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vs생존권 보장, 무엇이 우선인가
안마업 합헌 판결 주장하는 서강대 임지봉 교수 인터뷰
본문
“생존권인 사회권이 직업선택 자유권보다 우선이다”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의료법 61조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아니면 위헌 판정을 받을 지가 장애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은 7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만약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와중에 6월 12일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한 공개변론재판을 열었다. 헌법학자이기도 한 임지봉(45)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그 자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시각장애인 측 입장에 서서 합헌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던 인물이다.
임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인 사회권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시한 자유권보다 우선한다고 봐야 하는 게 세계적인 판례 추세”라고 강조했다.
▲ ⓒ윤미선 기자
헌재 재판관들, 사회권은 국가재정 뒷받침 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
- 이번 안마업 위헌 합헌 판결 논란의 쟁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사라는 직업 보장을 통한 절박한 생존권 보장이냐, 아니면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이냐, 이 두 기본권의 충돌이라고 본다. 당연히 나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헌법 34조 5항에 근거하고 있고 헌법이 부여한 권리이기 때문에, 두 헌법상의 기본권을 놓고 봤을 때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을 통한 생계유지가 훨씬 더 절박하고 처절하며 중요한 권리라고 판단한다.
물론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왜 2006년 판결 때는 헌법상 명시된 권리가 무시되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런 주장을 지난 2006년 안마사 규칙 위헌 판정이 나왔을 때 그 판결을 비판했다. 그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헌법 34조 5항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위헌 결정문 속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이 나오자마자,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만 보고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은 보지 못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에 눈 감은 판결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 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한강에 투신도 하면서, 안마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절박한 직업인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 그때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개정안이 우선순위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거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 헌법재판관들은 생존권과 같은 사회권은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유권에 비해서 생존권 보장과 같은 사회권 보장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판결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자유권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지만,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라는 사회권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리한다면 자유권 보다는 사회권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물론 자유권도 중요하다. 자유권이 사회권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고전적인 기본권이라면, 사회권은 현대에 와서 1,2차 세계대전 후에 등장하기 시작한 권리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와 사회국가에서 국민 생활의 최저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현대적 기본권이 사회권이다.
그리고 이 사회권이 바로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이다. 사회권 안에 시각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계유지를 통한 생존권이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 미국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나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했을 경우 어느 기본권 손을 들어주는지, 세계적인 판례 흐름이 궁금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 전부가 많은 사회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사회권의 실현을 위해서 국가가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헌법에 사회권 조문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도 헌법의 사회권 명문 규정은 유럽 국가에 비해서 적은 편이지만, 국민들의 사회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이다.”
장애인에게 유보직종 주고 박탈한 나라 없어
-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재판 때 참고인으로 나갔는데,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분위기가 어떤지 느낀 게 있었을 것 같다.
“내가 낙관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예를 들면 헌재 재판관들이 질문할 때, 나는 내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재판관들이 내게 질문하면서 ‘내 의견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서도, 말미에 ‘반대의견이 내 의견은 아니다.’라고 굳이 입장을 밝혔다.
재판관들의 말대로 나와 반대 의견이 아니니까, 합헌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공개 재판 때 양측 대리인들의 변론이 있었고 참고인 진술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질문들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시각장애인과 같은 약자 소수자에게 특혜를 줬다가 나중에 특혜 준 게 위헌이라고 판결한 예가 있느냐.’ 묻기에 그런 판결은 세계 판결사에 있어서 분명히 없다고 대답했다.”
- 국가가 장애인에게 유보직종을 허락한 후 무효라고 판결한 적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장애인 같은 사회적인 약자에게 국가가 유보직종을 법률로 지정해준 뒤 나중에 위헌 판결을 내려서 유보직종을 박탈한 판결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 사실을 재판관들도 알고 있으면서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 물어보고, 소송 대리인들이 변론할 때도 물어 봤다. 이걸 왜 물어 봤겠나. 우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다른 외국도 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유보직종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본다.”
