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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시설장애인 장애수당이 “시설 부수입은 아니잖아!”

드러나는 사회복지시설들의 장애수당 전용 의혹들

본문

‘제2의 성람재단’의 등장인가, 하는 성급한 우려까지 자아내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 문제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설립한지 20여 년이나 된 ‘석암재단’은 정부가 추진한 장애우 복지 역사의 얼룩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다.

한 가닥 희망이 보인다면, 석암재단 산하 시설에서 살고 있는 생활인들이 ‘석암재단 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석암생활인비대위)를 조직해 직접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힘을 바탕으로 석암재단 직원들이 힘을 모아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석암지회’(이하 석암지회)를, 장애계 인권운동조직들까지 결합해 ‘석암재단 비리척결과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석암공대위)를 꾸려 활동 중이다. 이들은 지난 1월 14일, 석암재단 이부일 이사장과 운영책임자 1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관할기관인 서울시 감사, 양천구청의 형사고발, 이전 문제, 이사장인 이부일 씨의 외환관리법 위반 등,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을 둘러싼 의혹들을 <함께걸음>이 밀착 취재했다.  

Ⅰ. 장애수당 횡령 등으로 사회적 비난 사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①
          - 석암재단은 ‘石癌 재단?’
Ⅰ. 장애수당 횡령 등으로 사회적 비난 사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②
          - 석암재단, “제2의 성람재단 되나?”
Ⅱ. 드러나는 사회복지시설들의 장애수당 전용 의혹들
Ⅲ.‘석암재단 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한규선 씨 인터뷰
Ⅳ. 관계자가 말하는 ‘S재단의 의혹들’

“더 이상 시설에서 매 맞고 눈치 보며 사는 게 싫었습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싶어 시설장이 없을 때 몰래 시설을 빠져나왔어요. 하지만 호주머니에는 집까지 갈 차비도, 하룻밤 여관비도, 식사할 돈도 없었어요. 결국 거리를 방황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시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A생활시설에서 나와 독립생활을 하는 한 장애인의 증언

위에 든 예는 시설에서 생활한다는 이유로 모든 지원금이 시설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설생활인은 호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생긴 문제였다.

식비를 비롯해 의료비, 피복비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금액이 시설 측에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시설생활인들은 사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알아서 충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무연고자거나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장기간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그야말로 무일푼이어서 시설에서의 독립은 물론 먹고 싶은 간식하나 제대로 사먹을 수 없었던 게 현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시설생활인에게 장애수당을 지급하며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기초생활수급권자면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장애수당은 중증 7만 원, 경증 2만 원씩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추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은 10만 원(경증 2만 원), 충청남도는 8만2천 원(경증 2만 원) 등 약 10만 원가량의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복지부의 장애인복지사업 지침을 보면 ‘장애수당은 수급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며 ‘가족이 없고 지적장애 등으로 인해 의사표현을 하기 힘든 이에 한해서 해당 시설장의 책임 하에 수급자를 위한 ▲재활치료비 ▲교육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시·군·구청장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수급자 개인별로 사용내역을 관리한 사항을 연 2회 이상 점검’하게 돼 있다.

문제는 시설생활인들이 자신에게 장애수당이 나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관리’를 이유로 시설에서 일괄적으로 통장관리를 해 실제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돈이 쓰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은 장애특성상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설장 마음대로 사용할 위험이 높다.

장애수당은 시설장 가욋돈?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석암재단 산하 3개 생활시설을 감사한 결과 장애수당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인 사안을 들여다보면 석암재단 내 한 시설에서는 총 2천8백만 원의 장애수당을 공기청정기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감사결과 실제 판매가보다 단가를 높여 신용카드로 결재한 후 즉시 취소하고, 실구입가로 다시 결재해 차액을 남기는 수법으로 총 1천4백여만 원을 횡령했다.

또 장애수당으로 2천65만 원 상당의 업무용 차량을 구입한 것을 비롯해 수련회, 소풍 등 행사관련 용돈지급 및 의류지급 등의 명목으로 총 1억740만 원을 빼돌린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장애수당을 전용하거나 시설장 임의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혹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중 지난해 7월, 시설 내 폭행의혹을 빚은 P시설에서 생활하던 송 모(22, 지적장애 1급) 씨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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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시설에서 생활했던 송 모 씨의 개인통장 내역. 매달 십일조 명목으로 장애수당을 인출하고 있었다.  
 
