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나갔는데 지자체는 시설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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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17일,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도청에서는 ‘옥천 부활원 장애인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충북지역 시설 인권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태현 기자 | ||
지난 2월 17일,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도청에서는 ‘옥천 부활원 장애인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충북지역 시설 인권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부활원에서 일어난 장애인 사망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하나도 규명되지 않은 채 시설생활인에 대한 성폭력 의혹과 시설 비리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면서 “관련 지자체가 직무유기를 넘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슨 이유로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 옥천 부활원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진상을 추적해 봤다.
제보로 인해 드러난 사망 사건의 진실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 위치한 정신요양시설인 옥천 부활원은 1971년 설립되어 1979년 사회복지법인 인가를 받은, 한 해 국고와 지방비 8억3천만원을 지원받는 대규모 수용시설이다. 이곳에는 현재 163명의 정신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데, 시설장 김 모씨와 그의 딸인 김 모 사무국장을 비롯해 총 26명의 직원이 생활인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부활원 장애인 사망사건은 지난 2007년 8월 27일 일어났다. 시설에서 생활하던 정신장애인 3급 정모 (사망 당시 47세)씨가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부활원 측은 피해자 정씨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 옥천군청에 ‘정씨가 간질로 인해 발작 증세를 일으키고 호흡곤란을 일으켜 결국 사망했다.’고 보고했고 옥천군청이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여, 정씨 사건은 의례 있는 시설인 사망 사건의 하나로 처리되어 묻혀 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약 1년 반이 지난 작년 연말, 익명의 제보가 지역 신문인 옥천신문과 옥천 경찰서에 날아들었다. 부활원 생활인의 가족이라는 익명의 제보자가 밝힌 내용은, 2007년 8월 생활인 정씨가 부활원 사무국장의 남편이며 생활지도사인 정 모 씨 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고 달려들었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인 정 모 씨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이어 부활원에 사망사건 외에도 성폭행 사건과 시설비리 등의 혐의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제보가 옥천신문에 보도된 후 관리감독관청인 옥천군청은 부활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자료에 따르면 당시 옥천군청의 지도점검차원의 시설 방문 조사 때 부활원 측은, 사건 당시에 보고한 것과 같이 발작과 간질 증세를 보여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옥천군청 측은 조사 과정에서, 사망사건 제보 내용에 대해 생활인 등에 대한 면담은 진행하지 않고, 시설 측의 이야기만 들어 단순히 심장마비에 의한 단순 사망으로 결론짓고, 2009년 1월 이를 충북도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옥천경찰서는 달랐다. 옥천경찰서는 제보를 받은 2008년 말 시설 측과 시설생활인을 대상으로 한 인지수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씨가 질병이 아닌 폭행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게 밝혀졌다.
옥천경찰서가 대책위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제보를 받은 뒤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사건을 목격한 5명의 시설생활인 남성들의 진술을 받았고, 이어 가해자로 지목된 정 모 씨를 불러 사실 여부를 추궁한 결과, 가해자가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자백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에서는 폭행치사 혐의에 대한 구속수사에 대한 의견과 함께 사건에 관련된 기록과 증거물을 검찰로 송치했고, 현재 검찰에서 재수사를 지시해 옥천경찰서에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옥천경찰서장은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피해자 정씨의 사망사건과 원생 성폭행 의혹, 허위 등재된 직원 인건비 횡령 등에 대한 제보 내용이 너무 막연한 내용인데다가 시설생활인들이 전부 정신장애인들이라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 사망사건만 수사 중이며 그 외 인건비와, 장애수당 횡령이나 인권침해문제 등 시설 전반에 대한 사항은 경찰 권한 밖의 사안으로 옥천군청 등 행정관청의 역할이라고 판단한고 있다.”며 책임을 옥천군청에 떠넘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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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법인 부활원 전경 ⓒ김태현 기자 | ||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없는 지자체
한편 이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후 지역에서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지역 단체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전국단위 단체들은 ‘옥천 부활원 장애인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충북지역 시설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가 먼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폐쇄적으로 시설이 운영된다 하더라도 시설생활인은 물론 시설종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거나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사건발생 17개월이 지난 후에야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진상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책위는 또 옥천 부활원과 같은 정신보건시설의 경우 의무적으로 정신과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전문인이 근무해야 하는데, 이들이 응급처치 및 병원 후송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여부와, 사망 당시까지 간질 증상을 보이지 않은 피해자의 사망진단서에 심장마비와 간질로 인한 사망으로 기록된 사실 등을 들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책위는 진상조사를 경찰에만 맡기지 말고 시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옥천군청과 충북도청, 대책위가 함께 시설 원생들 전원을 대상으로 한 면담을 통해 또 다른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포함해서 진상조사를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현재 충북도청과 옥천군청은 이런 대책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안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책의는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충북도청과 옥천군청의 합동 지도점검에 맞춰 대책위 관계자들이 피해자 가족과 함께 부활원을 방문했고, 부활원 사무국장과 시설 측 종사자 4명에게 사망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시설 측은 “사망한 정 모 씨가 사건 당일 남자생활관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이 자리를 비워 90명을 혼자 돌보고 있던 가해자를 느닷없이 폭행했고,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발작 증세를 일으키고 호흡곤란이 와서 가해자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고 한다.