- 그렇지만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에 2006년 당시 위헌 판결을 내린 재판관이 두 명이나 있고, 재판관들이 당시 입장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재판관들이 입장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번복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심지어는 다수 의견도 바꾼다. 이걸 ‘판례변경’이라고 하는데, 똑같은 동종 사안에 대해서 판례변경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동종 유사사건에 대해서 중간에 사정변경이 있었다던가 했을 때도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나는 2006년 당시 위헌 판결을 내렸던 재판관들의 경우 그때는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그후에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안마사 독점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장애인들의 생존권 투쟁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에 충분히 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재판관들이 사정변경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고 본다.”
헌법에 명시된 절박한 생존권 고려하면 다른 판결 나올 거라고 확신
- 얘기를 들어 보면 2006년과 지금의 의제는 똑같지만, 이번에는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명시한 헌법 조항을 가지고 논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합헌 결정이 유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지난 판결에서도 헌법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판결은 헌법적인 관점에서 얘기한다면,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우선순위를 둬서 합헌적인 제한이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이냐, 아니면 과잉 제한이냐, 이걸 두고 논의한 뒤 결국 과잉 제한이라고 판단을 했던 거다.
당시 판결문에도 나오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업을 주는 것은 비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결했다. 그러면서 숫자 논리를 내세웠는데, 전국에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7천 명 있는데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거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적어도 헌법재판소가 사람 수를 가지고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 수를 헤아리는 것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하는 거지, 선거로 뽑히지 않고 임명되는 사법부는 오히려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권리 보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난 판결에서는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잉 제한이다 아니다가 문제됐다면, 이번에는 다시 헌법이 주장하는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을 놓고 고려를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 지난 판결과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의 합헌 위헌 판결이 언제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필요한 사건이 폭주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래됐는데도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안마업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지금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안마를 하는 불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번 헌법재판소의 안마사 규칙 위헌 결정 때문에, 비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이 불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합헌 위헌 결정을 신속히 내려서, 뭐가 불법이고 아닌지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건 헌법재판소가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결정문을 내놓는데, 이미 공개변론까지 했으니까 아마 7월 마지막 목요일 정도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의료법 61조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아니면 위헌 판정을 받을 지가 장애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은 7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만약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와중에 6월 12일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한 공개변론재판을 열었다. 헌법학자이기도 한 임지봉(45)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그 자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시각장애인 측 입장에 서서 합헌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던 인물이다.
임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인 사회권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시한 자유권보다 우선한다고 봐야 하는 게 세계적인 판례 추세”라고 강조했다.
▲ ⓒ윤미선 기자
헌재 재판관들, 사회권은 국가재정 뒷받침 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 - 이번 안마업 위헌 합헌 판결 논란의 쟁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사라는 직업 보장을 통한 절박한 생존권 보장이냐, 아니면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이냐, 이 두 기본권의 충돌이라고 본다. 당연히 나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헌법 34조 5항에 근거하고 있고 헌법이 부여한 권리이기 때문에, 두 헌법상의 기본권을 놓고 봤을 때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을 통한 생계유지가 훨씬 더 절박하고 처절하며 중요한 권리라고 판단한다.
물론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왜 2006년 판결 때는 헌법상 명시된 권리가 무시되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런 주장을 지난 2006년 안마사 규칙 위헌 판정이 나왔을 때 그 판결을 비판했다. 그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헌법 34조 5항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위헌 결정문 속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이 나오자마자,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만 보고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은 보지 못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에 눈 감은 판결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 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한강에 투신도 하면서, 안마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절박한 직업인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 그때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개정안이 우선순위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거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 헌법재판관들은 생존권과 같은 사회권은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어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유권에 비해서 생존권 보장과 같은 사회권 보장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판결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자유권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지만,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라는 사회권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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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유권도 중요하다. 자유권이 사회권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고전적인 기본권이라면, 사회권은 현대에 와서 1,2차 세계대전 후에 등장하기 시작한 권리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와 사회국가에서 국민 생활의 최저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현대적 기본권이 사회권이다.
그리고 이 사회권이 바로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이다. 사회권 안에 시각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계유지를 통한 생존권이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 미국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나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했을 경우 어느 기본권 손을 들어주는지, 세계적인 판례 흐름이 궁금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 전부가 많은 사회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사회권의 실현을 위해서 국가가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헌법에 사회권 조문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도 헌법의 사회권 명문 규정은 유럽 국가에 비해서 적은 편이지만, 국민들의 사회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이다.”
