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20년을 살았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제사도 한번 못 지냈고 묘지에도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젠 형제들 전화번호도 모릅니다(K씨) 뭐 시설에 있는 게 몸은 편할 수 있겠지요.”

“몸은 편할지도 몰라. 근데 그건 아니거든요. 장애인도 사람이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난 사람이라고…. 난 세상에서 세상과 부딪히고 살고 싶지 남의 도움 밑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한 달만이라도 내 나이대의 평범한 남자처럼 밖에서 살아보고 싶고 단 하루를 살아도 밖에서 살고 싶어요, 그게 내 꿈이야(H씨)!”

“시설의 주인은 바로 시설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이예요. 근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L씨).”

들어가며

인권 관점에서 시설 보호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설의 규모 등 물리적 주거환경’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에 수반되는 제약’에 관한 것입니다. 따라서 시설 보호의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물리적 환경’과 ‘보호에 따르는 제약’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현실을 공고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와 철학’에 대한 분석도 필요합니다.

인권의 관점은 무엇보다 사람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며 특히 약자의 권리를 우선합니다. 이 점에서 본 발제자는 시설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과제를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약한 자, 실제 그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인권관점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안에 접근하는 지름길을 제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2008년 6월 제주인권회의에서 발표된 ‘인권은 시설보호주의를 넘는다’는 글에 장애인거주시설개편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더한 것입니다.

이 글은 ▲시설보호의 기원과 현황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과 바람 ▲시설보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제기과정 ▲탈시설의 개념과 의미 ▲정부정책 현황과 장애인거주시설개편방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필자의 현장경험과 국내외 문헌 검토 그리고 수년간 시설 보호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을 모색해온 『자유로운 시민을 향한 탈시설정책위원회』에 소속된 시설거주인, 활동가, 연구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시설 보호의 기원과 현황

■ 시설 보호의 기원
근대적 의미의 시설보호는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시설 보호는 17세기 이후 설립된 영국의 강제노역소(work house)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봉건제도에서 자본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농토를 떠나는 인구가 증가하였고, 이 결과 가난한 사람과 부랑자가 많이 생겼다. 그리하여 1601년 『엘리자베스구빈법(救貧法)』에 따라서, 빈민의 부조 외에 빈민·부랑인과 자녀에게 기술교육을 실시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산업혁명기에 피부조(被扶助)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구호부담을 줄이고 노동이 가능한 빈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1834년 신구빈법(新救貧法)이 제정되었다. 신구빈법은 원외구호(院外救護)를 금지하여 노역소 바깥에서 임금과 구빈수당을 받는 길을 금지했으며 작업장 입소자격 심사를 통해 사람들을 분리하여 수용하였다.

신구빈법에 의해 원외 구호는 병자, 무능력자, 노인, 아동을 가진 과부로 제한되었으며, 열등처우원칙에 따라 구호수준은 지역의 가장 낮은 임금수준보다 낮게 조정되었다. 신구빈법에 따라 원외구호가 중단되면서 노역소는 더욱 강화되었다.

사회로 부터 분리된 채 집단적인 생활과 심한 규제, 감독관의 횡포 등으로 인해 당시 노역소와 구빈원에 수용된 사람들의 삶은 그야말로 참혹한 상황이었다. 1601년 엘리자베스 구빈법과 1834년 신구빈법의 원리는 1944년 폐지될 때까지 영국사회의 구빈체계를 구성했으며 오늘날까지 많은 나라의 시설 보호와 공공부조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구빈법체계속에서 시작된 구빈원과 작업소와 같은 시설 보호는 사람들의 생존권이나 사회권과 같은 권리의 차원에서 운영되었다기 보다는 억압 통제 온정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후 사회가 발달하면서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거주인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초기 시설 보호가 갖는 근본적인 제약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시설보호 기원은 고려 성종 9년(990년)~10년(991) 부양할 자식, 친척이 없는 노인, 중질환자 또는 폐질자들을 ‘동사대비원(현재의 국립의료기관)’에서 수용 보호한데서 시작되었다. 근대적인 시설은 1885년 조서교구장인 Jean Blanc 곤당골이 『천주교 고아원』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조선 똥골에 큰 기와집 한 채를 구입하여 의지할 곳 없는 노인 40명을 수용 보호하였다.

1907년 평양양로원을 시작으로 1925년 3개의 양로원이 개설되었다. 근대적 의미의 국공립시설은 1921 내무국에 사회과를 두어 사회복지사업을 담당하도록 하였는데 당시 ‘불구자 보호시설’을 설립한 것이 지금의 장애인생활시설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이후 8 15해방과 6 25전쟁을 거치면서 전쟁고아 등이 급증하였으며 당시 해외 구호단체들과 종교기관 들에 의해 고아원의 형태로 시작되어 1961년 생활보호법과 아동복리법 제정이후 제도화되기 시작하였다. 전쟁이후 설립된 아동복지시설은 전쟁고아가 줄어들면서 장애인재활시설로 바뀌었다(임성현, 2000).

이후 경제성장 과정 속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가 표출됨에 따라 1980년대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법률의 제정이 이루어지면서 장애인, 아동, 영유아, 노인, 여성, 모자, 부랑인 등 복지대상자 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이 점차 증가되어 왔다(이태수, 2003; 정미운, 2004).

모든 사회제도는 각 국의 역사와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하게 마련인데 시설 보호의 기원과 발달과정 역시 서구 자본주의 국가와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영국의 경우 자본주의 이행기에 국가 주도로 시설 보호가 시작되었으며 시설 개혁 역시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민지와 내전을 겪으며 급격하게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으며 이 과정에서 외원단체들에 의해 서구의 시설 보호제도가 이식되었고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은 우리나라의 시설 보호가 서구의 상황과는 다르며 우리의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관련 주체들과의 논쟁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 시설 보호를 시작했고 개혁을 통해 탈시설화를 추진한 다른 나라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문제의 분석과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므로 외국의 논의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 시설 보호 현황
시설 보호는 장애, 빈곤 등에 의해 스스로 거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시설에 수용하여 보호, 치료, 휴식 등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라 정의할 수 있다. 시설 보호는 병원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 사람들을 집단수용하는 형태의 사회복지생활시설(institution, Asylum)에 의한 수용을 주로 말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거주(residential)와 보호(care)를 제공하는 일련의 사회복지서비스를 통칭하기도 한다.

