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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복지의 함정
이태곤  |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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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11.22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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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베트남 정부 장애우 복지 책임자와의 인터뷰 때 의미 있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베트남 장애우 복지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일본을 예로 들며, 일본은 국가에서 지나치게 많이 장애우를 지원한다. 그래서 장애우들이 자립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안 하기 때문에 문제다. 베트남은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장애우들이 노력해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의 복지 제도만 만들어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주의해봐야 할 것은 자립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소위 생산적 복지 개념이다. 즉 베트남은 장애우에게 퍼주기식 복지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장애우가 일을 통해 자립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복지 정책을 마련해서 시행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산적 복지를 주창하는 나라는 비단 베트남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적 복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 복지를 얘기하면 바로 생산적 복지를 언급해야 할 정도로 생산적 복지는 어느새 복지의 대명사로 인식 되고 있다.

일본도 장애우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올해 자립지원법을 전격 시행한 것은 일본 정부가 바로 이 생산적 복지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근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부의 분배와 사회복지를 중시해온 독일도 모두를 위한 무조건적인 복지는 이제 없다며 생산적 복지가 유일한 복지정책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지금 입만 열면 생산적 복지를 얘기하고 있다.

생산적 복지, 일단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모든 장애우에게 일자리를 주고, 장애우가 일을 통해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생산적 복지라면 이보다 더 좋은 복지정책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생산적 복지를 얘기하는 배경에 신자유주의가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국경도 정의도 없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게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그래서 국가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하게 복지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이게 생산적 복지의 또 다른 얼굴이다.

거칠게 말하면 신자유주의는 인간도 상품으로 여긴다. 따라서 상품성이 없는 장애우 등 사회의 소외계층에게는 국가가 그저 굶어죽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지원을 하고, 대신 장갑 한 짝 이라도 생산해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게 하라고 다그친다.

신자유주의 아래서 생산적 복지가 무서운 건 효율성만 강조되고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신자유주의가 지금보다 더 맹위를 떨치면 이 땅에서 생산적 복지라는 미명 아래 중증장애우들이 억지로 공장에 끌려 나와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끔찍한 광경을 틀림없이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상황은 이렇게 심각한데 대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우 복지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복지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 신자유주의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활동보조인 제도도 중요하고, 차별금지도 필요하지만 장애우 복지의 귀결점은 누가 뭐래도 소득보장이다. 장애우가 소득이 없다면 그 어떤 복지제도도 장애우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때문에 수당이 됐건 연금이 됐건 소득 보장 정책이 꼭 필요한데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이게 전혀 가능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장애우등에게 현금 급여 중지는 생산적 복지가 대세가 되면서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한다. 장애우도 어떻게든 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도 이제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우 생산적 복지는 정부가 몇 해 전 고용장려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뭐가 지적 됐는가, 대기업이 장애우를 고용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한직에 주로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고용촉진공단 등이 취업시킨 장애우 4명 중 1명은 한 달도 못 버티고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또 취업 장애우의 30%는 월 임금으로 100만원도 못 받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무슨 생산적 복지를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비장애우들의 취업난이 무척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에서 장애우의 일을 통한 생산적 복지가 어떻게 가능할 지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LPG 제도를 폐지하면서 장애우 수당을 올려준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바라기는 정부가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 아래 더 이상의 수당 인상은 없다고 선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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