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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눈물, 오세훈의 약속 그리고 시설장애인의 노숙

[기고] 시설나온 장애인들에게 정부는 약속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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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하루 전날인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인생활시설인 홀트장애인요양원에 찾아가 그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합창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영혼의 소리라 칭찬하며 '위로를 주려고 왔는데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채 평생 시설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눈물을 흘렸을까? 생활시설에 사는 중증장애인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 한번이라도 고민해보았을까?

2008년 12월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생활시설인 동천의집에서 장애아동들을 위로한다며 산타 복장을 하고 깜짝 이벤트를 했다. 오세훈 시장이 이벤트를 하는 동안 건물 밖에서는 석암 베데스다요양원에 살던 장애인들이 '생활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며 자립생활 대책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과 면담이 성사되었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얼마나 많은 시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는가’를 먼저 조사한 뒤 시설생활 장애인들의 자립지원 계획을 세우는 게 순서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시설 장애인의 자립 욕구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사가 끝나면 만나자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야기한 조사는 벌써 두 달 전에 마무리되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서울시가 감독하는 38개 생활시설에 대해 '장애인생활시설 거주 장애인 실태 및 욕구조사'를 했고, 결과는 이미 나왔다.

조사결과는 이러하다. 현재 서울시 관할 38개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3252명(2008년 말 기준) 가운데 시설에서 나오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50%. 거주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나오겠다는 사람은 70.3%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시설에서 산 지 10년이 넘은 사람은 45%를 차지하고, 평균 입소 기간이 무려 10.3년이다. 한 방에 평균 5.8명이 함께 거주하고, 10명 이상이 한 방에 거주하는 비율도 7.7%에 해당한다.

시설에서 일어나는 폭행, 비리, 성폭력 등은 차지하고서라도 한 방에 5명 넘는 인원이, 10년 넘게 살아가야 하는 그 조건을 인간적인 삶이라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시설 장애인의 가족 94.4%는 자신의 가족인 장애인이 계속 시설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대답하였다.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정부는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보다는 지역사회와 분리된 시설을 만들어 '사랑과 복지'라는 이름으로 중증장애인을 가두어 놓고 있다. 가족마저 장애인을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에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시설을 유지시키는데 일조를 한다.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여 왔던 사회였다. ‘사랑과 복지'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시설 중심의 정부 정책이 중증장애인을 지역과 단절시켜버렸다. 정부는 사회 부담과 경제적 이유를 들어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철저히 말살해버리는 시설에 중증장애인을 가두어 두고, 그들의 노래 소리에 감동해서 눈시울을 적신다. 이명박은 악어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것이 어찌 이명박의 눈물뿐이겠는가.

2009년 6월 4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왔던 중증장애인 8명이 시설에서의 삶을 거부하고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권리와 자립생활 대책을 요구하면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비를 막을 천막을 치는 것조차 경찰의 탄압에 막혀버려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우선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장애인자립주택 제공’과 생활지원을 위한 ‘활동보조인 시간확대’를 주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살 수 있도록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설 장애인 70% 이상이 정부가 자립생활 대책을 마련하면 지역사회에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노숙은 시설장애인에 대한 가족, 이웃, 시설장, 정부 4자 간의 '침묵의 카르텔'(각주) 을 깨고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온몸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중증의 장애가 있다고 해도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말이다. 또한 이들의 노숙은 이명박 대통령이 흘린 눈물에 대한 진실의 폭로이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직접행동인 것이다.

각주: '침묵의 카르텔'은 정부, 가족, 시설장, 이웃들이 시설장애인의 삶에 대하여 카르테을 형성하여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함.
작성자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pks91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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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race님의 댓글

grace 작성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서울시측의 태도는 어찌된 일인가?
사회약자를 방문할 때는 생색내기용 이었던가?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오세훈 시장께서 약속할 때에는
무언가 보장을 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있으시니 약속 하셨을 것이다.
반응이 없으니 극렬한 방법으로 나가게 되고..
더욱 더 극한 무언가가 터져야만
반응을 할 것인가.....
안되면 용산참사처럼 불법이니 뭐니 하면서 진압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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