‘시설보호’는 주로 대규모의 분리된 ‘사회복지생활시설’에서 집단적으로 사람들을 수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러나 공동생활가정(group home)과 같은 지역사회에 위치한 소규모 시설에서도 거주인의 삶에 대한 통제정도에 따라 ‘시설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시설유형을 포괄하여 실제 거주인의 삶을 통해 ‘시설보호’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작건 크건 시설보호를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시설을 지칭하여 ‘거주시설’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2008년 8월 발표된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에 따르면 장애인생활시설 288개소에 20,958명, 공동생활가정 및 단기보호시설 427개소에 3,502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생활시설 1개 소당 평균 72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으며 보편적 거주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대규모 시설 수용이 일반적임을 보여준다.
‘거주시설’의 유형은 설립과 운영주체에 따라 공립공영(公立公營), 공립민영(公立民營), 사립민영(私立民營), 사립공영(私立公營)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설립 운영하는 ‘사립민영’의 형태가 가장 많다. 이용대상에 따라서는 아동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모자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부랑인복지시설, 정신요양시설로 나눈다. 수용보호의 형태에 따라 인간창고형(warehousing), 원예형(houticulture), 정상화형(normalization)으로 나누기도 한다(정미원, 2004: 9).

‘인간창고형’은 정신질환이나 노인들에게 적용되는 유형으로 창고 속에 가구를 보관하는 것과 같이 시설생활자를 무능력자로 취급하는 형태로 수용된 노인들이 일렬로 거실에 앉아서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TV를 보는 경우, 시설의 직원들도 시설생활자들을 시설에만 붙들어 놓고 먹이고 씻기고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시설을 말한다.

원예형은 주로 지체장애인의 경우에 독립을 위한 자극을 주는 시설유형을 말하며, 정상화형은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을 위한 소규모시설로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인 삶을 강조하는 시설이 해당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생활시설은 ‘인간창고형’으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002년부터 추진된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에 의해 새로 건립된 대부분의 시설들조차 집단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창고형’으로 신축되고 있었다.

원예형이나 정상화형은 소규모 그룹홈 등이 해당되는데 시설보호가 갖는 통제 문제를 넘어서서 거주인의 욕구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편적 인권의 주체로 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권존중형’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표-1> 장애인 생활 시설의 종류

구분
시설종류

시설유형
세부구분

장애인시설
장애유형별생활시설
지체장애인/뇌병변장애인시설, 시각장애인시설,

청각언어장애인시설, 정신지체인발달장애인시설,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장애영유아생활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장애인단기보호시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정신보건시설
생활시설
정신병원(1,097), 정신요양시설(57), 사회복귀시설 (147) *자료출처: 2006년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두 번째 이야기: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과 바람

■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
시설 보호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일상의 경험을 볼 필요가 있다. 시설 보호 자체가 일상의 거주와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할 때도 그렇지만 현상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당사자의 경험은 중요하다.

이 글 앞에서 제시된 발문은 시설에서의 삶에 대한 증언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극히 일부를 인용했을 뿐이지만 사실 시설 보호의 이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좀 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우리나라 시설 보호의 현실과 거주인의 삶과 바람을 살펴보자.

시설 보호와 거주인의 삶의 연관성은 그룹홈, 생활시설 등 거주시설 유형별로 거주인의 삶의 질(결과)이 어떻게 다른지 또 비용은 어떤지(투입자원), 사람들의 삶의 경험은 어떤지를 비교하는 연구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들 연구의 상당수는 생활시설과 그룹홈 거주인의 삶의 질이나 만족도, 적응능력을 비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장애인 시설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들 연구들은 대부분 ‘지역사회에 기반한 소규모 시설인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규모 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 삶의 질, 적응능력, 사회통합 정도가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강석동, 1993; 서현정; 1993, 조윤경, 1998; 고선정, 2000, 김영석, 2006).

또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에 대한 연구로 대규모생활시설과 소규모 공동생활가정의 아동(함철호 이태수 이용교, 1997), 집단생활을 하는 대규모생활시설과 소숙사형태의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발달상황을 비교한 연구(양점도 변미희, 2001)에서도 소규모공동생활가정 또는 소숙사 형태의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이 대규모 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에 비해 발달정도가 높으며 거주환경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거주환경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질적 연구들이 시도되었다.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경험(민혜선, 2002), 장애인의 시설생활 경험과 탈시설 경험(김정하, 2008), 거주시설 유형별로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경험(박숙경, 2007)에 관한 연구들이다. 김정하(2008)는 시설 생활과 탈시설을 경험한 9명의 장애인과 인터뷰를 통해 시설생활경험과 탈시설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9명의 연구참여자들은 입소과정에서 가족에게 부담과 고통의 존재로 버림을 받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무기력과 자신을 쓸모없다고 여겼다.

“버려졌을 때가 기억이 나요. 충격이었으니까... 5살인가. 나 땜에 힘들었나 봐요.”
“ 누가 집에서 살제. 시설에서 살고 싶것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 겉으면 시설에 안 들어가고 싶제. 누가 시설에 들어가고 싶것어?”
“그때 그랬지 아주 가는 것 아니다. 그래서 갔는데 그게 집하고는 안녕이었지.(…)”

시설생활에서는 획일화되고 집단화된 삶을 통해 존엄을 상실하고, 무시당하고, 위계적인 관계와 동정, 폭력, 수치심과 무기력함을 경험하였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이 강했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의 만남과 지지, 교육의 기회는 완전히 방임되던 집보다는 나은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나보다 어린 선생님들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 대할 때라 뭐가 그럴까. 많이 힘들다고 할 까?”
“니가 뭐하러 나가냐? 나가면 뭐하냐? 고생만 하지~”
“아줌마 근무자들이 남자들을 목욕시키고 내가 세 번 네 번 거부했어. 거부했는데 할 수 없더라고”
“시설도 하나의 조그만 사회예요. 그렇게 보면 될 거예요. 위계질서 딱 잡혀있고 수직관계였어요.”
“핸드폰을 샀어. 모르게 사가지고 이불 속에서 전화하다가 들켜버렸어”

