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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수 고용제도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노동부 14년만에 2배수 고용제도 다시 추진

본문

정확하게 14년만의 일이다. 노동부가 사장되었던 2배수 고용제도를 다시 들고 나왔다. 노동부는 7월 17일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사업주가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서 부담금을 두 배 경감해 주는 이른바 2배수 고용제도를 201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4년 전인 94년 7월 당시 노동부가 추진했던 이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기피하는 기업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용의 사회적 의미 역시 격하시켜 분리고용을 당연시하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해 좌초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노동부가 다시 2배수 고용제도라는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은 뭘까, 노동부는 2배수 고용제도가 중증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94년 지적되었던 문제점과 우려는 상존해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의 2배수 고용제도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 (함께걸음 자료사진) 중증장애인 인권 무시하는 제도라는 지적 제기돼

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 입법 예고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0년부터 사업주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며, 중증 장애인을 고용해 의무고용률을 채울 경우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말하는 중증장애인은 장애등급 1∼6급 가운데 1, 2급 전부와 3급 중에서는 뇌병변, 시각장애, 정신지체,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되며, 이런 개정안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의무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이 경증장애인을 선호해 전체 장애인 근로자 중 중증장애인의 비중이 1995년 33.5%에서 2000년 30.8%, 2005년 27.6%, 지난해 17.9% 등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노동부의 2배수 고용제도 추진은 깊게 따지고 들어가지 않고, 얼추 떠오르는 문제점만 꼽아 봐도 대충 세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선 가장 문제되는 게 인권적인 측면이다.
2배수 고용제도는 어쨌거나 노동부가 중증장애인의 능력이 경증장애인의 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배경에 깔고 추진하는 고용제도다. 이는 노동부가 중증장애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상품화 하며 능력에 따라 가치판단을 하는 자본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점 지적은 2배수 고용제도가 사업주를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 산술로도 중증장애인 1인 고용을 장애인 2인 고용으로 간주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에 따른 부담을 대폭 덜 수 있게 된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이번 노동부 개정안에 대해 경총과 전경련 등 사업주 단체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사업주 입장에서도 이 제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두 번째 문제점과 연계해서 2배수 고용제도가 도입되면 고용률 뻥튀기, 즉 고용률의 착시현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장애인 1명을 고용해도 2명이 고용된 것으로 고용률 수치가 잡히니까 어쨌든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정부가 발표하는 장애인 고용률 수치는 대폭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가 지지부진한 장애인 고용률 수치를 높이기 위해 이 제도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노동부, 2배수 고용제도 외에 다른 대안 없다고 주장

앞에서 언급했지만 2배수 고용제도는 노동부가 지난 1994년 추진했다가 장애인 단체의 반발로 좌초된 적이 있다. 당시 장애계는 연계고용제도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지만 2배수 고용제도는 인권 침해 소지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 고용률을 높일 수 없는 정책이고, 결국 기업부담 경감과 장애인 고용률의 왜곡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보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장애인 단체들의 반대 입장에 대해 당시 노동부는 2배수 고용제는 중증장애인의 고용확대를 위한 것이지 바람직한 장애인 고용 형태는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면 노동부가 이 시점에서 다시 2배수 고용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김부희 사무관과 인터뷰를 했다.

김 사무관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그동안의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며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해 2배수 고용제도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진 김 사무관 설명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인구가 2백만 명을 넘어가고 있는데 이익이 없으니까 사업주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 사업주에게 인센티브를 강하게 줘야 중증장애인이 고용될 수 있다. 현재 중증장애인 고용률이 전체 장애인 고용률의 18%를  넘고 있는데, 최소한 의무고용 인원의 30%는 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2배수 고용제도의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사람을 두 명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또 2배수 고용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제 중증장애인의 대기업 취업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기업 산하 공장들이 대부분 편의시설을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중증장애인 고용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94년과 달리 지금은 경총과 같은 사업주 단체나 장애인 단체들이 2배수 고용제도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사업주들과 장애인단체 모두가 2배수 고용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것이 김 사무관 말이었다.

노동부 지적대로 장애계에서 즉각적인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장애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2배수 고용제도가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 말고는 중증장애인의 실제 고용에 있어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노동부는 2배수 고용제도의 성공을 자신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중증장애인이 경증장애인의 반 정도의 능력밖에 안 된다는 취급을 받고, 낙인이 찍히면서 이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특히 지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과연 열릴 것인가, 결국 분리 고용만 강화되고, 중증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이득은 없는 고용제도로 전락하지 않을 지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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