시설장 임의대로 장애수당을 교회 십일조로 사용한 것.
송 씨의 어머니 김 모 씨에 따르면 송 씨에게 난 구타 흔적을 발견한 후, 이를 시설 측에 항의하고, 퇴소하는 과정에서 송 씨 앞으로 장애수당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통장을 개설해 장애수당을 사용한 사실에 대해 따져 묻자 시설 측은 “생활인을 맡고 있는 곳이 시설이기 때문에 굳이 부모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설 측에서 갖고 있던 송 씨의 통장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지난 2006년 1월부터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매달 십일조 명목으로 1만1천 원씩 인출 돼 있었으며, 캠프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3~5만여 원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2006년 상반기 이후로는 어떤 명목으로 돈을 썼는지조차 기록되지 않았으나 P시설의 감독 책임이 있는 성남시청 측은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판단하겠다. 사실이 밝혀지면 시정조치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복지부에서 생활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재활지원팀 관계자는 “부모 동의 없이 시설 측에서 지적장애인 원생의 통장을 관리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부모들이 자녀들 앞으로 장애수당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통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부모들에게 절대 통장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에 하달한 장애수당과 관련한 지침내용을 보면 ‘연고자가 있는 의사무능력자 또는 무연고자 중 의사능력이 가능한 장애인은 연고자 또는 수급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시 함’이라고 명시 돼 있어,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지침을 어기라고 부추긴 셈이다. 실무관청 역시 ‘개인별 사용내역을 관리한 사항을 연 2회 이상 점검’ 해야 한다는 복지부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항을 방기한 꼴이 돼 버렸다.

결국 시설생활인의 돈을 가욋돈 정도로 생각한 일부 부도덕한 시설장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해당 관청의 직무유기가 빚어낸 슬픈 현실인 셈이다.

모범시설, 장애수당 사용 투명성 확보 위해 2~3중 검증장치 마련해

물론 모든 시설들이 장애수당을 시설장 마음대로 유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남 소망의 집이나 장봉 혜림원 등은 장애수당이 지급되는 통장을 개인이 관리하고, 사용내역을 기재토록 하고 있었다.

장봉 혜림원의 김현주 실장에 따르면 “장애수당은 개인급여기 때문에 수령도 개인통장으로 하고, 관리도 개인이 하며, 본인이 원하는 활동이나 구입에 쓰인다.”며 “다만 지적장애인의 경우 본인이 통장관리가 어려운 때가 있어 이때는 생활교사가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개인통장에는 장애수당을 비롯해 결연 후원금, 가족 등이 보내준 용돈, 노동을 하는 이들의 경우 급여 등이 입금되고 있으며, 개인별 금전출납부를 작성해 사용처와 금액을 기록하게 돼 있었다.

김 실장은 “개인에게 주어진 돈이기 때문에 개인 마음대로 사용하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출처를 적도록 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부모회에 참석한 부모에게 이 자료를 제시했지만, 보다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외부 운영위원에게 분기별 한 번 씩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남 소망의 집에서는 장애수당을 재활치료, 여가생활 활동비 등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형남 주임교사에 따르면 “재활치료의 경우 물리치료는 시설 내에서 할 수 있지만, 언어치료, 심리치료, 놀이치료 개별특수치료 등은 시설 내에서 할 수 없어 외부기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 비용이 월 16만 원 가까이 들기 때문에 절반이상을 시설에서 감당하고, 나머지는 치료 당사자의 장애수당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이밖에 개인이 영화나 연극 관람을 원하거나 마트에 가고 싶다고 할 때 등 개인 여가활동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개인의 장애수당을 활용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장애수당은 금전출납부를 작성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사용했는지 영수증과 함께 첨부하고 월 1회 부서장의 점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사는 “하지만 캠프참가비를 비롯해 프로그램 준비물 구입, 교통비, 병원진료비 등은 시설운영비로 받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장애수당에서 활용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애수당에 대한 실태조사 시급해

장애수당이 시설생활인에게 지급된 지 3년째로 접어들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그동안 지급된 장애수당을 모은다면 약 2백여만 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이 수당이 당사자에게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이들 삶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에서 시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의 전언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경기도는 사업 첫 해인 지난 2006년만 하더라도 지방비 4만 원을 보태 11만 원씩을 지급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이 지원금을 없애고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는 중증 7만 원, 경증 2만 원만을 시설장애인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아동 시설의 경우 시설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금액을 시설 운영비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장애수당을 더 지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또 성인장애인 시설은 생활인 대부분이 중증이어서 본인이 수당을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상당부분의 액수가 적립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 시점에서는 장애수당을 추가 지원하는 것보다 적립된 장애수당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설에서 생활하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도로 사용토록 지급된 장애수당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적립되거나, 석암재단이나 P시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를 악용하려는 사례가 계속 적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책이나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설 입소 시 장애수당 대상자에게는 의무적으로 이 사실을 고지 ▲장애수당 등 개인통장은 개인이 관리하는 것을 원칙 ▲장애수당 활용 실태조사 ▲시·군·구청의 관리감독 강화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장애수당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 장애인소득보장팀 담당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고 있어 지침을 마련 중에 있으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장애수당은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용도에 쓰라고 지급한 돈이기 때문에 시설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활용할 경우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장애수당 집행은 시설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시·군·구청에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시·군·구청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 말을 정리해보면 정부 역시 장애수당의 액수가 커질수록, 자의든 타의든 액수가 목돈이 될수록 이를 노리는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진원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설생활인들에게 있어 장애수당은 자존감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 장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몫은 정부에 있다.

시행만 해놓고 뒷짐 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수혜 당사자가 돼야할 시설생활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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