탈시설 이후의 경험은 ‘자유에 대한 열망’과 굶어 죽어도 자신의 선택을 소중히 여기며, 무기력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자기의 발견과 함께 다시 시설로 보내질까 불안해하며, 길들여진 종속적인 관계의 영향, 생활의 어려움 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해요. 시설로 갈까봐. 시설로 보내질까 봐. 00시설에서 오라고 하면 겁부터 나. 무서웠어요”
“그렇게 자유로울 수 없는 거야. 나중에 나와서 1년 반을 낮과 밤을 바꿔 살았어요. 시간개념을 상실해서(웃음)” “그냥 인간으로서의 자유. 그게 필요한 거야. 앞으로도 내가 어떤 형편이 되더라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
“자립이 좀 많이 힘들어. 돈…이러는 생계비 가지고 못 먹어요." "수l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보람도 있어요.”

박숙경(2007)과 강희설(2008)은 생활시설, 그룹홈, 자립홈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경험과 3개 시설 유형별로 비용(서비스 원가)를 비교하였다. 이 연구는 대규모 시설보호가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를 검증할 목적에서 시도되었는데 연구결과 투입비용은 생활시설 약 1500만원~2000만원, 공동생활가정 약 1,000만원~1,100만원, 자립홈 약 4,025천원으로 나타났다.

<표-2> 생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자립홈의 원가항목별 단위원가(단위: 천원주1))

구분

단위원가
생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자립홈

A
B
C
A
B
C
A
B
C

보호직접원가
인건비
12,731
12,592
10,085
6,678
6,322
6,773
709

운영비
2,481
2,098
1,377
1,578
1,305
1,627
0

사업비
138
885
1,020
600
1,133
0
0

소계
15,351
15,575
12,483
8,858
8,761
8,401
709

보호간접원가
지원인건비
760
1,323
504
30
0
0
0

업무추진비
123
98
88
55
37
7
33

관리비
1,613
1,087
1,279
1,099
756
1,553
117

자산주2)
1,280
1,041
1,082
226
489
440
2,699

공간원가
260
611
148
127
607
0
465

소계
4,036
4,163
3,103
1,537
1,891
2,001
3,315

총합
19,388
19,738
15,586
10,396
11,259
10,402
4,025



박숙경(2007) 연구결과 입 퇴소과정과 시설생활과정 전반에서 ‘시설 유형별로 거주인의 자기결정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설 이용 경험에 따라 ‘시설유형에 대한 선호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또 자기결정경험이 일상생활, 정서 심리, 사회적 관계에서 다양한 변화를 촉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시설 거주인들은 시설유형의 차이를 ‘한방을 사용하는 인원, 사생활보장(타인의 관여와 개입 또는 괴롭힘 정도), 일과의 자율성, 생활재활교사의 동거여부, 자율성 정도, 가사활동 여부 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표-3> 거주시설 유형별(생활시설 그룹홈 자립홈) 자기결정경험 비교






소주제
자기결정경험의 차이, 의미

시설

유형별

자기

결정 경험



차이
입․퇴소과정

자기결정경험 :

전체적으로 타의에

의한 입소가 이루어지지만 입소과정에서의 협의, 자기결정존중 정도에서 차이가 남
생활시설 : 가족에 의해 버려짐, 강제입소, 입퇴소 절차에 대한

설명 없음, 입․퇴소를 이해하지 못함

그룹홈 : 서비스기관에 의한 의뢰, 잘해서 뽑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 입주절차 모름

자 립 홈 : 가족과 상의하여 입주, 서비스제공 기관소개로 입주, 의사가 일부 반영되고 협의, 계약과정을 거침, 입․퇴소절차를 알고 있음. 입․퇴소가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함

시설 유형의 차이에 대한 경험 :

여러 거주시설을 경험한 연구참여자의 경우 거주시설유형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함

(사생활보장, 자유와 자율정도를 중요한 차이로 표현함)
생활시설과 그룹․자립홈의 차이 : 방의 인원수, 내방, 일상의 자율의 확대, 위험에 대처하게 됨(길을 알게 됨, 주변사람이나 경찰 등에 도움을 청함)

그룹홈과 자립홈의 차이 : 선생님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 가사활동을 직접 함, 자립홈의 경우 내 의견을 물어서 결정함(자기결정권 존중), 입주과정(자립홈은 입주계약서를 작성함), 퇴소절차에 대한 안내가 입주과정엥서 이루어짐

거주환경에 대한 선호 :

자립적인 환경을 선호함, 생활시설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음
거주시설 이용 경험에 따라 차이가 나타남

생활시설, 그룹홈, 자립홈을 경험한 사람은 자립홈을 선호함, 생활시설과 그룹홈을 경험한 사람은 그룹홈을 선호함, 생활시설만을 경험한 사람은 ‘집’, ‘아파트’로 표현되는 보편적인 가정형태를 선호함

일상생활의 차이
자율성의 정도가 다름(자립홈〉그룹홈〉생활시설)

사생활 존중정도 다름(자립홈〉그룹홈〉생활시설)

의견존중정도 다름(자립홈〉그룹홈〉생활시설의 순으로 나타나지만, 종사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남)

자기

결정

경험

에 따른 삶의 변화
정서․심리적 변화
긍정적 경험 : 시설생활로 부터 벗어나기(두려움, 위축감, 착한아이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자율을 통해 욕구를 느끼고 주장하게 됨, 자존감과 성취감을 통해 자립을 준비함, 자신과 타인에 대한 수용 경험

부정적 경험 : 지역에서의 삶과 사회의 벽에 부딪힘, 타인과 다른 나를 발견함, 장애차별을 느낌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
긍정적 경험 : 의사소통 능력 향상, 친구,직장동료 둥 비공식적

