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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회복지 재정의 지방이양 5년,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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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시에 살고 있는 뇌병변 장애 1급인 A씨는 한 달에 200시간의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는다. 한편 ㅈ군에 살고 있는 뇌병변 장애 1급 B씨는 한 달에 90시간의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는다.

게다가 A씨는 살고 있는 동네에 저상버스와 바쁠 때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며, 장애인전문취미교실에서 볼링을 배우며, 무장애공간으로 꾸며진 공원에서 산책도 즐긴다. 하지만, B의 경우는 자신의 유일한 이동 수단인 전동휠체어도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도 막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이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모두에게 같지 않다.


    지방분권화 사회, 서비스도 지역마다 달라

각 지역마다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르게 된 것은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의 제정 이후부터다. 참여정부의 주요 기조 중 하나가 지방분권화였다. 이는 지방에 대한 권한이양이라는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것으로서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분권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정책기조와 법률적 근거로 2005년도에 지방 이양된 사회복지사업은 67개 사업 5,959억 원으로, 지방이양사업 전체(149개)에서 사업 수로는 44.9%, 금액으로는 62.2%를 차지하는 규모를 지방으로 이양했다.

지방이양화는 지방자치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 지역사회 각각에 맞는 복지서비스와 주민 삶의 질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제가 시행될 당시부터 사회복지분야는 지방자치와 유독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분야로 생각되었다.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소비와 관련되는 분야이므로 사회복지 영역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으로 갖는 독특성이 부각될 분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지역사회로 내려가면서 굴절돼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재정분권은 지방간 재정여력에 따라 엄청난 복지격차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 질 것이란 예측이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부족한 분권교부세 교부에 따른 지방재정의 악화다. 지방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복지대상자 수는 많은 경향이므로 재정부담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재정분권을 시행하면서 신설한 분권교부세는 내국세의 0.83%로 정해져 그 절대금액은 내국세 증가율만큼만 인상되도록 돼 있어, 사회복지욕구의 증가속도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26%인 경기도 한 기초단체 장애인복지과 이인구 계장은 “지자체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금의 예산으로는 진행하고 있는 정책의 예산을 충당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2006년에는 지방자치장과 의회의장 등의 모임인 지방 4대 협의체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지방 4대 협의체에서 복지비 부담에 대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것.
이 성명서의 내용을 보면, 기초노령연금제 시행과 관련해 정부의 사회복지비 재정지출 확대가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초생활보장, 영유아보육 등 최근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지방비 부담액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법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협의체는 기초노령연금제가 각종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저소득 노인계층의 생활안정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지방재정 여건을 무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은 자주재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겉으로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반발로만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지방이양으로 인해 지자체가 겪는 어려움을 나타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각종 복지사업에 대한 예산분담으로 지방정부가 지역특색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필요한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방정부의 특성이나 예산상황을 고려한 진행과정도 분명히 중요하다.”면서 “중앙정부 부담을 대폭 늘리든가 조세체계를 조정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자체 복지사업을 늘려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서비스 수준은 아직도 욕구충족에 크게 미흡한 상태이며, 따라서 현 시기는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는 문제 지적도 제기된다.

지방이양에 따른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소통을 통한 서비스 마련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구체적 서비스를 논할 수 없는 구조도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영환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지방분권은 올바른 방향이다.” 라고 말하며, 하지만 “지자체 별로 복지 수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서비스의 공급을 지방이 책임지는 것과 그에 소요되는 재정을 지방이 책임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서구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은 지방이 책임을 지지만 그에 소요되는 재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 왔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에서 1980년대 이후 지방정부에게 재정책임의 일부를 분담코자 한 것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재정 규모가 높아졌고 동시에 지자체의 재정부담 능력이 충분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서 현재의 지방분권은 공급책임의 분권과 재정책임의 분권을 혼동한 것이며, 이러한 혼동의 이면에는 늘어나는 복지욕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려는 의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자치단체 재정 자립도에 따라 부담비율 다르게 해야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성시경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 예산을 지원할 때 지방정부가 얼마만큼을 출연하는가에 따라 예산지원 비율을 결정하는 매칭펀드 형식의 자금 지급방식은 특히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방자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그 부담의 비율을 다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현 시점에서 더 큰 문제는 보건복지서비스 분야의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가의 역할을 줄이려는 현 정부가 얼마나 보건복지 분야에 우선순위를 둘 지, 재원확보 이전에 정책 자체가 고민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회복지전달체계는 기본적으로 정책을 프로그램으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장치로써 조직, 인력, 서비스, 복지욕구, 지역사회환경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여러 가지 유형의 전달체계가 존재한다.

결국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전달체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사회복지문제를 전방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달체계 구축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또한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지방이양 이 후 지역에서 운동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 복지의 경우 지역에서 사는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장애인 복지는 지역 장애인 힘으로 쟁취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주도해서 벌이고 있는 지역의 투쟁들이 그것이다. 밀양에서 시작한 이러한 움직임은 원주와 청주를 거쳐 요구안에 대한 합의문을 받아낸 상태이고, 현재 경남 울산에서도 이러한 조류에 따라 투쟁이 한창이다.

31일간의 노숙투쟁 후 원주시청과의 합의문을 이끌어낸 원주 장애인차별철폐와생존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최은영 위원장은 투쟁과정에서 “시의 장애인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장애인의 현실이며 정책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을 보며 앞으로 답답하기도 했으며 앞으로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복지와 같은 정책에 대해 마치 선심 쓰듯 ‘우리가 큰 마음 먹고 이 정도의 예산을 쓴다.’는 식의 국장의 발언은 화가 났다.”며 투쟁 과정을 회상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원주를 거점삼아 영동지역의 장애인 복지의 향상은 물론, 강원지역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공동 투쟁단을 만들 것”이라는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연대충북공투단 윤남용 위원장은 “충북도청과 충북 교육청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왔지만 민선이 되면서 도가 각 시군에 지시하는 체계가 아닌, 협조요청 수준으로 그 지휘체계가 바뀌면서 도청과 합의해봤자 시에서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도에서 지원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깨닫고 올해부터 협의의 대상을 시로 바꾸게 되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애인들의 생존권 투쟁이 지역장애인 복지를 앞당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성자김형숙 기자  odyssey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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