뜨겁게 들끓었다.


  애당초 모자보건법 자체도 모성의 보호와 자녀의 건강한 출산이라는 대의 명분가 인공유산, 낙태의 혀용,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사람이 자녀를 가질 수 없게 하는 것 등에 대한 인륜의 문제 사이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법안이 성안된 지 6년, 법제처에 4번의 회부 끝에 비상국무회의를 통해 통과되었을 정도이다.


  정심원의 권호선 이사장은 강제불임 조항 삭제에 대해 현실을 전혀 모르는 잘못된 조치라 항변하며 현재처럼 장애우복지가 열악한 여건 하에서는 정신지체인의 강제불임 조항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8/20 조선)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인권만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더 고통만을 줄 것이라는 정신지체인 가족들의 입장도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론에만 입각해서 강제불임을 인정할 수는 없는 문제 이다.


  과거에 강제불임을 시행했던 선진국들도 진실로 참회하고 그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강제불임은 시대착오적인 현상일 뿐이다.
  현실에 어긋날 지는 몰라도 이 문제는 인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정신지체인들에게도 자녀를 가질 행복권이 있기 때문이다. 경미한 정신지체인들의 경우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주위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실제로도 정신지체이 중에도 자녀를 나아 건강하게 기르는 사례가 있다.


  다만, 이들 시설에 대한 일벌백계를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책임 이전에 정부의 책임지고 사회의 책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찌했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정부차원에서 정신지체인의 출산권과 양육권을 보장해나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조만간 정신지체인의 강제불임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고 한다. 모쪼록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

이현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47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일본 천황가와 장애인복지
2
신화와 실천 사이에서 길을 묻다
3
발달장애인들이 맞아 숨졌다
4
심리안정과 위안에는 예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5
글이 아닌 몸을 보다
6
해고는 살인이다. 직접고용 즉각 이행하라!
7
장애는 불편하고 질병은 힘들어요
8
왜 장애인 학대 사건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가
9
개발원,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양성 시범사업’ 참가자 모집
10
안 보이는데 어떡하라고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함께걸음 제호: 디지털 함께걸음  |  우)07236 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2007년6월26일 | 발행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김성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