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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기구 통해 세상과 소통 가능해졌다”

[보조기구로 일어서는 사람들] 보조기구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신창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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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신창현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특수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귀국해 대학에 출강하다, 지난 2002년 1급 장애인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공직에 진출했다. 3년간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신창현씨는, 지금은 백석대학교에 출강하며 보조기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 2003년 전맹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서울시 특채 공무원으로 뽑혀 화제가 됐었다. 당시 서울시에서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여러 보조기구를 지원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공무원 경험은 어땠나.

당시 보도가 약간 과장돼 나왔다.
내가 일반적인 사무를 보는 일을 한 게 아니어서 장애가 크게 문제되진 않았다. 하지만 문서를 보는 일은 많이 불편했다. 각종 데이터를 내부의 음성합성장치를 통해 음성으로 출력시키고, 점자 디스플레이를 통해 점자로도 표시하는 컴퓨터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한글파일로 문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그때 내가 사용한 컴퓨터는 한글파일이나 PDF이 파일은 지원되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는 데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시각장애인이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도서관에 가도 대부분의 자료는 일반 문자로 작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그런 면에선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경우 자원봉사자를 통해 자료 찾는 것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학교의 비용으로 자료 찾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였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또 점자프린터가 도서관에 있었고, 스캐너와 컴퓨터를 이용해서 정보를 찾을 수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은 그래도 자료를 찾는 것이 조금 편해진 듯하다.
웬만한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컴퓨터 관련 보조기구를 이용하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에 가는 건 힘든 일에 속한다.

-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어떤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나.

예전에는 수업을 하더라도 판서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브라보-XP’라는 보조 기구가 있어 수업하기가 참 편하다. 이 보조기구의 이용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실시간 쌍방향 정보교류가 가능하게 됐다.

수업에도 이 기기로 문서를 작성하고, 프로젝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문서를 보여준다. 이 기기는 다른 PC와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리포트를 옮겨와서 볼 수도 있다.

교수회의가 있을 때도 이 보조기구를 사용하는데, 기기 아래에 있는 점자단말기를 이용해 문서를 읽고, 비장애인 교수는 액정화면을 통해 문서를 읽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이 기기 덕분에 실시간으로 정보교류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보조기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사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지금 나와 있는 보조기구 중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편의시설 예를 들면, 보통 얼마나 잘 이동할 수 있는지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 이동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의 제공 부분이다. 보조기구도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들은 현재 길을 걸을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몇 번인지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지만 그 정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프로그램 칩을 설치하고 GPS(지리정보시스템)를 이용하면, 시각장애인이 내가 어디쯤인지를 알고 싶을 때 누르면,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알려주는 기기가 있다면, 시각 장애인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 갈 수 있다.

이렇게 앞으로 개발되는 보조기구는 정보에도 신경을 쓰는 기능의 제품으로 나왔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은행의 ATM기기도 기기 가까이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접근성만 이야기 되는데, 막상 시각장애인이 ATM기기를 이용하려면 모르는 타인에게 카드 넘겨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불편이 있기 때문에, 정보접근에 유리한 보조기구 개발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지금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 또한 섬세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예전의 어느 휴대폰 업체에서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을 한정판으로 만들었지만, 메뉴만 읽어주고 그 다음 액션은 얘기해주지 않아서 있으나마나한 물건이 됐던 적이 있다.

- 우리나라 보조공학기기 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조공학기기가 새로 개발된 후, 장애인의 사용기를 들어보고 단점을 개선하는 피드백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조공학기기 시장이 작은데다 홍보 부족으로 장애인들이 기기에 접할 기회가 적다.
그러다 보니 보조공학기기 중에서는 미처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보조공학 기기는 장애인을 위한 기기인 만큼, 우선 장애인에게 사용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양한 보조기구들이 개발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잘 만들어진 보조기구 하나만 있어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보거나 일상생활에 있어 수월해지는 부분이 많다. 현재 좋은 보조기구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문제는 기기가 나와도 보급이 잘 안 돼 개발자가 새로운 보조기구 개발을 해도 결국 빚만 잔뜩 지고 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일단 보조기구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 대중들이 선뜻 새롭게 개발된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선 시장이 워낙 작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그나마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보조기구들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에게만 기구가 돌아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조기구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그 쓸모를 발휘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욕구가 무엇인지, 이 기구가 정말 필요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없이 무조건 수급자냐 아니냐, 차상위냐 아니냐라는 기준만으로 지급되고 있는 구조는 앞으로 보조기구 시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의 경우, 실제 정보를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기구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보조기구 지급 대상자에 고용주는 될 수 없고, 피고용자만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보조기구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시각장애인 도서관의 경우 규모가 작고 열악한 곳이 많아, 관장 혼자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경우에도 예외가 없었다. 장애인 개인의 필요에 맞는 보조기구 도입을 위한 제도마련이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보조기구가 있다면.
요즘 시각 장애인들 중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시각장애인 마라톤 안내로봇을 만들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작성자김형숙 기자  odyssey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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