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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고 있어요”

장애인 사회적기업 1호 늘푸른직업재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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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작업장이 ‘보호’라는 명목 아래 장애인들에게 평균 8시간 이상의 노동을 짊어지우고, 한 달에 10~20만 원에 불과한 적은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문제들은 오랫동안 제기돼왔던 문제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이런 문제들이 제기돼왔다 한들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면서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작업장이 있다. 바로 늘푸른직업재활원.

늘푸른직업재활원은 복사용지, 감열지, 재생토너를 생산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으로써, 2007년에는 연매출 40억 원을 달성했다.

여타 보호작업장과 달리 어떻게 큰 매출을 올리며 지적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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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푸른직업재활원 직원들 ⓒ소연 기자  
 
“저희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지적장애인은 모두 32명이고 장애 정도가 심한 6명을 뺀 26명은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장애인들의 월 평균 임금은 78만8천 원입니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의 이용길 이사는 장애가 심한 6명 중 4명은 20만 원의 급여를, 2명은 5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6명은 최저임금(약 73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고, 이중 120만 원이 넘는 급여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의 52.4%가 월 1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는 열악한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늘푸른직업재활원의 이같은 성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가능한 것일까?
먼저 늘푸른직업재활원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늘푸른직업재활원은 2001년에 창립한 복사지 전문 회사 ‘페이퍼 뱅크’를 전신으로 한다. ‘페이퍼 뱅크’는 연 10~1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제정악화로 2005년 10월 4일 부도처리 되었다.

“회사 경기가 악화될 당시 회사 측에서 관공서와 영업을 하면서 장애인 고용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됐나봐요. 그래서 회사의 소생을 위해 장애인 고용 기업으로 전환하게 된 거죠.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펄프가 품목으로 등록돼있지 않아 등록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해서 산업자원부 생물화학산업과에 가서 끈질기게 등록을 요구했어요.”

그렇게 늘푸른사단법인이 탄생했고, 처음엔 비장애인 직원 위주로 회사가 운영되었다 한다.

2006년부터는 고양시 소재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경진학교에서 지적장애인을 고용해 현재는 비장애인 직원 10명에 지적장애인 직원 32명을 고용한 엄연한 장애인 작업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은 장애인 사회적 기업 1호로 3년째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 1~2회 재활상담, 색종이 접기, 미술활동, 자기인식프로그램, 종교활동, 문화생활 프로그램 등을 주 5일 노동과 병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각 60평인 두 동의 공장에서 복사용지, 감열지, 재생토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6시간 노동한다.

  undefined       ▲ 감열지 생산공정 ⓒ소연 기자     “생산 아이템이 시장에 적절해야 한다”

이용길 이사는 여타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비해 큰 수익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첫 번째로 소모성이 큰 물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기존 보호작업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물품은 비누나 목각인형 같은 것인데, 목각인형의 경우 2만 원의 돈을 들여 30만 원에 판다고 해도 소모성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 하나 팔아서 큰 이익을 본다한들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작업장이 지속적으로 매출 을 올리기 어렵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의 경우 생산하는 물품이 지속적으로 소모가 가능한 복사용지, 감열지 등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2월이나 7~8월에는 비수기로 매출이 크진 않지만, 하반기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1.5배가량 증가해 균형을 이룬다 한다.

복사용지 관련 사업이 안정적 재원과 인력 고용을 보장해준다면 다른 작업장에서도 이를 시도해보려 하지 않을까?

“물론 가능하겠지만, 늘푸른직업재활원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작업장이 아니라 기존 복사용지 회사가 보호작업장으로 바뀐 형태기 때문에, 이전 회사가 가지고 있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다. 수년간 복사용지 회사를 운영해온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작업장이 가능했다고 본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경험 없이는 시도하기 어렵다.”

아이템만 좋다고 해서 사업이 원활히 운영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이 지난해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을 거치지 않고 직접 관공서나 민간기업에 거래했기 때문이라고 이용길 이사는 설명한다. “아무래도 거래처와 직접 대면하다보니 시장에 좀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은 장애인 생산품 유통을 대행하고 마케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시장에 뛰어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한든지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동종분야에 적을 두지 않으려 올해부터는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을 통해 늘푸른직업재활원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그 때문인지 올해 1~2월은 총 6100만 원의 적자를 보았단다. 1~2월이 비수기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판매 시장이 좁아졌기 때문에 큰 적자를 보고 있다고 이용길 이사는 판단하는 듯
했다.

“매월 3억 원의 매출을 올려야 운영이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죠.”

  undefined       ▲ 재생토너 생산공정 ⓒ소연 기자     장애인, ‘노동자’로 바라보는 경영철학 기저에 깔려야

늘푸른직업재활원의 원활한 운영 비결엔 풍부한 경험, 생산품의 소모성 등도 있겠지만, 보호작업장에서 노동하는 장애인를 ‘노동자’로 바라보는 철학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용길 이사는 “이곳은 보호작업장이지만 근무하는 장애인를 ‘노동자’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때때로 장애인을 노동자로 보고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많다. 때문에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노동자로 바라봐야 장애인들이 적절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책임감 있게 독립적으로 업무를 해 나갈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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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사용지 생산공정 ⓒ소연 기자  
 
006년부터 보호작업장으로써 운영을 시작해 보호작업장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늘푸른직업재활원은 대안적 모델을 보여 주고 있지만, 이 또한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는 작업장 대부분의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판매 시장이 좁아지고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면 안정적인 급여를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동종업의 장애인 작업장에서 생산하는 물품들을, 복사용지는 관공서로, 감열지는 민간기업으로 직접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장애인 작업장에서 생산하는 종이들이 대부분 관공서로 가고 있는데, 시장이 큰 민간기업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장애인 작업장에서 물품을 구매할 경우 매출액의 5%를 감세해 주는 방법을 취하도록 하는 거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제기능을 찾고, 늘푸른직업재활원 같은 작업장이 장애인 근로사업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길 이사는 민간기업에서 장애인 작업장의 생산품을 살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지적장애인의 직업 훈련과 고용 보장을 위해 늘푸른직업재활원은 끊임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듯 고용 장애인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며,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 공동생활, 여가생활 등을 보조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안정적으로 변화,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호작업장 등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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