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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장애우, 너는 더 큰 가능성의 존재
김성재  |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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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1997.01.01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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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장애우, 너는 더 큰 가능성의 존재

 

  "97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함께걸음 가족 여러분! 새해에는 사랑이 충만하고 희망이 가득 찬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란 달력이 달라진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달력을 1997년 것으로 바꿔 달았다고 해도 우리 마음과 생활이 새롭지 않으면 여전히 1996년에, 아니 그 이전의 낡은 시간들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어제와 오늘이 새롭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려면 우리의 마음과 생활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장애우 가족 여러분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까? 저는 첫째로, 새해에는 우리 장애우들을 더욱 인정하고 신뢰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에 장애우 단체가 분열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것을 큰 아픔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장애우단체에는 적어도 일반사회단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자리다툼이나 정치적 허영심에 의한 갈등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이 사는 사회이고 사람이 만든 단체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남다른 차별과 냉대의 아픔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해야지 우리끼리 서로 헐뜯고 자리다툼해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누구보다도 장애우 정책은 장애우를 중심으로 세워야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우 단체는 장애우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거나 장애우만의 단체가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는 소아병적이고 배타적인 의식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비장애우가 장애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장애우가 장애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우는 무조건 비장애우보다 더 장애우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경계를 넘어서서 누가 장애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장애우를 위해 일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비장애우와 장애우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돕고 힘이 되는 관계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이런 낡고 소아병적인 자리다툼과 갈등을 넘어서서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힘을 합해 함께 걸어가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새해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서 자칫하면 장애우 단체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장애우의 권리를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새해에 더욱 다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서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자는 것입니다. 비장애우들 중 어떤 사람은 장애우들이 장애에 고착되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고, 장애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서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가능성에 있습니다. 사람이 가능성을 포기하면 짐승보다 못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장애우의 경우만이 아닙니다. 비장애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학자가 사변적으로 만들어낸 말이 아닙니다. 오랜 인간 삶의 경험에서 축척된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제가 어려서 다리를 다쳐 사경을 헤맬 때 의사가 제게 계속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 몸은 고칠 수 있겠지만 마음까지는 고칠 수가 없다. 어떤 훌륭한 의사라도 살기를 포기한 사람은 온전히 고칠 수가 없다. 그러니 살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라. 나의 최선과 너의 최선을 합해야 너는 산다."
  저는 이 의사야말로 가장 훌륭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장애우를 차별하는 사회를 비판하지만 이보다 더 비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장애우 스스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자기를 차별하고 사회에만 문제의 책임을 제기하고, 자기 스스로는 바르게 살 의지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함께걸음 가족 여러분! 장애를 폐쇄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가능성으로 인식하십시오. 장애우는 누구보다도 가능성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걸어가면 서로의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새해에는 더 큰, 더 열린 가능성으로 함께 걸어가며 힘차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새해는 더욱 밝고 아름다운 빛을 우리에게 비출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함께 걸어가는 여러분 위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김성재 (발행인, 장애인복지를 위한 공동대책협의회 의장, 한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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