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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정부와 교육감후보들은 무슨 생각을

[기고] 노동권·학습권부터 참정권까지 모든 사회영역에서 차별받는 장애인들

본문

[미디어 충청]

「장애인복지법」 제14조는 잘 준수하고 있나요? 장애인관련 법률들은요?

「장애인복지법」 제14조(장애인의 날) ①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하며, 장애인의 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날의 취지에 맞는 행사 등 사업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 법조항을 잘 준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대부분의 시민들도 대체로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왜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하지?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만한 사회로 잘 만들어서? 그건 지나가는 개한테 물어도 웃을 일이니 그건 아닐 테고. 그러면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과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 그나마 있는 장애인관련 법률들은 잘 준수하고 있는 걸까? 재벌 등 기업들은 또 어떨까? 그렇담 법률을 만든 정당들은? 제법 규모가 큰 시민사회단체나 노동단체들도 있을 텐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충남교육감 후보들의 장애인 교육정책 실망이로소이다!

대충 뭐 이런 식의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필자의 머릿속을 떠돌고 있을 때, 창밖에서 충남교육감선거 후보자들의 유세차량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창가에 서서 유세차량을 한동안 지켜보고 있다가 퍼뜩 교육감후보들의 장애인관련 정책·공약이 궁금해졌다. 내친김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필자의 인터넷 검색실력이 모자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충남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7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2명의 후보약력에 ‘장애인야간학교 영어교사’와 ‘장애인체육회 이사’가 기재되어 있고, 다른 2명의 후보정책에 ‘장애인부모가정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치겠다.’는 것과 ‘특수교육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언론기사가 짤막하게 실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교육정책에 대한 견해와 정책·공약을 대대적으로 발표해서 장애인과 장애아동 자녀를 둔 부모의 표심을 공략했을 법도 한데, 지나친 기대였을까, 그런 선거운동을 펼친 후보는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각종 언론사가 앞 다투어 내보낸 교육감 후보자들의 인터뷰기사에서도 장애인 교육정책에 대한 질문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영어몰입 교육, 일제고사 실시 등으로 대표되는 2MB식 교육정책이 워낙 이슈인지라 그럴 법도 하지만, 그래도 7명이나 되는 충남교육감 후보 어느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장애인 교육정책을 접할 수 없다는 현실은 서글프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어린 두 딸을 둔 그래서 예비 장애인 학부모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 필자의 씁쓸함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얼마나 절박한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관련 사업장 감독한다고? 너나 잘하세요!


재벌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간 기업들이 법률로 정해진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율’(50인 이상 민간사업장은 5%)을 준수하지 않고 과태료를 내고 마는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노동자 고용률은 고작해야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작금의 이런 현실은 벌칙조항이 아닌 과태료조항을 두기로 한 입법단계에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잉여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거늘, 고양이한테 생산을 맡긴 격이 아니고 무엇이랴.

재벌 등 민간기업이야 그렇다 치다. 그런데 민간기업이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률을 지키도록 감독하여야 할 정부조차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민간부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치는 1.76%가 국가와 지자체 79곳의 장애인노동자 고용률 평균이다(2009. 4. 20.자 경향신문). 충남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률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률을 민간기업보다 낮은 3%로 규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민간기업과 달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어겨도 과태료가 면제되도록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정이 이럴 할진대 정부가 민간부문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5% 준수를 감독한다고? 너나 잘하세요!

장애인 자립 위해서는 실직적인 노동권 보장 선행돼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 그나마 있는 장애인관련 법률들을 종합해 보면,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보장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함을 입법취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자립을 하고 싶어도 ‘그들을 고용하느니 과태료를 내고 말겠다.’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즉 채용단계에서부터 엄청난 진입장벽 앞에서 혹독한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자립’, ‘사회통합’은 알량한 ‘법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국민’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먼저 그들에게 ‘실직절인 노동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는 이미 장애인인권단체 등에서 많은 주장과 제안들이 제기된 상태이지만, 평소 필자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민간부문과 동일한 수준의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률을 적용할 것, 장애인노동자 의무고용률 미충족 시 과태료 규정을 벌칙 규정으로 변경할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은 장애인노동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근수단과 시설을 제공·설치할 것, 사업주 신청으로 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 적용제외 승인 시 그 차액분을 국가가 보전해 줄 것(이렇게 할 경우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장애인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심사는 자연히 내실을 기하게 될 것이다), 산업재해에 따른 장해로 노동능력이 저하되었다는 이유로 함부로 해고하거나 인사 상 불이익을 주지 못하게 엄격한 벌칙 규정을 적용하고 또 임금을 삭감하지 못하게 하며 부득이 삭감하는 경우에는 노동부 심사를 통해 삭감정도를 결정하고 대신 줄어든 임금을 국가가 보전해 줄 것 등등이 있다.