관계가 확대됨, 이성교제, 결혼을 경험하고 준비함

부정적 경험 : 이웃과의 접촉이 없음, 제한된 만남, 그룹홈 또는 자립홈 선생님과의 관계에 집중됨

기대
서비스에 대한 인식․기대
위계적 관계로 인식(선생님은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 등으로 표현), 소통’, ‘지원’, ‘비공식적’인 관계를 기대함



세 번째 이야기: 시설보호가 갖는 문제점

■ 시설화
사회복지생활시설은 장기간의 보호와 휴식기능을 제공하지만 수용보호자의 시설화, 비인간적 취급, 낡은 시설 및 운영비용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정미원, 2004). 구체적으로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미비와 공급자중심의 서비스 체계, 예산지급 방식, 비전문성, 폐쇄적 비민주적 운영에 따른 이용자 인권침해, 시설거주인의 열악한 생활여건, 시설직원에 대한 처우문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약화, 다양한 프로그램 부족 등이 지적 되어 왔다(변용찬, 2000 ; 정미원, 2004 ; 임성현, 2000). 시설보호가 갖는 이러한 문제점은 거주인의 욕구와 무관한 시설배치, 집단생활의 강요와 사생활침해, 종사자 또는 동료에 의한 무시와 폭행, 폐쇄적이고 획일적 삶에 따른 시설화(시설병) 등 다양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해왔다.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인권의 관점에서 시설 보호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시설화’다. ‘시설화’란 지역에서의 보편적 생활과는 완전히 격리된 생활로 품위 있는 생활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노동하고 사람을 접하고 일련의 자극을 받으며 여가생활을 즐기는 지역의 보편적 생활과는 대조적으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매일 만나는 얼굴에 더 이상의 대화도 진전됨이 없이 직원만 만나며 식사와 주거만 제공받는 생활은 인간의 사회생활능력을 완전히 상실시켜 버리게 된다.

‘시설화’는 주로 대형화된 시설의 집단화되고 획일화된 생활로부터 발생하지만 그룹홈과 같은 소규모시설에서도 기관의 철학과 종사자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정미원, 2006). 따라서 시설 보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규모와 물리적 환경에 의한 문제’와 ‘거주인의 삶에 대한 통제문제’를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4> 시설화의 원인과 내용

시설화의 원인
내용

규모의 대형화, 집단생활
시설이용자사이의 낮은 공통분모를 겨냥한 환경, 시설거주인의 자율성 감소, 획일성 증가, 거주보호에 수반되는 낙인, 개성의 상실, 개별적 욕구에 대한 반응의 어려움, 단체생활에 따른 자기결정권의 박탈과 일상생활능력의 저하, 생활의 비정상성(김용득외, 2006)

기관과 종사자와의 위계적 관계와 규율에 의한 거주인의 삶에 대한 통제
위험에 대처할 권리의 제약, 합의 없는 규율 적용, 과도한 보호, 자율의 억압, 배려 없는 의사소통, 불안정한 입주절차,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제약, 불안정한 입주계약, 집에 대한 소유권 없음 등



시설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대규모 시설적 환경이지만 단지 규모를 축소하고 거주공간을 지역사회로 이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룹홈과 같은 소규모시설에서도 거주인의 삶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 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침해정도가 더욱 직접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므로 들어나기 어렵다. 실제 2007년 여성장애인 쉼터에서 나타난 학대사건 등은 ‘시설화’의 문제가 단지 규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거주시설의 인권실태
각 시설 유형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문제시설과 개별 유형의 시설 조사에서 드러난 인권문제는 다음의 8가지 정도로 유형화된다.

<표-5>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유형

인권침해유형
세부내용

신체 자유 침해
불법 구금, 폭행, 성폭행, 동의 없는 불임시술, 강제 삭발, 강제 투약 등

통신 자유 침해
외부와의 편지, 전화, 면회 검열과 제한, 핸드폰 소지 제한

종교 자유 침해
종교 강요, 종교 제한, 종교 집회 강제 동원, 강제 안수․금식 기도

사생활 자유 침해
도청, 감시카메라, 강제 결혼, 개인 소지품 제한

생존권의 침해
열악한 의식주, 의료서비스의 부재, 징벌목적으로 음식물 제공 제한 또는 금지, 살인, 암매장

재산권 침해
수급액, 장애수당, 장례비 등 갈취, 입소금 착취, 신용도용에 의한 신용불량자로 전락 등

노동권 침해
강제노동,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적은 돈을 지불함

자기결정권 침해
입․퇴소 결정권 제한, 일상에서의 자율 제한



네 번째 이야기: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와 탈시설

■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 과정과 유형
국내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는 크게 “시설 보호에 반대하는 탈시설운동” “시설거주인 인권확보 운동” “시설 비리척결 및 민주화와 공공성 확보 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있다. 초기에는 양지마을, 소쩍새마을, 수심원, 에바다 등 개별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를 중심으로 제기되어졌다.

이중 에바다의 경우는 장애인당사자와 노동운동, 사회복지운동 진영 등 다양한 주체가 결합하여 7년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비리재단을 몰아내고 개혁에 성공하게 되어 시설운동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시기 시설운동은 개별시설의 문제해결을 목표로 한 단기적 대응의 수준에 머물러왔으며 사회복지생활시설을 둘러싼 사회의 모순구조와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운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3년 11월 조건부정신요양시설인 ‘성실정양원’과 ‘은혜사랑의 집’ 사건을 계기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이하 ‘시설공대위’)』가 결성되면서 “미신고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 실시, 탈시설 방향에서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개별시설에 대한 대응을 넘어선 탈시설운동이 시작되었다.

