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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장제도는 장애인을 보호하는가, 아니면 수급자로의 전락 유도인가

기획 / 장애게 30년 전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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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장제도,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기사에서 이어진 기사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는 장애인의 생존을 가족 책임에 맡기던 시대에서,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지는 시대로 발전되어 왔다. 실제로 2026년 기준 정부의 장애인지원 정책 예산은 약 8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제도가 늘어난 만큼 장애인의 실제 삶이 안정됐는지, 그리고 각 제도가 본래 목적에 맞게 설계·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3년 보건사회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생활보호대상자 가운데 장애인은 약 15%를 차지했다. 30년이 지난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중 장애인 수급 가구는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생활보호제도 시기와 비교해 공적 지원 규모와 제도는 크게 확대됐지만, 장애인이 여전히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현재 제도가 실제 자립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2000년 초반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회가 장애인 연금 제정을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함께걸음
 
수급자는 ‘더하기’ 비수급자는 ‘빼기’
같은 장애, 오히려 비수급자가 더 힘들어
 
장애정도가 같은 중증장애인의 가상사례를 통해, 기초수급을 받는 장애인과 동일한 삶의 질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초수급을 받는 B씨와 기초수급을 받지 않는 C씨의 실제 소득 차이를 살펴봤다.
 
가상사례 : B씨는 근로소득이 없는 중증장애인 기초수급자로 LH가 제공하는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C씨는 전세 2억 원의 빌라에 살면서 월 230만 원의 근로소득이 있는 비수급 중증장애인이다. B씨는 스포츠바우처와 문화누리카드 등을 통해 격월로 수영 강습과 영화관람을 한다. 두 사람 모두 1인 가구이다.
 
 
위 표에서 B씨는 생계급여·주거급여·장애인연금·의료급여·장애수당 등을 포함해 월 약 193만 원 규모의 공적 지원을 받는다. 반면 C씨는 월 230만 원의 근로소득이 있지만, 비수급 중증장애인으로 일부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와 스포츠바우처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복지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차이는 실제 가처분소득을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C씨가 B씨와 같이 격월로 수영 강습과 영화관람을 하는 생활을 유지할 경우, C씨와 B씨의 가처분소득은 어떻게 변화될까? 식비로 두 사람 모두 월 40만 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의료비에서 주거비 등 여러 항목에서 차이를 보인다.
 
B씨는 의료급여와 주거급여를 통해 의료비와 주거비 부담이 사실상 공적으로 보전되지만, C씨는 월세·관리비·의료비 등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총 수입은 급여를 받는 C씨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월 잔액은 오히려 B씨보다 더 적어지게 된다.
 
또 물가상승분에 따라 B씨의 생계급여는 매년 오르지만, C씨는 임대료 상승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고 불안정한 급여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할수록 수급비가 줄어드는 구조
노동자보다 수급자로 유인하는 현실
 
현재의 소득보장 구조는 장애인의 노동 참여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생계급여나 장애인연금, 각종 감면 혜택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장애인에게는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오히려 생활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특히 부분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을 시작하면 출퇴근 교통비와 식비, 보조기기 사용비, 건강 악화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발생하지만, 동시에 기존에 받던 현금 급여는 줄어들 수 있다. 결국 노동을 통해 소득을 늘려도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은 기대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2023년 진행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 방안 연구’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회사에 (기초수급 받는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 어느 날부터 일을 안 하고 그냥 나라에서 주는 돈만 받더라고요. 술 먹고 놀기만 하고… 돈은 안 벌면서 생계비만 받는 거죠.”라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근로활동을 하며 기초수급을 받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수급비랑 장애연금, 월급까지 합치면 한 달에 180만 원 정도 들어와요. 보험이랑 적금으로 50만 원 정도 넣고, 나머지로 생활해요.”, “생활비를 쓰고도 남을 때는 저축을 하고 있어요.”라고 답해, 기초수급을 받는 장애인은 다양한 급여와 바우처가 결합되면서 일정 수준의 생활과 저축이 가능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 차상위로 생활하는 장애인의 상황은 달라졌다. “월급으로 생활을 다 해결해야 하는데, 빚도 있어서 매달 80만 원씩 갚고 있어요. 생활이 어렵죠.”라고 밝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수급 여부에 따라 소득 구조와 생활 안정성은 크게 다른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장애인들이 모여서 근로활동을 하는 직업재활시설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장애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을 경우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낮은 임금을 유지하거나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사용되기도 한다. 2023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호작업장의 평균 임금 수준은 49만 8천 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결국 현재의 소득보장 체계는 한편으로는 생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노동을 통한 소득 확대와 자립을 어렵게 만드는 이중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같은 ‘심한 장애’, 전혀 다른 현실
최중증 장애인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와
 
현행 제도는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해 급여를 설계하고 있지만, 같은 ‘심한 장애’ 안에서도 장애인의 삶과 처한 환경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가상사례: S씨와 Y씨는 모두 중증장애가 있는 1인 가구 기초수급자이며 두 사람 모두 현재 근로소득은 없는 상태다. S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고, Y씨는 혼자 살고 있는 와상상태의 장애인으로 타인의 도움이 24시간 필요한 상태다.
 
 
[표 5]에서와 같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기도가 막힐 우려가 있어 특별식이 필요하며 일회용 기저귀를 하루에도 몇 개씩 소모해야 하는 와상장애인과 혼자서 휠체어를 탔을 뿐 비장애인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금은 동일하다.
 
이처럼 비록 같은 심한 장애로 분류되어 있어도 장애인이 처한 삶의 현실은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지원이 필요한 정도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이 없고 돌봄 의존도가 높은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동일한 급여 체계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결국 현재의 소득보장 체계는 ‘같은 장애등급이면 비슷한 필요를 가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오히려 돌봄 부담이 큰 최중증 장애인이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양한 장애인 특성 반영하지 않는
행정편의적 사고 30년이 지나도 여전
 
30년 전 생활보호법 체계에서도,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연금 제도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장애인의 개별적인 삶의 조건과 필요를 세밀하게 반영하기보다, 일정한 기준 안에서 행정편의적으로 일괄 지원하는 방식이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장애 정도,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구분해 왔지만,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돌봄 부담·의료 필요·이동 제약·가족 유무·노동 가능성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정책 방향은 다양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를 외치면서도 현실 적용은 여전히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이분화된 획일적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호 <함께걸음> 이슈광장 설문에서도 이러한 기존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함께 드러났다. 민생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해 대중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56.1%가 장애인의 생활 여건과 특성을 고려한 보다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단순히 ‘장애인이냐 아니냐’만으로 지원을 판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부 응답자들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의 발전을 활용한다면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고 세밀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설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경우 또 다른 행정 부담과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제도가 장애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같은 심한 장애라는 분류 안에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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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30년 전과 오늘 [소득보장] ① : 소득보장제도,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작성자글과 사진. 함께걸음미디어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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