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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인식전환의 계기...법인 책임 물어야"

[좌담회]인화학교 사건, 광주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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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신문 시민의 소리]

인화학교 사태가 한 고비를 넘었다. 광주지법 제10 형사부(부장판사 김태병)가 지난달 28일 교직원에 의한 추가 성폭력 가해자 김모(60) 전 교장 등 4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이중 앞서 구속 수감 중인 이모(38)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을 법정구속하면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7월 청각장애 아동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사회에 불거진 지 무려 2년 6개월여 만에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인화학교를 파행으로 몰고 간 이번 사건은 과연 광주 지역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남은 문제는 무엇인가. <시민의 소리>는 지난달 31일 시민의 소리 사무실에서 각계 인사들을 모시고 새로운 국면을 맞은 인화학교 문제를 점검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윤민자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장휘국 광주시교육위원회 위원, 노미덕 (사)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 김대준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등 4인이 참석했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늦었지만 인화학교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며 적극 반겼다. 그러면서도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쩌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거대한 인식의 벽을 넘어서는 것부터가 인화학교 문제를 푸는데 넘어야할 첫 번째 관문이었음을 강조한 것.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치에 따라 지난해 11월까지 공익이사 형태로 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의 이사로 참여한 바 있는 노미덕 (사)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인화학교는) 장애아동을 인권을 가진 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고 보호 대상이자 착취가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번 일도 개인적 성폭력 사건으로 볼 뿐이지, 학교 주체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위에서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종교 등 여러 잣대를 들이대며 과연 그런 일을 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많이 제기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교육현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원인에 대해서는 족벌체제로 구성된 법인의 인적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장휘국 광주시교육위원회 위원은 “우석 법인의 족벌체제로 인해 감시기능이 발휘될 여지가 없었고, 운영에 있어서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서로 허물이 있어 스스로 누구하나 들춰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준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역시 시스템의 문제를 찾았다. 김 정책실장은 “우석 재단이 친인척 관계에 의한 족벌체제로 운영하면서 인화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에 근본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인화학교 파행이 지속된 데 대한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의 직무유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윤민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광주시의 기본 생각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봉합하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인화학교 문제가 장기화 된 데는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을 사이에 두고 광주시청과 광주시교육청이 서로 탁구경기 하듯 핑퐁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

판결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추가 범죄자가 드러난 만큼 광주시나 광주시교육청 차원에서 어떻게든 인화학교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장휘국 위원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 것에 대해 광주시는 우석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최소한 이사회 해임명령이라도 취해야 한다”며 감독권한을 가진 광주시의 사후조치를 주문했다.

노 이사장 역시 “사회복지시설은 100%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의 시민사회가 투명한 운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사회복지 시설운영에 대한 조례를 통해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정책실장은 청각장애아동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궁극적으로 특수공립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인화학교 사건이 인권의 도시 광주사회에 던진 파장이 적지 않다. 2년 6개월을 끌어온 사안이기도 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윤민자-“광주시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봉합하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3년 가까이 장기화된 데는 시청과 교육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시민의 소리  
윤민자(이하 윤) : 법원에 들어갈 때만 해도 가해자들이 뒤에 쫓아다니며 대책위를 욕하고 다녔다. 그들의 뻔뻔함에 질려버렸다. 꼭 꿈만 같았다. 어쨌든 어느 한 점이 해결됐다.

장휘국(이하 장) : 사필귀정이다. 주위 사람들은 가해자가 나이도 많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이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설마 그렇게 까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판결로 사실을 명확히 확인한 셈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고 본다.

노미덕(이하 노) : 그 말에 공감한다. 주변 사람들은 종교나 여러 잣대를 들어 ‘가해자들이 상식수준에서 그런 일을 했겠는가’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이번 기회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큰 계기가 됐다.

특히 사법부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싶다. 3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는 가운데, 그동안 청각장애인에 대해 친고죄를 적용할 것인가, 항거불능의 상태인가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번 판결은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초가 됐다.

