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 누비는 휠체어 탄 사나이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광주 곳곳 누비는 휠체어 탄 사나이

시민방송 세발자전거 DJ 고오주(40)씨...카메라 렌즈로 인권 현장을 기록하다

본문

[이슈신문 시민의 소리]

   
▲ 남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볼 순 없어도 그는 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를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는 꽤나 낯이 익었다. 그가 지닌 특별함 때문인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서너 번 그를 본 기억이 났다.

지난 6월 10일 5만 여명이 운집한 촛불집회 인파 중 유독 눈에 띄던 한 사람. 집회 참가자들이 ‘이명박 OUT’ 손팻말을 들 때 그는 캠코더를 들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촛불집회 장면을 촬영하던 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지라,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기억이 났다.

지난달 26일 금남로에서 열린 로케트전기 해고자 300일 문화제에 그가 나타났다. 이날 역시 그는 캠코더에 현장을 담고 있었다.

두번째 만남인지라 내심 반가운 마음에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비춰질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1일 인화학교 가해자들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그와 재회했다.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의 손에 들린 캠코더는 도리어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이름은 고오주(40). 가타부타 말없이 대뜸 직업부터 물어봤다.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그는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광주 시민방송 코너 중 하나인 세발자전거 DJ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살렘 장애인 공동체 목사이기도 하고, 설치예술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평범하진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는 다재다능한 끼를 가진 문화인이자 인권운동가였다.

그렇다면 그의 손에 들린 캠코더는 어찌된 걸까.
“촛불집회에 참석한지는 한 달 조금 넘었어요. 금남로가 외치는 민주주의 현장을 기록하고자 촬영을 시작 했어요”

영상을 통한 현장 기록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인권을 이야기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난다. 영상을 전문적으로 배웠음에도 불구 객관적 시각에서 현장을 바라보고자 촬영한 영상에 인공적인 편집을 하지 않는다. ‘날것’인 영상을 통해 현장감과 사실감을 부여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그의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비장애인도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그.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란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지체장애1급이다.

그래서 더욱 세발자전거 DJ는 그에게 의미 있다. 그가 생활하며 겪은 어려움은 언제나 장애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비장애인들에게 장애 인권문제를 깨닫게 한다.

어디서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장애인의 성생활 내지는 생활고의 어려움 등 그는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소소한 삶을 공유한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장애인이라서 느끼는 콤플렉스는 없어요”

“장애인이 어떻게 연극을 해?”라는 사람들 편견에 맞서 그는 전국에서 장애인으로는 처음 연극무대에 섰다.

학창시절 시작한 연극은 그에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였다. 문화에 대한 그의 도전은 은혜학교에서 시작됐다. 평소 시와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설치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술에 대한 욕구는 때때로 작품을 통해 표출됐다. 지난해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나 ‘용봉제 프로젝트’가 그 일환이다.

그는 생활 속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언제나 서슴없이 깨부순다. 장애 장벽을 허물고자 그가 선택한 소통 방식은 체험을 통한 표현이다.

대학을 다니며 겪은 장애인 소외는 실로 심각했다. 소수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은 미비했다. 학교는 재정을 이유로 쉽사리 경사로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몇 차례 학교직원을 불러 직접 그를 들어 건물로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

장애인이 겪는 고통을 직접 체험하며 느껴보라는 무언의 시위이자 퍼포먼스였다. 졸업 1학기를 남겨놓고 학교 곳곳엔 경사로가 만들어졌다.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서 복지시설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조금 창피하더라도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죠”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세상엔 인권을 노래하는 그의 바람이 들어있다. 두발로 뛰지 못할지언정 그가 내뿜는 열정과 에너지는 장애를 뛰어넘은 도약이다.

작성자오윤미 기자  tiamo@siminsori.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