이후 ‘시설공대위’는 미신고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을 알려내고 해결을 촉구하며 공익소송운동 등을 전개했다. 2005년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이 완료되면서 ‘시설공대위’는 지속적인 탈시설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시설인권연대회의)』로 명칭을 바꾸고 미신고시설을 중심으로 거주인의 인권확보를 위한 활동을 벌여 시설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미신고시설의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시설인권연대회의는 2005년 4월 에바다복지재단, 성람복지재단, 청암복지재단 등 신고시설의 민주화와 비리척결운동 단위, 장애인자립생활운동주체들과 함께 『사회복지시설 민주화와 공공성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시설민조화연대’)로 확대되었다.

현재까지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는 시설인권연대와 시설민주화연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단체, 인권단체, 장애인단체 등이 참여하였다. 장애인단체와 인권단체 활동가, 노조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시설민주화운동의 결과 150여일에 걸친 농성 등을 통해 성람복지재단은 문제가 된 철원의 3개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부채납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시설종사자와 장애 인권활동가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탈시설운동은 석암재단 사건을 계기로 거주인에 의한 운동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석암사건은 한국 사회의 “시설 보호”의 단면과 최근 상황을 모두 보여주는 사례로 진행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탈시설운동, 시설거주인 인권확보운동, 시설비리척결 및 민주화와 공공성 확보운동은 서로 다른 이슈를 제기하고 운동하고 있으나 대부분 시설 보호에 문제의식을 가진 장애인단체, 인권단체, 노동운동계, 부모운동조직, 당사자, 학자 등이 함께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초기에 대안 없이 시설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정부와 학계 등의 관심과 일부 시설정책의 개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헌신적인 운동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최근 시설운동을 전개해온 당사자와 활동가, 진보적인 학자 들은 시설의 민주화와 공공성을 넘어 근본적인 시설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시설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추진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 시설 보호의 한계와 탈시설
시설보호의 한계는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주장되었다. 영국에서는 1954년 『정신병환자 및 정신박약자에 관한 왕립위원회』가 설치되어 3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수용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보호로의 정책전환을 권고하였다. 비슷한 시기 스웨덴의 법학자인 니르제(Nirje), 캐나다의 사회학자인 울펜스버그(Wolfensberger) 등에 의해 지적장애인 수용시설의 참혹상이 제기되었으며 지적장애가 있는 거주인이 마을에서 보편적인 삶을 살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정상화(nomalization)원리가 제기되었다.

이후 1962년 Townsend의 『최후의 피난처(The Last Refuge)』와 1968년 E. Goffmann의 『수용시설(Asylum)』등에 의해 각종 시설 수용의 폐혜와 학대 또는 방임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시설보호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게 되었다(정미원, 2006). 1970년대 이후 시설 보호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 사회적 관심의 증대, 약물의 발달, 복지비용의 증대 등에 따라 서구 국가들에서는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가 가속화되었다. 탈시설화의 의미와 추진과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가족이나 친지, 이웃들과 함께 살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대체로 미국의 경우 탈시설운동은 70년대 미국내의 대형 수용시설내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수용되어 있던 장애인 부모 및 보호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영국의 경우는 1970~80년대 대규모시설에서의 수용에 대한 문제제기와 복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가 추진되었으며, 스웨덴의 경우는 지역에서의 보편적인 삶과 사회통합이 보다 강조된 측면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 추진된 탈시설정책은 거주인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Hatton and Emerson, 1996; Lason and Lakin, 2001; Shunit Reiter, 1991; Loon & Hove, 2001)

미국의 경우 탈시설은 복지비용의 절감을 위해 추진된 경향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거주와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지 못했다. 또한 시설폐쇄와 거주이전 과정에서 거주인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등 몇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충분한 대책과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탈시설을 추진할 경우 지역내 방임과 학대, 가족의 부담 증가, 보다 열악한 시설로의 재입원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점에서 탈시설은 ‘거주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방임’하거나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아 탈시설운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문제들은 탈시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특정국가의 정책(미국의 탈시설화정책) 또는 탈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 시설 보호의 대안을 ‘탈시설’로 할 것인지 혹은 ‘반시설(anti-institutional)’로 할 것인지,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 또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시설 보호를 반대하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인 삶을 살도록 하자는 요구’ 가 집약적으로 담긴 용어는 ‘탈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설 보호에 대한 비판과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시설을 어떻게 개념화할 것 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탈시설 개념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미국 일반회계국(General Accounting Office, GAO)이 정의한 개념이다. 미국일반회계국은 “탈시설화란 ①시설에의 불필요한 수용이나 감금을 방지하는 과정 ②시설내 수용되어 있을 필요가 없는 이들을 위한 주거나 치료 훈련, 교육 및 재활을 위한 지역사회 내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거나 발달시키는 과정 ③시설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생활조건, 보호 및 치료를 개선하는 과정”으로 정의하였다(전재일외, 2002).

탈시설화에 대한 미국의 개념정의는 과도한 시설수용을 방지하자는 의미가 강하며 시설 보호 조건을 개선하기는 하되 시설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점에서 미국회계국에서 정의하고 있는 “탈시설화”는 영국에서 길리언 와그너(Gilian Wagner)에 의해 제시된 “긍정적 선택(Positive-Choice)”이나, 일본에서 주로 제시되어온 “시설의 사회화”등의 개념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정책이 추진된 과정을 보면 탈시설화는 ‘탈시설’이라는 구체적인 정책목표아래 의도적으로 대규모 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설을 개혁하고 개방하자는 긍정적 선택이나 시설의 사회화와는 다르다. 시설의 사회화와 긍정적 선택은 시설자체를 없애거나 폐쇄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시설을 개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설의 사회화는 지역사회복지가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시설을 개방하여 시설 보호와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설보호의 수준을 향상시켜서 지역사회의 주요한 복지자원으로 위치를 구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의 사회화는 처우의 사회화, 기능의 사회화, 운영의 사회화, 문제의 사회화, 공공행정과의 연계를 내용으로 하는데, 시설의 설비나 기능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시설 운영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처우 수준을 지역사회주민의 생활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병록, 2006)