또한 대책위가 옥천군청을 방문해서 부활원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요청하고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 향후 계획에 대해 질의했을 때도 옥천군청 측은 부활원 시설 현황자료만을 전달했을 뿐 나머지 요청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엔 가해자가 아직 부활원에 근무 중이었기 때문에(현재는 가해자가 본인의 요청으로 2월 1일부로 휴직계를 낸 상황이다.) 가해자가 다른 생활인들을 협박하거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안전을 이유로 가해자와 시설 생활인들을 분리조치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군청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에 앞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만 할 뿐 문제해결을 위한 아무런 노력이나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 대책위 관계자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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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17일,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는 충북도청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김태현 기자 | ||
충북 도청, 시설에 문제 없었다고 주장
대책위는 지난 1, 2월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 2월 17일 기자회견 후 충북도청 보건복지여성국장과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자리를 비워 충북 도청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 관계자는 “합동 조사 후 대책위가 옥천군청에 이번 사건과 제보자에 의해 제기된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밝힐 수 있도록 전수조사를 요청했지만, 군청 측은 자기들은 권한이 없다며 충북도청에서 의지를 가지고 조사한다면 군청도 도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도청이 전수조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충북도청 관계자는 “대책위 요청에는 여력이 되지 않아 확답할 수 없고, 행정상 한계가 있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경찰에서 재조사를 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 한다.”며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대책위 관계자가 “시설에서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있었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폭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아직 성폭행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 시설인 개개인을 면담하는 방식의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도청이 대책위와 함께 시설인 면담을 할 것을 요청한다.”고 재차 요청했는데, 충북도청 관계자는 “정신보건법상 정신장애인들에게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할 수는 없고, 법적·행정적 근거 없이 아무나 만나게 할 수는 없다.”며 요청을 묵살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그러면 직접 시설에 갔을 때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나?”라고 묻자 충북도청 관계자는 “시설에 갔을 때 시설인 8명을 만났지만 특이사항이 없었고,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고 답해 대책위 관계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책위 측은 도청 관계자에게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어떻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대책위가 조사한 결과 시설에서는 옷가지 하나조차도 개인의 것으로 된 게 없었다.
아무 옷이나 입게 하고, 저녁식사도 오후 4시 반에 먹게 한 뒤 5시 반이면 모두 잠자리에 들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게 사람이 사는 것이냐.”는 게 대책위 측 항변이었다.
면담 후 충북도청 측이 2월 20일 대책위 측에 보내온 문서에는 예상대로 ‘시설의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별 문제없다.’는 형식적인 조사 결과와 함께, 법적 근거가 없어 민관 합동 조사를 하지 못 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그동안 복지부와 인권위의 민관 합동 조사, 전라북도의 전수조사 계획 등이 법적 근거가 아닌 행정 판단에 의한 것임을 확인시키고 더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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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현 기자 | ||
옥천군청, 대응방안 없다며 무력감 피력
옥천으로 가서 문제의 시설과 옥천군청을 다녀왔다. 먼저 시설을 방문했는데 시설 측에서는 “경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왕 온 김에 시설을 한 번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거절해서 그냥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설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옥천군청에서 주민복지과 관계자를 만났다. 옥천군청 관계자는 “옥천군 내에 수백명 씩 수용되어 있는 규모가 큰 장애인 수용시설만 세 곳에 이르고 재가장애인를 포함해서 장애인만 4천 명이 넘는데, 이들을 사실상 단 한 사람의 담당자가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옥천군청 관계자는 이어 “시설에서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서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지금 실정에서는 어떻게 시설을 관리해야 할지 특별한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 재수사에서 직원이 폭행으로 원생을 숨지게 했다는 게 드러나도 군에서 시설 측에 취할 조치가 아무것도 없다. 시설을 폐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예산을 안 줄 수도 없다.”면서 사실상 시설 비리에 대해 관청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충북도청 기자회견 후 면담에서 대책위 관계자는 “부활원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도 사망자의 유품은 하나도 없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을 시설에서 살았는데 유품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렇게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사실상 감옥 같은 곳에서 지내면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다 사망하는데, 이들이 기댈 유일한 버팀목인 관청 공무원들은 장애인들의 인권보장에 대해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현실, 이게 어쩌면 이번 사건의 진상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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