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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두 달 넘게 촛불 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읍,면,동장 국정설명회, “국민과 소통이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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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충청]

충남의 갑모 공무원은 6월 30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전국의 5,6급 하위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자치단체 읍․면․동장 3500여명을 ‘국정 설명회’ 한다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으로 부른 것이다. 갑씨도 충남의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의 부름(?)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참석하지 못한다고 불이익 당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무원 생리상 읍․면․동장이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부읍․면장이 대신 참석하지 안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용이 좋던 나쁘던 꼭 한 명은 참석한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 “관할 주민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

갑씨는 6월 27일 기관에서 읍․면․동장 모임이 있어 모임에 갔다가 30일 국정설명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각 시,도,군에 공문이 하달됐고, 공문내용은 ‘국정설명회 있으니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국정설명회가 시작되었다. 세종문화회관 좌석이 모자라 로비까지 사람들이 꽉 차서 모니터로 설명회를 시청하기도 했다. 뉴스에서 3500여명 모였다고 보도하던데, 비슷하게 모인 것 같았다.

11시 55분경에 끝난 설명회는 1)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계 2)원산지 표시 관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러나 갑씨가 보기에 행정안전부 원세훈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까지 와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였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니 관할 주민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것.

김종훈, “추가협상 결과를 제대로 알아야”
정운천, “재협상, 추가협상은 만족할만한 결과”
참가자들, “짜증나”


원세훈 장관은 앞서 인사말을 짧게 했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40분가량 미국산쇠고기 추가협상의 결과를 설명하며 이해를 부탁했다.

정운천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진행된 사안인데 본인만 국민들의 비판 공세를 받아 억울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 정부 시절 추진했던 한미FTA, 미국산쇠고기 수입 재계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 시절부터 검토되었고,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협상 요구가 있어 협상에 들어갔다”는 내용.

“재협상, 추가 협상 결과는 만족할만한 결과이지만 홍보가 부족하므로 관할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MBC ‘PD수첩’등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했다.

갑씨가 보기에 설명회의 95%의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나머지 5%는 특별한 정보도 아니었고,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내용이었다. 갑씨는 짜증이 났다. 예전 보수 정권의 독선적인 면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현 정부는 ‘국민은 하라면 한다’, 혹은 ‘국민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판단을 하면 되는 문제다.

설명회를 들으며 갑씨 주변에 앉아 있던 공무원들도 불평했다. 알고 있는 내용을 서울까지 오라고 해서 한 곳에 모아 두고 왜 설명회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의 불평은 더 했다. 하루 종일 시간 낭비했다고. 정부의 ‘구태의연한 모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자들이야 비싸고 안전한 음식 먹겠지만”

갑씨의 관할 지역 주민들은 미국산쇠고기 수입 재계와 관련해 말들이 많다. 갑씨가 만난 사람들의 60%정도는 ‘미국산쇠고기 반대’ 입장이 분명했다.

사실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도 돌았다. 미국 사람들이 소의 내장, 족, 꼬리, 소머리 등을 처음에 버렸는데, 한국 이민자들이 삶아먹으면서 상품화됐다고. 그래서 미국이 수출할 곳이 한국밖에 없으니 그 난리 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근거 없이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읽혀진다.

갑씨는 고기를 안 좋아하지만 먹을거리는 그 풍토에서 자란 것을 먹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부족하고 없으면 수입해오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좋아서 먹고 안 좋으면 안 먹고, 혹은 알아서 안 먹고 몰라서 먹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산 먹을거리의 안전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는데 사람들은 그래도 먹는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값이 싼 먹을거리를 사게 된다.

부자들이야 비싸고 안전한 음식 먹겠지만 없는 사람은 값이 싸고 위험에 더 노출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서울에 다녀오고 공무원 갑씨에게 불필요한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도대체 무엇을 소통해야 한단 말인가’
작성자정재은 기자  eun@cme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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