긍정적 선택(Positive-Choice)은 와그너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와그너는 영국정부가 시설정책을 개혁하던 당시 그리피스(Griffith)와 거의 동시에 시설보호에 대한 검토를 의뢰받았다. 와그너위원회는 『시설보호: 긍정적인 선택(Residential Care : A positive choice)』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와그너는 시설보호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보호의 요구와 주거의 요구를 구별하여 주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시설보호를 제공해서는 아니 되며, 시설보호는 시설보호에 적합한 요구를 가진 사람에게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역할은 지방정부의 사회사업국이 담당해야 하며, 요구를 가진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가정에 계속 남아있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계속 남아 있도록 합리적인 일련의 서비스들을 지방정부가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시설에의 수용도 본인이 원해서 긍정적으로 선택하도록 되어야 하며 자세한 시설정보와 이용 가능한 대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시설에서의 삶의 질에 대한 주기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수용보호자들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고, 과거와 같이 지역과의 단절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지역과 시설과의 연결고리가 가급적 많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시설보호도 수용보호자를 한 시민으로 대접할 수 있도록 시설에 시험적인 거주기간의 설정, 시설과 수용보호자간 합의에 의한 계약, 공동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 보장, 사생활유지, 가능하다면 자신의 금전문제에 대한 자율관리, 불복절차의 신설, 시설직원에 대한 적정한 교육과 지방정부에 의한 시설감독 강화 등을 권고하였다.(정미원, 2006:11~12)

시설 보호의 대안으로 다른 나라들에서 제시된 탈시설화, 시설의 사회화, 긍정적 선택의 개념 차이를 어떻게 볼 것이며 시설 보호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 갈 것인가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세 가지 개념은 시설에서 제공되는 거주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공통적이지만 대규모 시설에 대한 관점은 다르다. 탈시설의 관점을 어떻게 바라보든지 간에 공통적으로 지역사회안에서의 보편적 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석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설 이전 등은 대규모시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로부터 더욱 단절된다는 점에서 시설 개혁 방향을 거스르고 있으며, 이전 과정에 거주인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지도 않다.

다섯 번째 이야기: 지금 우리는 또 어떻게?

■ 시설보호 정책에 대한 평가
시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다른 나라의 경험, 국내외 사례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시설 보호는 여러 가지 심각한 인권문제를 안고 있고, 저렴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시설에서 살기보다 다소 위험하고 번거롭더라도 지역에서 보통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대규모 시설 보호에 의존하며 거주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으로 사회복지생활시설 추가 증설을 우선하고 있다. 아쉽게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바람, 시설의 물리적 구조 즉 규모, 시설에서 벌어지는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표-6> 시설 보호 관련 정부 정책 내용

추진내용
세부내용

공급량확충
○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의한 시설 확충

○ 희망복지 21에 의한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 05~09년 노인요양시설 430개소, 장애인생활시설 138개소 확충

- 06~09년 뇌병변 및 최중증 지체 저소득 장애인을 위한 무료시설 169개소,

실비시설 81개소 확충(1~2급 중증장애인 시설보호 대상으로 단순 산정,

최중증 14.5만명(노인:8만, 장애인: 6.5만)

- 차상위․서민 실비 요양시설 06~08년 3년간 110개소 추가 확충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따른 시설확충계획

- 복지부는 06년 말 노인요양시설 충족률은 66%, 재가노인시설 충족률은

61%이며, ’08년에는 모두 수요를 완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지속적으로 민간신규시설 확충 지원 중

- 시설 수요 충족을 위해 ‘06~’08 3개년 동안 노인요양시설 919개소 (정원 29천명), 재가노인시설은 3개년 동안 196개소(이용정원 37천명) 설치 지원계획

○ 장애인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

시설내 인권강화 /

서비스 질 관리
○ 사회복지시설 평가 실시(2007년 아동․장애인 시설 평가/ 인권항목 추가)

○ 사회복지시설 서비스 최소기준 연구용역 실시(’06.07)

○ 장애인복지시설 서비스 최소기준 연구용역 실시중(08.03~진행중)

○ 정신장애인국가인권보고서(국가인권위원회 08.05~08.09)

○ 시설종사자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임의적)

공공성/투명성 강화
○ 후원금 전용계좌 사용, 후원금 사용․수입내역 공개(’06)

○ 시설회계 전산화를 위한 국가복지정보시스템 구축(’07.4~)

○ 사회복지법인에 외부이사(1/4) 추천제, 이사․감사 자격요건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추진(’07.08)하였으나 폐기됨

지방이양, 전달체계

개편
○ 2005년 사회복지사업 지방이양

○ 장애인등록 판정 및 서비스 전달체계개편 추진 중,

주민생활지원통합센터 시범화사업추진,

(복지업무 담당인력 보강(06~07 5900명 일반행정직 복지업무 전환 배치)



<표-6>에서 드러나듯 시설 보호 정책은 크게 공급량확충을 통해 서비스 이용자를 수급권, 차상위계층 으로 부터 일반 국민으로 늘려가려는 것, 시설 내 인권강화와 서비스 질 관리,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지방이양과 전달체계개편 네 가지 축을 통해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서비스를 일반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한정하던 잔여적 접근에서 보편적으로 일반 국민까지 확대하려는 것을 포함하여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민간시설 증설을 통한 시설보호를 우선 추진하고 있으며 시설 보호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설 확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난립되는 대부분의 시설은 집단생활형으로 전형적인 인간창고형 시설이 대부분이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된 정신보건시설 실태조사 결과 신설 수용소용(공주치료감호소와 같이 개방된 상태로 환자를 위한 침대들이 놓여져 있어 감시가 편한 수용소형태)시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서비스 최소기준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시설 설립기준을 완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모순된 정책이 펼쳐지고 추가 서비스 확충을 빠른 시간에 민간기관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다. 전형적인 졸속 정책으로 표면상 서비스 질 관리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민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시설의 추가 난립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시설 증설을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서 거주인의 인권보장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예는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확인된다. 실제 인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미전환미신고시설조차 지원을 통해 대부분 신고시설로 전환되었다.

