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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사람’과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길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대한민국의 ‘사형’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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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6명의 사형수가 새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2008년 더 많은 변화를 기대합니다.”

2007년, 사형제도를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한 뉴스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우리는 국제앰네스티 회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 분은 어찌 어찌 연이 닿아 봉사로 몇 년째 사형수와의 인연을 이어오신 분인데, 자신이 만나오던 사형수 중 한 명이 이번에 그 여섯 명에 포함됐다고 했다. 아침에 교도관과의 통화에서 감형 받은 사형수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죽음의 덫에서 생명의 빛을 얻은 자의 눈물에는 분명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오전 내내 울었던 무기수의 생명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같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작년 10월에 청계천에서 ‘생명, 그 소중함’이라는 주제로 단편영상전시회를 가졌다. 그 날 청계천 벽을 수놓았던 작품 중에 ‘집행’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흉악범이라고 들었던 사형수의 모습은 어린 소년이다. 신부는 그 모습에 당황한다. 그 흉악범이 상상한 대로 거친 얼굴을 가진 중년이었다면 사람들은 그 사형집행을 납득했을까? - 라고 시작한 생각은 곧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모순이 있음을 깨닫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는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는 목적 아래 본질적으로 동일한 생명의 가치를, 그를 소유한 사람의 겉모습과 행동의 결과로 제단하고 박탈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란 무엇일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며, 평화로운 사회란 사회구성원이 서로가 다르지만 그래도 개개인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일 것이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화합의 사회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다면, 사형은 그 어떤 것도 이뤄줄 수 없다. 왜냐하면 사형은 본질상 한 사람의 가치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형제 폐지해도 범죄율 늘지 않아

사형을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생각할 때 사람들은 사형이 가지는 범죄 억제력을 떠올린다. 그래서 사형을 폐지하면 범죄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사형 없는 사회가 오는 것을 막연히 두려워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형을 폐지한 사회를 보면 왜 국제앰네스티가 사형폐지를 주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사형폐지국 어디에서도 사형폐지 이후 사회의 질서가 무너진다는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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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회가 무질서해지기는커녕, 그들은 ‘모두의 인권을 인정하며 생명 자체가 가지는 가치와 가능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당당하게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됐다.
캐나다의 경우, 살인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기 직전인 1975년을 기점으로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1975년 당시 3.09명이었던 살인율이 2003년에는 44%나 감소하여 1.73명을 기록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처음으로 사형폐지를 위한 국제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1977년 단지 16개국밖에 되지 않았던 사형폐지국가가 30년이 지난 지금 102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가까지 합하면 유엔회원국 192개국 중 135개국이 사형폐지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무엇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지 그 추구하는 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사형폐지에 관한 국제조약의 승인과 지역별 의정서들과 함께 전 지구에 속속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사형의 적용에 대한 우려와 폐지를 위한 노력으로 국제기구들과 지역별 정부간기구들은 사형의 폐지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 ‘전지구적 사형집행의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62차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에 대한 모라토리엄 (유예)’에 대한 결의안이 104개국 찬성, 54개국 반대, 29개국 기권으로 통과됨으로써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번 결의안은 세계 모든 나라가 참여한 유엔총회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게 사형폐지로 나아가기 위한 사형집행 중단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지구적인 사형폐지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사형폐지에 대한 움직임은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전환을 맞이하였다. 대한민국이 사실상의 사형폐지국가가 된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만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거나,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형폐지를 목적으로 사형집행중단을 선언한 나라에 한해서 사실상의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12월 30일은 대한민국이 사실상의 사형폐지국가로 다시 태어난 날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형에 대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지난 2007년 한 해는 대한민국 역사상, ‘사형폐지’라는 단어가 언론의 지면에 가장 많이 언급된 해였던 것 같다. 이는 사형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사형의 심각성을 직시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풀이된다.

또한 법무부는 사형폐지선포식이 있었던 날 바로 홈페이지 첫 화면을 통해서 간략한 국민여론조사에 들어갔는가 하면,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사형폐지를 그 날의 이슈로 삼아 네티즌의 참여를 이끌었고, 찬반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사형 폐지에 대한 성숙한 토론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사형폐지 여론은 성숙, 그러나 정치권은…

그러나 정치적 리더십은 아직 이러한 국내외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듯 하다. 15, 16대에 연이어, 175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폐지특별법안’은 17대 국회에 계류된 채, 사장될 위험에 처했다.

앞으로의 5년을 이끌어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자 중 유일하게 사형폐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인물이다.
지금 이명박 당선인은 인권과 경제, 사회정의와 안보 등 전분야를 아울러 소위 ‘혁신’의 길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계획하는 혁신의 바탕에는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에 대한 꿈이 있으리라 믿는다.

   
 
  ▲ <사진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지금, 사형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사회 정의가 구현되는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진정한 평화와 건강한 사회를 키워나가는 거름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며, ‘인권’의 보장이다. 무엇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특유의 장기인 결단력으로 결정하기를 기대한다.

프랑스에서는 1981년, 사형을 폐지하고자 했을 때 66%가 사형폐지를 반대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의회는 사회의 발전을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말은 남기며 사형을 폐지시켰다.

이명박 당선자가 앞으로 5년간 내릴 많은 결정 중에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위한 첫 걸음으로 사형폐지에 대한 선택이 있기를 바란다.
2008년을 덮는 흐린 하늘에도 불구하고 사형의 유통기한은 우리나라에서도, 또 전세계에서도 너무나도 분명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했던 노예제도가 더 이상 지구 어디에서도 발 붙일 곳이 없듯이 사형 역시 인간의 인간됨을 인정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벌써 지구 상에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사형은 사라졌다.

이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작성자박명희(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이벤트&프로젝트 코디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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