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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다” “대전시는 장애인과 약속을 지켜라!”

[인터뷰] 대전 시청 앞 장애인 1인 시위 명선심, 박상하씨

본문

[미디어 충청]

2008년 대전시, 활동보조인서비스 확충 약속 파기
대전장애인부모연대, 대전장애인차별철폐 시청 앞 1인 시위


사회구성원으로써 중증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활동보조인서비스다. 작년 대전 지역에서도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권리로 보장하라고 대전시에 치열하게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8월 대전시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08년, 대전시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에 대전장애인부모연대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회원들이 대전시청 앞에서 매일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2일, “활동보조인서비스 시행 확대”, “대전시 약속 이행”을 위해 13번째 참가자로 일인시위을 진행중인 대전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명선심 씨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박상하 씨를 만나보았다.

  undefined       ▲ (왼쪽부터) 대전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명선심 씨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박상하 씨 ⓒ미디어 충청     “우리 아이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게 해달라”

“30여 명의 아이들 중 우리 아이만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과 그림을 그릴 때도 우리 아이는 그저 앞만 바라보지요. 칠판을 보는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지 반 친구들을 바라보는 지는 저도 모릅니다. 책가방 안에는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있지만 우리 아이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몸은 시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지만 마음은 아이 교실 복도에 있을 수밖에요.”
함께하는 대전장애인부모연대 명선심 씨에게는 발달장애 2급을 가진 아이가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위해 24시간 함께 다녀야 한다는 명 씨.

일인 시위를 왜 하는지 물었을 때 명 씨는 단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같은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급인 아이와 1급인 아이들은 별 차이가 없어요. 똑같이 돌발행동을 하고 주위의 지도가 없으면 하루 종일 멍하니 있죠. 학교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같이 치료도 받고 놀이도 하고.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2007년 8월, ‘장애인차별철폐와교육권확보를위한대전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대전시청 앞에서 17일간의 단식노숙농성과 꾸준한 문제제기로 인해 대전시와 12대 협약안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서 대전시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 운영을 위해 대전시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8년 3월, 명선심 씨의 아이는 아직도 활동보조인서비스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대전시가 “보건복지부 소관에 따른 재정상의 이유”로 2급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지원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명 씨는 “사실 작년에 대전시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2급까지 확대한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우리 소원이 유치원 때부터 친구를 만드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대전시가 약속을 안 지킬 줄 몰랐다”며 “학부모가 편해지려고 일인시위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만, 우리 아이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예요. 만약 제가 잘못 된다 해도 우리 아이는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일인 시위와 인터뷰를 마친 명선심 씨는 서둘러 아이가 있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시청을 빠져나갔다.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투성이
“대전시는 제발 장애인과 학부모의 이야기 좀 들어라”

   
 
  ▲ ⓒ미디어 충청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회원 박상하 씨는 1급 장애인으로서 현재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는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었어요. 35살의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만을 기다리는 거였어요. 가끔씩 연로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사나 하는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한 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대전 서구에 있는 센터를 이용하고 사람들과도 만나고, 지체장애인협회의 자료도 공유하고..”

환하게 웃는 박상하 씨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뒤늦게나마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어 “대전시가 1급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과 2008년도부터 2급 장애인까지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것을 약속 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오히려 기존의 1급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마저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전시에 여러 차례 당사자와 이야기하자고 요청하고 시정을 요구 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비스 시간 축소다. 복지부의 ‘2008년도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안내문’에 따르면, 현재 1급 장애인은 기존 월 80시간에서 월 90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전시 역시 지난 1월 “1급의 경우 올해 예산을 확대해 3억3천600만 원이 이미 배정 되어 있으며 월 40시간을 추가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상하 씨는 “최고 90시간에 대전시가 40시간을 추가해 지원한다고 해도 한 달로 따지면, 130시간이죠. 이걸 31일로 다시 나눠보면 하루 4시간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에요. 장애인으로서는 아침,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시간이 최소 두 시간이 걸리는데, 장애인들은 점심을 먹지 말라는 건가요? 우리는 밥만 먹으면 되는 건가요?”라며 “장애인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시는 2급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늦어도 올 5월엔 시행할 것이라고 하던데, 당사자와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과연 되겠느냐”며 “시가 장애인의 현실을 바로 알아야 알맞은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대전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성배 집행위원장은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는 것”이라며 “장애인의 당당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에 맞추기 위한 서비스가 아닌 서비스를 위한 예산 확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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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1일 기자회견 ⓒ미디어 충청  
 
작성자천윤미 기자  moduma@cme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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