기준을 채우기 어려운 시설들을 위해 정부가 취한 방법은 설립기준완화, 자격기준 완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규로 설립된 시설 상당수는 기존 신고시설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부랑인 복지시설의 경우 폐지방안이 발표되기도 하였으나 주된 대책은 전문시설(장애인시설, 정신요양시설)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기존 대규모 시설에 대한 해체의지가 사실상 없다고 평가된다.

이상에서 제시된 시설 보호 정책의 문제점은 첫째,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공급량 확충 방식으로 생활시설확충을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둘째, 민간시설의 확충에 의존하는 과도한 민영화, 셋째, 시설 개혁의 추진과정상의 체계성 부족, 넷째, 사회복지서비스 지방이양에 따른 전체 개혁의 어려움 이상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문제인 공급량 확충 방식으로 생활시설 확충을 우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인데, 일반 국민들이 거주나 보호를 지원받기 위해 생활시설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정부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허점이 있다. 시설 증설에 대한 국민 요구는 실태 및 욕구조사와 국내 중증 장애인 현황, 중증질환자 현황, 외국의 인구대비 시설자릿수 등을 참조하여 산정된다. 그러나 대개의 실태 및 욕구조사는 당사자 의견을 묻기보다 가족들의 욕구조사를 우선하고 있으며, 조사과정에서 응답자에게 충분한 정보(즉 다양한 서비스 유형에 대한 설명 등)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에 대한 욕구와 시설증설을 원하는 지를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대안(재택 요양서비스, 그룹홈, 주단기 보호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시설 입소를 원한다고 응답하며 당사자 역시 다른 대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설입소’를 원한다고 응답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상 시설입소를 원하는 대부분의 가족이나 당사자는 사실 다른 대안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시설입소 문의 상담과정에서 재택 서비스나 그룹홈 등 다양한 대안이 있음을 설명하면 대부분 크게 반가워하며 시설입소가 아닌 다른 대안을 소개해주길 부탁하곤 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조사는 이용자의 욕구를 왜곡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정부가 제시하는 『생활시설 확충 요구』는 사실상 『거주 지원과 요양 서비스 확충 요구』로 보는 게 옳다. 결국 서비스 제공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국민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재량 사항이다.

둘째, 민간의존률이 높은 상황에서 민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민간시설을 계속해서 증설해 나가겠다는 정부 정책방향은 시설 보호에 따른 문제 해결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민간시설을 견제하고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공서비스 확충이 보다 시급한 상황이다(김용득, 2005).

이미 민간 의존률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인데도 계속해서 민간시설을 확장해 나갈 경우 서비스제공자의 담합을 막기 어려우며 서비스 단가의 인상을 막기 어렵고 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 의약분업 제도 도입시 의료파업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또 벌어질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통해 국공립시설을 줄이고 민간시설을 늘린 영국의 경우조차 국공립시설을 여전히 일정정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견제와 공공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신자유시장과 규제완화, 민영화를 가속시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다.

셋째, 시설보호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이 없이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시설개혁 정책을 펼치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복지부는 장애인복지시설 개혁방안을 부서차원에서 준비하고 있고, 인권위는 정신장애인 국가인권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정신장애인 관련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시설 보호에 대한 진단, 근본적 개혁방향,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부처별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추진력이 약하고 혼선과 자원 중복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넷째, 2005년 추진된 지방분권화에 의해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정책결정권과 예산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개혁의 중심축이 분산된 것도 시설개혁을 어렵게 한다. 설계도면이 완성되기도 전에 집을 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상은 최근까지 진행되는 시설정책 전반에 관한 검토인데 그나마 장애인시설정책의 경우 다른 영역의 시설에 비해 빠른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노인, 아동, 정신장애인과는 달리 당사자 운동이 활발한 데 따른 영향과 이러한 요구를 수렴한 구체적 대안모색을 위한 일부연구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의 서비스 실천 현장의 운동의 결과라 할 수 있다.

■ 어떻게?
현재까지 정부 정책과 시설 보호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시설의 기능과 이미지를 재구조화하고 유용성을 살리자는 주장이 우세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민간 시설에 대한 의존률이 높아 개혁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지원을 통한 시설 보호 개혁 담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성규(2001)는 ‘복지의 오용과 남용을 걱정하면서 도출해낸 복지국가의 해체 논리인 정상화와 탈시설화를 복지의 확대가 필요한 한국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며 한국은 지금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나마 하나하나 갖추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있으므로 시설을 증설하고 시설을 사회화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보호는 역사적 산물로 수많은 폐혜를 낳았으며 저렴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또한 일단 만들어진 시설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점차 규모를 확대하는 영속성을 갖는다. 또한 시설 보호에 따른 문제를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효율성, 합리성, 실용성의 관점이 아닌 당사자의 바램과 인권에 근거한 개혁이 필요하다. 문제의 중심인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문제를 풀 수 없다. 중증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산정하고, 사람 얼굴 한번 보지 않고 거주시설 확충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계속해서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탓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관점에서 시설 보호 주의를 넘어서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첫째, 현재의 대규모 시설해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구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우리보다 가난한 크로아티아의 경우도 대형시설을 폐쇄하고 있다(캐시.2007) 이제라도 시설 보호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희망한국 21, 노인요양보험제도 등에 따라 신규시설을 확충할 경우 재택, 소규모, 거주인의 인권과 선택을 중시하는 탈시설 정책을 구상하고 적용했더라면 또 한다면 현재의 대구모 시설화의 문제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민영기관과 시장의존을 벗어나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민간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 70~80년대 복지국가 위기론에 의해 민영화를 시도했던 영국이나 서구유럽에서는 최근 공공화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경쟁을 통한 민영화가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만들며, 서비스 단가가 높아지며, 종사자의 근로조건도 악화되는 예가 보고되고 있다.

