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있으나마나 한 장애인 편의시설, 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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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참가한 한 장애인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윤미선 기자 |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책자와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2009년 5월, 장애인 복지, 인권의 현주소가 아닐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으로 공공기관이나 국제 대회 행사장에 장애인 화장실, 수화통역사,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들이 눈에 띄게 확충되고 있지만 주최 측의 무관심과 안일한 편의제공 조치, 관리 소홀로 장애인들의 가슴은 또 다시 시퍼렇게 멍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대다수의 공공기관에 장애인 편의제공을 해놨고 이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인데 너무 까칠한 반응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5월 6일부터 7일 양일간 안면도 오션캐슬에서 진행하는 제16회 한마음교류대회에 취재차 다녀온 기자는 ‘럴수. 럴수.. 이럴수가?’ 한마디로 입이 딱 벌어지고, 기가차고,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고? 이제 슬슬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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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어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답답한 현실. ⓒ윤미선 기자 | ||
# 장면 하나/ 장차법, 그냥 대충 흉내만 내면 되는 거니?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오션캐슬. 탁 트인 서해안의 바닷가, 눈부신 햇살과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백사장이 한 눈에 보이는 한마음교류대회장은 장관 그 자체. 충청남도의 대표 숙박업체인 오션캐슬이라 그런지 100점 만점이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편.
‘음.. ‘장애인정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장애인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2009 장애인복지인권 지표에서 2위를 차지한 충청남도라 역시 특별하구나.’라고 감탄하고 있는 찰라.
한마음교류대회 행사장 저편에서 들려오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 하나.
한마음교류대회 이튿날인 7일,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서 또 다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허점을 여실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전국 장애인단체 대표들은 1억 송이 꽃의 향연인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참가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과 점검,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처참, 그 자체!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오염됐던 태안의 자연환경 복구와 건강한 태안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오랜만에 열리는 국제적 행사였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장은 고양시나 여느 지방에서 개최하는 박람회와 달리 휠체어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대부분의 전시관을 턱이 없는 평지로 설계해 장애를 가진 사람도 손쉽게 박람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또 장애인 전용 출입구와 화장실을 15기를 설치했으며 휠체어 무료대여, 수화지원 동행안내, 화상전화기 시-토크(See- Talk) 4대 설치로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박람회를 구경할 수 있도록 편의제공을 구비해 놨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법률에 명시된 장애인 편의증진, 편의시설에 대한 항목에 대한 구색은 모두 갖춘 셈.하지만 아무리 멋지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밥상이 차려져 있다고 해도 그것이 그림의 떡이거나 아주 얇은 유리 막으로 둘러싸여 접근조차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 그것은 허당 그 자체다. 아무리 금, 은 보화가 지천에 깔려있다고 해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명쾌한 진리. 장애인의 편의시설이 제아무리 삐까뻔쩍하게 구비돼 있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이건 바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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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녀 화장실 구분은 있는데.. 왜 장애인용 화장실 위치는 표시 안해줘? ⓒ윤미선 기자 | ||
# 장면 둘/ 장애인 용 화장실이 도대체 누굴 위한 거냐고요~?
기자가 한마음교류대회에서 아니 더 정확이 말하면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서 느낀 절망감은 제대로 꽃 틔워보지도 못한 엇갈린「장애인차별금지법」의 명암이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뭘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이렇게 미사여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냐고 반문한다면 이제 슬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놔야겠다.
기자가 말하고 싶은바는 바로 이거다. 한마음교류대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장애인 대표들은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참가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보며 장애인단체 간 연대와 결속, 발전하는 장애인정책에 대한 희망을 더했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정작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에는 휠체어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과 화장실 청소 도구, 짐 가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더더욱 기가 찰 노릇인 것은 그곳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장애에 대한 몰 이해와 안하무인의 태도였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급히 용무를 해결하고자 함께 온 장애인 대표단과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찰라. 특히 널찍한 장애인용 화장실이 눈에 띄어 살짝 엿본 장애인용 화장실 내부의 광경은 아수라장.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돼 있다더니.. 삐까뻔쩍, 겉과 속이 다른「장애인차별금지법」실체가 바로 이건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무릅쓰고 이 광경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사진촬영을!