장애인에게 유보직종 주고 박탈한 나라 없어
-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재판 때 참고인으로 나갔는데,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분위기가 어떤지 느낀 게 있었을 것 같다.
“내가 낙관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예를 들면 헌재 재판관들이 질문할 때, 나는 내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재판관들이 내게 질문하면서 ‘내 의견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서도, 말미에 ‘반대의견이 내 의견은 아니다.’라고 굳이 입장을 밝혔다.
재판관들의 말대로 나와 반대 의견이 아니니까, 합헌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공개 재판 때 양측 대리인들의 변론이 있었고 참고인 진술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질문들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시각장애인과 같은 약자 소수자에게 특혜를 줬다가 나중에 특혜 준 게 위헌이라고 판결한 예가 있느냐.’ 묻기에 그런 판결은 세계 판결사에 있어서 분명히 없다고 대답했다.”
- 국가가 장애인에게 유보직종을 허락한 후 무효라고 판결한 적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장애인 같은 사회적인 약자에게 국가가 유보직종을 법률로 지정해준 뒤 나중에 위헌 판결을 내려서 유보직종을 박탈한 판결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 사실을 재판관들도 알고 있으면서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 물어보고, 소송 대리인들이 변론할 때도 물어 봤다. 이걸 왜 물어 봤겠나. 우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다른 외국도 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유보직종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본다.”
- 그렇지만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에 2006년 당시 위헌 판결을 내린 재판관이 두 명이나 있고, 재판관들이 당시 입장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재판관들이 입장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번복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심지어는 다수 의견도 바꾼다. 이걸 ‘판례변경’이라고 하는데, 똑같은 동종 사안에 대해서 판례변경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동종 유사사건에 대해서 중간에 사정변경이 있었다던가 했을 때도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나는 2006년 당시 위헌 판결을 내렸던 재판관들의 경우 그때는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그후에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안마사 독점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장애인들의 생존권 투쟁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에 충분히 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재판관들이 사정변경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고 본다.”
헌법에 명시된 절박한 생존권 고려하면 다른 판결 나올 거라고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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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판결에서도 헌법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판결은 헌법적인 관점에서 얘기한다면,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우선순위를 둬서 합헌적인 제한이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이냐, 아니면 과잉 제한이냐, 이걸 두고 논의한 뒤 결국 과잉 제한이라고 판단을 했던 거다.
당시 판결문에도 나오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업을 주는 것은 비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결했다. 그러면서 숫자 논리를 내세웠는데, 전국에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7천 명 있는데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거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적어도 헌법재판소가 사람 수를 가지고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 수를 헤아리는 것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하는 거지, 선거로 뽑히지 않고 임명되는 사법부는 오히려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권리 보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난 판결에서는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잉 제한이다 아니다가 문제됐다면, 이번에는 다시 헌법이 주장하는 시각장애인의 절박한 생존권을 놓고 고려를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 지난 판결과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의 합헌 위헌 판결이 언제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필요한 사건이 폭주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래됐는데도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안마업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지금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안마를 하는 불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번 헌법재판소의 안마사 규칙 위헌 결정 때문에, 비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이 불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합헌 위헌 결정을 신속히 내려서, 뭐가 불법이고 아닌지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건 헌법재판소가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결정문을 내놓는데, 이미 공개변론까지 했으니까 아마 7월 마지막 목요일 정도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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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형식님의 댓글
이형식 작성일
고등학생인 저의 입장은 시각장애인에게 저런 권리를 주는게 옳다고 봅니다.
아래 글 쓰신분.. 시각장애인은 눈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이 할수 있는일을
충분히 할 수 없습니다. 그점 고려해보세요. 반대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없는일은 다른
장애인들이 할수 있는거잖아요..
이영숙님의 댓글
이영숙 작성일임지봉교수님,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절절한 장애인들의 대변인으로.. 각박한 이 세상에 빛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논리적인 이론과 말씀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나마 살아갈 희망으로 가슴에 새겨지는데... 교수님같은 의인이 더 더 많이 나와야 이 세상이 살 만 해 질텐데... 다른 어떤 정치인들보다 매우 훌륭하시고... 재판관님들!! 약자를 위해서 합헌판결 부탁드립니다. 서럽고 힘든 사람들을 몸성한 사람들이 보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