거주인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건 민영화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기보다는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이 책임지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공공사정체계를 강화하여 거주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책임 있는 공공사회복지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셋째, 탈시설 방향에서 시설 보호 문제를 체계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통합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욕구를 존중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각각의 부처에서 추진하는 내용들을 모으거나 개혁방향을 제시하여 체계적이고 일관된 탈시설 개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넷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마을의 주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이용자가 아닌 거주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거주의 소유권을 서비스제공자로부터 이용자로 옮길 필요가 있다. 거주인의 지위와 권리보장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 장애인 시설정책 개편방안과 제언
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시설정책 개편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1일 ‘장애인불편해소대책’을 통해 장애인 거주서비스 개편계획의 핵심 내용을 제시했는데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 추진배경

○ 시설의 대규모화에 따른 인권유린, 시설비리 문제 발생가능성 상존

○ 주거공간과 주간활동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단순 보호기능으로 오히려 장애인의

사회통합 저해

○ 서비스의 내용과 비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시설운영의 낙후성 초래

○ 시설의 소규모화와 거주중심의 기능 확립,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세계적

추세 반영과 정상화로의 지향

□ 주요 현황

○ 생활시설 314개소 21,709명, 공동생활가정 및 단기보호시설 427개소 3,502명

○ 생활시설 입소정원 규모는 20~300명까지 분포(1개소 평균 74명)

- 100명 이상의 대규모시설이 29.9% (86개소, 2006년말 기준)

□ 향후 계획

○ 시설장애인 인권보장 지침 및 윤리강령 마련(’09.4)

○ 장애인복지법 개정 : 생활시설, 공동생활가정, 단기보호시설을 장애인 거주시설로

재편(09. 12)

○ 인권피해 장애인을 위한 일시보호시설 설치(’09. 12)

○ 서비스 표준화 및 서비스 질 관리 시스템 구축(09. 12)

○ 소규모 생활시설 확충 및 대규모시설 개편

- 40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 신축을 권장하고(’08), 향후 신축규모를 30인 이하로 제한(’09)

- 기존 대규모시설을 30인 이내 소규모시설로 전환(2013까지)

* 자산대체에 의한 소규모시설 전환 시범사례 발굴



당시 발표된 내용은 아래와 같이 2008년 8월 6일 제 3차 장애인복지5개년계획 장애인 거주시설 개편(1-10)계획에서 재차 확인되었다.

○ 장애인 거주시설의 기능과 역할, 분류체계 정립(’09)

- 장애인이 입소하여 거주서비스와 낮 시간의 지역생활을 지원하는 시설(그룹홈,

단기보호시설, 생활시설)을 ‘장애인거주시설’로 통합

○ 대규모 시설 개편 및 소규모 거주시설 확충

- 기존 대규모 장애인시설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 또는 복합타운 형태의

시설 등으로 기능개편 유도

- 거주 서비스 신규 수요에 대비 소규모 시설 확충(’09~’15)

○ 서비스 표준화 및 서비스 질 관리 시스템 구축

-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이용과정 표준화 체계 마련 및 전국 공통서비스 최소기준

마련(’09년)



동 개편과제의 핵심내용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현재의 생활시설 중심에서 공동생활가정이나 단기보호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체제로 변경하고, 시설의 규모를 소규모방식으로 획기적으로 재편성하며, 시설 선택 제도의 전제가 되는 서비스 표준화와 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상의 정부 발표내용은 그나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애인 거주지원서비스의 정책방향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나마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는 노인, 정신장애인 시설 등에 비해 장애인시설의 경우 보다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 삶이 가능한 방향으로 거주서비스 정책을 개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이상의 대안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신규시설을 40인 이하 시설로 권장하고 09년부터는 향후 신축규모를 30인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보다는 많이 개선된 것이나 여전히 대규모 시설로 보편적 삶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신규시설 건축은 최대 규모인 40~30인 규모로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설보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단순히 규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규모는 대폭 축소될 필요가 있다.

둘째, 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조차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통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약하다. 인권보장지침, 서비스최소기준 등은 이러한 문제에 대비한 것이긴 하지만 실제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등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이의제기 절차의 구체화, 권리옹호 및 보호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보호서비스로 일시보호시설이 거론되고 있으나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와 적극적 권리옹호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보호시설만으로는 적극적으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할 수 없다. 물론 대형화된 전 근대적인 시설구조를 개편하면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나 계획 초반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수립 과정 및 개편과정에서 당사자 참여에 대한 고려가 약하다. 위의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은 거주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거주지원이 필요한 사람과 제공자 등 관련주체의 선택을 높이기 위해 시설을 다양화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 정책의 추진과정은 당사자의 참여와 장애인단체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이 없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대규모 시설을 소숙사형(빌라형)으로 거주환경을 개편하려는 시도에 대한 지자체와 시설장의 저항을 헤쳐나갈 동력을 얻기 어렵다. 또한 당사자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내용을 계획 단계에서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한국사회의 시설개혁에서 초래 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사전에 대비하기 어려우며 사회적 노력과 비용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 탁상행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시설에서 거주해온 사람들의 평가와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렴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약 7년간의 과정을 거쳐 장애당사자와 관련 단체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되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자립생활, 자기결정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시설을 개혁하고 탈시설을 추진해 온 스웨덴 등에서는 지적장애인 등에 대한 거주서비스 원칙으로 자기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소숙사형으로 시설을 개편하고 공동생활가정을 확대하는 것은 중단기적인 시설개편 방안이 될 수 있으나 공동생활가정 조차 여전히 시설이다.

박숙경(2007)의 연구에서 지적하는 공동생활가정에서도 통제가 이루어지며 시설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립홈에서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도 비용 부담과 임시 거주에 대한 불안감이 큰 점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시설환경도 주체적 참여와 자기결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위계적 관계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자립생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되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거주하게 될 경우에도 당사자의 참여와 자기결정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그나마 대형화된 시설을 인적이 드문 외지 곳에서 집단형 시설로 이전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석암재단 등의 경우 정부정책방향에도 위배 되지만 거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해나가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물리적 구조개혁에 그치는 시서개혁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의 경우 본래 추진 목적과는 달리 수많은 문제시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중앙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로 내려 올 경우 지역에서 세를 형성하고 있는 시설장, 지자체와 시설장과의 유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복지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에서는 시설정책 개편방안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며 새로운 집단형 시설 건축, 시설 개보수비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내 현황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이 지자체 내에서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