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 거부하는 촛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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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개각을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거론조차 안 됐다. 미디어행동이 언론3적으로 지목한 신재민 차관과 이동관 대변인도 제자리를 지켰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강박관념은 개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MBC ‘PD수첩’에 대한 농림부의 소송, 검찰 전담팀 수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전대미문의 방송탄압으로 지적된다. YTN 등에 친정부 인사 낙하산 내정, KBS 이사 사퇴 압박, KBS 특별감사 등 정치 공세와 함께 최시중 위원장의 한국방송광고공사 민영화 의지 피력, 지상파.보도.종합편성 채널 사업자의 자산 규모 현행 방송법 3조 원을 10조 원으로 완화한 IPTV법 시행령 의결 등 미디어 사유화 추진이 강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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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 | ||
시민들, 방송장악 되면 쇠고기 꼴 나겠구나
“제가 임기가 많이 안 남았다. 두 달도 채 안 남았는데 정리단계인데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지난 연말부터 집권여당과 정부가 현재 공영방송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해 긴장감을 가지고 대비해왔는데 지난 5월 KBS 특별감사가 제기되면서 올 게 온 셈이다.”
양승동 회장은 이사회 이사에 대한 회유 헙박과 임기가 남아있는 사장 퇴진 시도, 교육과학기술부의 동의대를 통한 신태섭 이사 압박과 해임 등을 짚어가며 공영방송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승동 회장은 KBS PD협회와 노조의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PD협회가 노조와 갈등이 있던 것이 갈등이 더 켜졌고, 그와 동시에 PD협회 내에도 내분이 좀 있었다. 조선에서 대대적으로 기사화 하기도 했는데, 이 주 전에 내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협회원 전체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고 어느 정도 정리된 듯싶다.”
양승동 회장은 최근 이 일에 몰두,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바쁜 건 KBS PD협회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근 MBC ‘PD수첩’에 대한 전방위 공세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6월 11일부터 공영방송을 지키겠다고 오시는 시민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요구에 방송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도 큰일이었고, 6말 7초에는 'PD수첩' 문제 대응에 역점을 두었다. 내일(8일) 긴급토론회도 있고 경찰청 앞 규탄집회도 예정되어 있다. 지금(7일) 이 시간에는 MBC PD총회가 열리고 있다.”
MBC PD총회는 15년 만에 처음 열렸으며, 시사교양, 예능, 드라마, 라디오, 스포츠, 편성 PD 120여 명이 참석,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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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1일 아고라 네티즌들이 KBS 표적 감사를 비판하며 공영방송 지키기 인간촛불띠잇기를 시작했다. | ||
“두 달 전 촛불집회 시작될 때 쇠고기 협상 과정 문제점과 검역주권 문제점, 미국 쇠고기 도축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잖아요.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독선과 오만함 따위에 대한 분노감이 불거진 거죠.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현안이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방송 제도는 일반 시민들이 자기 문제로 느끼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죠. 전문가나 학계, 방송계는 계속 그점을 우려하고 대비해왔지만, 일반 시민들이 이 문제를 자기 걸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데 고민이 있었어요.”
양승동 회장은 쇠고기 문제로 촉발되었지만, 공영방송 살리기 촛불집회로 이어지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이는 쇠고기 문제와의 연관성 속에 집단지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짚었다.
“쇠고기 문제로 촉발되었지만 촛불집회가 계속 되면서 우리 시민들이 운하, 교육, 민영화 등이 자기 문제임을 느끼게 되었고,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그게 어떻게 위험한가를 알게 된 거죠. KBS 장악하려는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시도를 하면서 방송 장악되면 이런 것들이 어려움에 처하겠구나 느끼기 시작했고, 실제 KBS 앞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아고라를 통해 의제화 되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면서 집단지성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 지키는 촛불의 힘, KBS,MBC 구성원에게 큰 힘
시민들의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시위가 막상 KBS, MBC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물었다. 박건식 PD는 지난 주 토론회에서 MBC 내부에 보수적 흐름이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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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KBS 신관 정문 앞에서 가진 표적감사 비판 기자회견. 이날 밤 시청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하던 시민 5천여 명은 마포대교를 건너 KBS 앞으로 모였다. | ||
MBC는 그래도 좋은 분위기라고 했다.