어디선가 휙휙 날아드는 고무장갑, 기자의 카메라는 180도 회전 후 안전하게 기자의 품으로 착지.
“당신들, 화장실을 이용하려거든 화장실만 이용하지 뭔데 사진촬영을 하는 건데?” 기자와 장애인 대표단 이구동성으로, “여기 장애인 화장실인데.. 짐들이 이렇게 즐비하면 장애인은 어디서 볼 일을 보나요? 치워주셔야죠!” 그러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말씀. “그럼 이 뙤약볕에 하루 종일 일한 우리는 어디서 쉬고, 밥먹냐?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거냐? 우리가 좀 쉬자는데 그렇게 잘못된거냐?”
‘헉. 이보세요~ 아주머니들 당연히 잘못됐죠!’ 물론, 하루 종일 안면도국제꽃박람회 내 환경미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신 이분들이 편히 앉아서 쉬실 공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건 100% 주최 측의 잘못이다. 오죽 쉴 공간이 없으셨으면 장애인 용 화장실의 문을 걸어 잠그시고 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셨을까? 청소용역 아주머니들 심정도 백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박람회장 내 환경미화에 여념없으셨을 아주머니들, 여기는 엄연히 장애인 용 화장실이라고 푯말이 버젓히 박혀있는데 말입니다. 혹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불편과 사회적 차별, 편견의 눈초리 속에서 목놓아 ‘인권’을 부르짖는 장애인들의 마음은 혹시 헤아려보셨나요?
더더구나 기가 찰 노릇은 바로 이것, 7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이 설명과 안내없이 박람회를 관람해야 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안내책자가 마련돼 있어도, 정작 이를 배포해야 하는 안내부스에서는 점자안내책자가 마련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황당한 현실.
이것이 시행 1년을 갓 넘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답답한 현실인 게다. 법률로 규정해 놨으니 장애인 편의시설은 제공 해야겠고 교묘하게 형식만 갖추자는 눈속임 식 행정처리 절차에 편의시설 제공에 대한 안내교육 미비, 게다가 청소용역의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쉴 곳도 갈 곳도 없이 화장실에서 눈물 젖은 김밥을 욱여넣어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서러운 현실, 이것이 2009년도의 장애인, 아니 사회적 약자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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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하라고? 꽉찬 짐들로 이동이 불가능한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의 장애인용 화장실. ⓒ윤미선 기자 | ||
# 장면 셋/ 금은보화도 꿰어야 보배, 잘 키운 장차법으로 장애인 삶의 질 확보하자!
5~6년전 국가인권위원회 던, 보건복지가족부 앞마당이던, 아니면 뙤약볕의 길바닥 노숙농성이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기위해 목이 터져라 외쳐 부르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2009년 5월, 편의시설/ 교육/ 인권 등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장애인의 열망은 허공에 메아리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시행 후 1년, 자! 이제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자. 우리가 그토록 외쳤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그 실태와 현황은 어떤지.. 장애인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관계자들의 모습은 어떤지,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을 생산하고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대목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시행 1년인 올 초, 각 장애인 단체들은 앞 다퉈 토론회다, 세미나다, 각 종 행사들을 진행한 바 있다. 만약, 각 단체들이 보여주기 식 행사 대신 「장애인차별금지법」시행 후 1년, 실태조사와 현황분석에 주력했다면, 아니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금번과 같은 허무함 내지는 실망감은 맛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 실태조사 후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확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허주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 소장은 “공공시설 및 각종 시설물에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만 설치돼 있는 시설물에 대한 관리, 운영이 소홀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허주현 소장은 “국제적인 규모의 박람회의 경우 장애인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편의제공에 대한 사전 모니터 작업이 특히 중요하다. 또 주최 측의 일방적인 장애인 편의제공이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 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후 1년,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토대도, 편의시설도 어느 정도 확충되고 있다. 점차 늘어가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지켜보는 정부,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속속들이 들어차는 편의시설과 각종 법률의 머릿수 만 헤아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도의적인 부분을 도외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한 점검과 자가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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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주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 소장이 장애인용 화장실 이용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윤미선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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