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성폭력피해자 인권 보장되는 책임있는 사회 이루자 > 기획 연재

장애아동에게 8년간 성폭력을 자행한 할아버지와 숙부에게 집행유예를 판결해 최소한의 법과 질서에 대한 신뢰와 여성장애인에게도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믿음을 한순간 뒤엎어 놓았던 청주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이 2009년 3월 19일 끝났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는 장애아동 친족 성폭력 가해자 4명중 숙부 3명에게 1년 6월과 3년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법정구속됐다.

지난 4개월동안 장애아동 친족 성폭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며 다각적 방법을 동원해 노력해온 ‘장애아동친족성폭력집행유예바로잡기대책위’는 원심을 파기한 판결이 너무나 당연한 법리적, 상식적 결과이며, 우리가 주장해 온 여성인권보장과 반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판결이라고 본다.

역사상 그 어느때에도 장애인, 여성의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으며, 눈 부릅뜨고 지키지 않으면 약자의 인권은 언제라도 침해당하고 박탈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게 된 계기였다.

또 우리사회가 여전히 안고있는 장애아동 친족 성폭력 대책을 심사숙고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다.

본 대책위는 이번 사건이 우리사회에 대해 던져준 의미와 과제가 결코 작지않다고 생각하여 아래와 같이 우리의 의견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자 한다.
현재 4명의 가해자 중 할아버지에게 집행유예가 유지되었고, 1명의 가해자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살태라는 점은 우리의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본다.

1. 장애아동 성폭력 가해자가 고령이라는 점이 감형의 이유가 되고있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연령이 참작돼 부당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해자의 연령이 낮으면 앞날이 창창하다는 이유로 감형되고, 연령이 높으면 고령인 이유로 감형된다.

우리는 이때마다 나이든 여성 피해자가 느낄 수치심과 분노, 나이어린 피해자가 오랫동안 겪어야 할 심리적 상처와 고통이 형평성 있게 고려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노인(친족이든 비친족이든)에 의핸 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이 비일비재하고 대부분 밝히거나 처벌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집행유예가 유지된 할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조차 버젓이 손녀에 대한 성폭력 사실을 인정했을 정도로 명백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가 기각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가해자 처벌에 있어 폭력행위와 관련없이 연령을 고려해 판결하는 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피해자 중심의 관점에서 더욱 공명정대한 판결이 이뤄지도록 촉구해 나갈 것이다.

2. 정부와 지자체의 장애, 아동, 폭력피해 여성의 인권보장 책무를 제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심 판결이 성폭력피해자인 장애아동이 돌아갈 곳은 성폭력 가해자의 또다른 얼굴인 ‘가족(보호자)’이라는 관점의 반영이었다면, 항소심은 ‘폭력이 만연하고 가족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와 가족관계가 깨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규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해 온 장애인권단체와 반성폭력운동 여성단체를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는 집단으로 취급하기 전에 가족기능이 상실된 상태의 시민들에 대한 돌봄책임을 방기하고 그 가족의 열악한 조건을 방치해 결국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권리를 박탈한 지자체와 정부의 무책임성에 항의하는 것이 오히려 마땅하다고 본다.

본 대책위가 방문했을 때 해당 지자체는 책무감을 느끼기는 커녕 1심 판결의 의미가 ‘지자체의 복지시스템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에 대해서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아동복지기관에서 보호되고 있는 피해자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피해자에게 다양한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법적으로 부여한 성폭력 피해자와 장애인에 대한 인권보장, 여성 가족복지의 책무를 통감하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비슷한 폭력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법원판결을 지켜본는 거과 시시때때로 피해자 지원에 고나심을 갖는 것, 장기적으로 위에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해 나가는 것,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이 더욱 잘 이뤄질수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고유임무인 장애인 여성 반성폭력 상담운동의 현장에서 수행할 과제라고 판단한다. 이에 일상적인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을 결의하며 본 대책위를 해소한다.

장애아동 친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상식적이고, 보편적 판단이라는 공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로 힘을 보태준 우리사회 도처의 선한 세력들의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장애아동 친족 성폭력 집행유예 판결 바로잡기 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