“MBC는 밖에서 볼 때는 오히려 굉장히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내부구성원 생각들은 다른 것이 있겠지만 우선 노조와 피디협회가 큰 갈등이 없다. 단합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볼 때는 큰 걱정은 없겠다 싶지. 그런데 정권 차원에서 'PD수첩'을 저렇게 밀어붙이고 탄압하는 지라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내일은 대책회의 차원에서 MBC 앞 촛불문화제를 한다고 들었고, MBC 노보에서도 'PD수첩'을 지켜달라는 호외를 냈더라. 시민들도 MBC 역량은 믿는 것 같다. MBC 기자들도 황우석 사태 때는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PD수첩'이 제대로 방송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지엽적인 것과 전체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MBC 기자들도 그런 입장을 표명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PD수첩' 탄압 오히려 내부를 더 단합케 해
어찌되었건 'PD수첩'은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 전담팀의 수사, 농림부의 정정 반론 보도 청구, 방송통신심의위의 공정성, 객관성 준수 여부 심의 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양승동 회장은 검찰이 오히려 곤혹스럽지 않겠나 싶다고 운을 뗐다.
“자기네들도 이게 가능하다 생각할까? 학자나 법학자, 언론학자들 이야기 들어보면 불가능할 거라는 의견이 많다. 자신 있으면 영장 청구해서 테잎을 압수할 텐데 그거 법원에서 100% 기각될 거라 전망하더라. 그래서 언론플레이로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양승동 회장은 무리한 수사는 곧 역풍에 따른 정치검찰의 불명예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통심의위의 공정성 규정에 대해서는 위헌 소송을 준비할 생각이다.
“그거를 무리하게 할까 싶어요. 언론운동 진영에서 내일도 검찰청 앞 대규모 규탄대회를 할 예정이고... 방통심의위 심의는 1일 심의위원회 때 방청을 했는데 6:3이라는 정파 구도 그거에 딱 갇혀 있더라고요. 이게 민간자율기구로 출범했는데 한계가 많구나 싶더군요. 공정성이라는 기준은 논쟁과 토론의 영역인데, 심의규정으로 들어가 있는 거는 위헌 요소가 큽니다. 공정성을 포함해 심의 규정에 대해 PD연합회 차원에서 위원 소송을 준비할 생각이다.”
양승동 회장은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BS, MBC 등 구성원들의 반발과 저항이 그만큼 힘을 갖는 분위기라는 진단이다.
흐름으로 볼 때 정부는 KBS를 약한 고리로 보고 각종 국가기구를 동원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다 6말7초에 이르러서는 MBC ‘PD수첩’을 향했다.
“MBC 'PD수첩'이 촛불집회와 관련이 있으니까 국면 전환용으로 타겟 삼아 압박하는 건데, 성공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판단한다. 손으로 해를 가리는 것이다. ‘PD수첩’이 몇 개의 지엽적인 실수 있었지만, 하고자 했던 프로그램의 내용과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촛불을 시민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권이 왜 탄압하는 지에 대해서도 다 알고 있다. 오히려 더 단합시키는 것 같다.”
검찰 탄압, 방통심의위 심의 등 '표현의 자유' 위축 불러
양승동 회장 역시 제작자 출신, 협회장이 되기 전에는 컨텐츠 제작일에 몰두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PD수첩’ 사태를 어떻게 보는 지를 물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위축되고 자기검열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김보슬 PD의 사례부터 들었다.
“김보슬 PD가 최근 언론연대 인터뷰에서 번역가 정모 씨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나도 그 부분이 의아했다. 막상 제작 과정에서 번역자와 PD 사이에 그렇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많은 테잎을 찍어왔는데 어느 부분에서 어느 부분까지 변역이 필요하다고 하면 번역자도 몇 사람 달라붙는데, 각자 맡은 부분을 해오면 대본 보면서 프로그램 전체 대본 콘티를 짜게 된다. 필요한 부분 체크하고 PD도 한 번 들어보고. 그러다 진짜 아주 헛갈리는 건 물어볼 수는 있지만, 보통 번역자와 여러 차례 만나 논의할 시간은 없다. 김보슬 PD도 그 번역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김보슬 PD는 최근 언론연대 인터뷰에서 “조중동이 번역 문제 가지고 헐뜯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흠잡을 데가 없냐 싶었는데, 어디서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번역가가 나타나서 엄청난 내부고발자 흉내를 내면서 합세를 하더군요”라며 어이없어 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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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가진 미디어행동 기자회견 | ||
자기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차 장애물이다. 특히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에 있어 외부의 영향으로 자기검열이 되는 순간, 제작 기획 단계부터 심각한 위축 효과가 생기게 된다. 미디어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원초적인 이야기는 이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장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양승동 회장은 제작자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더 풀어놓았다. 가령 KBS는 2002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현대사의 예민한 아이템은 금기했고, 성역은 침범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걸 다룰 기획안은 초기 단계에서 사장되곤 했다. 2003년 이후 ‘인물현대사’ ‘한국사회를 말한다’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같은 프로그램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연주 사장이 들어온 시점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개혁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등 프로그램 전성기를 맞았다는 이야기다.