‘실질적인 노동권’ 보장 위해서는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 선행돼야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러한 실질적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노동자들의 일정한 노동능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시혜적, 보호적 보장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과, 작업내용 측면에서도 단순반복 작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학습권’이 보장돼야 한다.

학습권까지 생각하니 장애인들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국민’답게 살기 힘든지 더욱 절감하게 된다. 필자가 아는 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비장애인 부모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남들처럼 뼈 빠지게 일해서 남의 집 아이들 다니는 정도의 학원만 보낼 수 있으면 다행이련만(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게 보낼 학원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노동시장만이 아니라 사교육시장에서도 이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도 여지없이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교육은? 수십 년간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펼쳐 온 교육정책은, 이제 2MB식 교육정책을 맞아 최전성기를 구가할 채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지만, 참정권 행사조차 어려운 게 장애인의 현실

지난 2006년 5.31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장애인 후보단을 출마시켰다가, 당시 일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장애인후보의 활동보조인도 선거운동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장애인후보들이 선거운동원 수를 제약하는 규정(공직선거법 제62조 제2항)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사회당이, 2006년 5월 ‘활동보조인이 반드시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62조 제2항과 제93조 제1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2009년 2월 26일 내려졌다.

제62조 제2항과 관련해서는 공직선거에 출마한 장애인 후보의 활동보조인을 선거사무원과 별도로 둘 수 있다고 판결문을 통해 해석했다.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선거운동방법에 차등을 두지 않는 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선거운동의 추세가 투표권자를 찾아다니며 얼굴을 알리는 방법보다 신문·방송·인터넷을 통한 광고, 방송연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추세’이므로, ‘언어장애가 있는 후보자가 얼마든지 투표권자와 접촉해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또 인쇄물 등의 방식을 이용해야만 언어장애가 없는 후보자와 동등한 위치를 확보한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이 차별받는 냉혹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장애인의 출마에 대한 고려 없이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의 선거운동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장애인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당은 ‘이 때문에 헌재의 위헌심판 판결 당시 배석했던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송두환 재판관 등 4인은 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헌법에 불합치하므로 개선입법을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장애인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다른 예로, 필자는 선거 때면 거의 빼먹지 않고 투개표 참관인을 해 왔다. 몇 년 전, 한 번은 투개표하는 날 혹독한 감기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투개표참관은커녕 투표도 하지 않고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하루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불 속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투개표 참관은 포기하되, 주권만은 행사하기로 타협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혹시 잠에서 깨지 못할까 싶어 일찌감치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고 일찌감치 투표소로 나섰다.

투표소 앞에서 계단 3개와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나와 같은 주권자들을 만났다.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또 나올 생각에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나온 김에 투표를 하기로 마음먹고 길게 늘어선 줄 끝으로 가서 섰다. 솔직히 몸이 너무 아파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투표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주권자들의 면면을 보니 대부분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간간이 눈에 띄는 젊은 사람들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빨리 투표하고 출근해야 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일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10초 1분으로 느껴졌다. 그때 장애인전용 화장실처럼, 환자나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한 전용투표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몇 분을 밖에서 벌벌 떨면서 줄을 선 끝에 따뜻한 노인정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줄을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이윽고 투표소가 마련된 노인정 안으로 들어섰다. 투표소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은 다음 실내화로 갈아 신고 계단 한 칸 높이 정도의 턱을 딛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투표를 마치자 오늘의 중요일과를 끝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소변이 마려웠다. 장애인전용 화장실은커녕 입구가 비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좁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촛불집회 때,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법문에서 따온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랫말이 집회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에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지위가 대단히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듯, ‘장애인도 국민이다.’라고 외치며 싸우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국민임에도 국민답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장애인의 날, 정부와 교육감후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에게 노동권·학습권부터 참정권까지 모든 사회영역에서 차별받는 장애인들이 국민답게 살 권리는 무슨 의미일까?
작성자김민호 (사회당 충남도당 부설 노동자인권센터 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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