양승동 회장은 그때부터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치적인 공세를 많이 당했다고 했다. 공발연 같은 시민단체의 편파방송 시비와 2006년 11월 당선된 노조 집행부와의 마찰도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고 짚었다.
“노조는 2007년 1월부터 새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됐는데, 이 노조는 ‘복지대박 코드학살’ 구호를 들고 나왔죠. 당연히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견제가 있었고요, KBS 제작자들이 상당히 위축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작년에도 그렇고 우리 사회 내재된 위험성을 경고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좀더 나와야 하는데 잘 안 나오는 거에요. 제작자의 자기검열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겠죠.”
방통심의의가 공정성 심사를 한다는데, 민간자율기구인 방통심의기구가 지난 회의에서 보여준 결과는 6:3의 정치적 구도가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방통심의위 1차 심의할 때 6:3 구도를 못 벗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계속 공정성 기준을 두고 심사를 한다면 정권에서 볼 때 성이 안차는 것들 있으면 앞으로도 또 건드릴 거다. 이처럼 공정성 심의가 제작자들을 억제할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PD연합회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하려고 한다.”
지금처럼 하면 지지 않을 것 같다
방송 장악과 민영화, IPTV법 시행령 의결 등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촛불집회와 맞물려 미디어운동 진영의 현재까지의 싸움을 중간 정리해보자고 했다. 양승동 회장은 어렵지만 결코 질 싸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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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밤 KBS 정문 계단을 꽉 채운 시민들. KBS 촛불집회 한 달이 되도록 KBS 구성원들은 시민들에게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못내놓고 있다. | ||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와 방식은 마치 6-80년대를 방불케 한다는 판단이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신방 겸영 허용, 국가기간방송법 등을 통한 MBC 민영화 등은 누구나 예상하는 수순이다.
“곧 등원하게 될 거고.. 가을 정기국회에서 신방 겸영이라든지, 국가기간방송법을 묶겠다는 건데 그러면서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BS를 위축시켜 반관영방송 정도로 재편하고, 1공영다민영화 법제도를 바꾸려고 할 텐데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가 가장 큰 현안이다. 시민들과 미디어운동 진영이 지금처럼 힘을 모아나간다면 저들의 의도대로 순순히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양승동 회장의 낙관이 현실이 되면 다행일 것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바램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양승동 회장은 그 시점이면 제작자로 돌아간다. 앞으로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를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디 뜻을 이루길 기원한다.
“공영방송이 한쪽으로만 할 수는 없겠죠. 국민들의 다양한 가치관, 그리고 다양한 주제들을 다뤄야 하는 건 맞아요. 맞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자기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갖고 자기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해야겠죠. 기계적 중립적으로 가는 건 프로그램이 아니니까요. 8월에 임기가 끝나고 프로그램을 한다면 좀더 흥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다루고 싶습니다. PD협회도 이번에 광고를 내면서 우리가 촛불의 의미가 뭐고 앞으로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담아내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잘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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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피디광신도님의 댓글
피디광신도 작성일정도를 걸으라,,, 지들 밥그릇싸움에 국민들 이용하여 혼란하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언론인의 양심에 따라 거둘것은 거두었으면 합니다. 피디수첩 살려줄께라며 시청에서, 종로에서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보면, 피디수첩 광신도 내지 스톡홀름증후군 환자로 보이네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보면, 특히 대한민국 피디저널리즘의 수준은 후진국형 맞습니다. 오늘 CNN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트리오님의 댓글
트리오 작성일
언론은 정부나 정당에 소속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와 국민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인사가 근무해야한다.
낙하산 인사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송난영님의 댓글
송난영 작성일
YTN지키미 카페 운영중인데.... 좋은 글 같아 퍼갈게요..
글 올릴때 링크도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