무엇보다 학교 교육시설에서 학습권, 생존권을 책임지는 시설, 구체적으로 재단의 책임을 인식시키고, 그 책임을 묻는 근거를 갖게 됐다.

이번 사건이 우연이었을까. 왜 이렇게까지 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나?

노 : 전반적인 성폭력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여성이지만, 그 가운데서 특히 장애인이 비중이 높다. 이번 사건 역시 장애인을 인격을 가진 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고, 보호 대상이자 착취가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많은 사회복지기관들의 인식도 아직 그렇지 않을까 싶다.

윤 : 인화원장, 교장, 행정실장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해 왔기 때문에 장기간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법적조치도 없었다. 아동보호법에 따르면 성폭력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관계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법적 실효도 없고, 처벌할 법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노 : 다행히 2006년 10월 개정된 성폭력법에는 그런 내용이 보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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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미덕-“사회복지시설은 100%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의 시민사회가 투명한 운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사회복지 시설운영에 대한 조례를 통해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시민의 소리  
김대준(이하 김) : 문제는 법이 있다고 해서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사진, 교직원 등 모두 친인척 관계로 족벌체제로 운영해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100% 지원을 받는 사회복지재단이 인화학교를 사유 재산으로 생각해 온 것이다.

장 : 맞다. 우석 법인의 족벌체제로 인해 감시기능이 발휘될 여지가 없었고, 운영에 있어서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서로 허물이 있어 스스로 누구하나 들춰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교장마저 연루돼 있는데 해결될 수 있었겠나.

인화학교 사태에는 사회적인 관습의 문제, 사회복지법인의 문제와 더불어 관계기관인 광주시나 광주시교육청과도 갈등을 빚어왔다. 행정당국의 사후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장 : 광주시교육청이나 광주시가 전적으로 책임졌어야 할 문제다고 생각한다. 예로 광주시교육청은 인화학교 교장 퇴진에 대한 문제, 교사와 학생의 갈등 문제 등에서 이사회에 권고하는데 그쳤다.

사실 교육청으로서는 학교법인이 아닌 사회복지법인이라 지도감독권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탁교육 취소하자니 150억원 정도가 소요될 공립학교를 설립해야하는 부담이 있고, 운영 지원금을 끊게 됐을 때는 학생의 피해가 있어 이 핑계 저 핑계 댔던 것 같다.

김 : 시교육청에서 사실 파악을 잘 못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보고하는 내용만 듣고 성급히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윤 : 광주시의 기본 생각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봉합하려는데 초점을 맞췄다. 성폭력상담소 상담 후에 가장 먼저 시청에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시는 더구나 학교문제는 교육청이 해결할 일이라고 미뤄버렸다. 서로 탁구하듯 공을 넘긴 것이다. 애초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에 소극적이었다. 이후 사회복지 사업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3년 가까이 장기화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시청과 교육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

 
▲ 김대준-“관련법이 있었다면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사진, 교직원 등 모두 친인척 관계로 족벌체제로 운영해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시민의 소리  
김 : 언젠가 시청에서는 이 문제로 조사받는 사람들의 인권도 있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노 : 봉합보다는 아마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측면이 더 컸다. 성폭력이라는 사안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것이다. 무려 3년 가까이 싸운 끝에야 성폭력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번 일로 성폭력을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법원판결로 모든 것이 확인됐는데, 그럼 시청과 교육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있나?

윤 : 일단 이사진 전원 해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 광주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그동안 학교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인 인가취소를 해야 한다. 이사회 해임명령이라도 취해야 한다.
또한 시가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이 투명하게 이용되고 보다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근거조례도 만들어야 한다. 이건 명백한 공익시설이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노 : 사회복지시설은 100%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의 시민사회가 투명한 운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근본적으로 사회복지 시설운영에 대한 조례를 통해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때 비리백화점으로 불렸던 평택 에바다 학교는 진통 끝에 현재 전국적 모범으로 촉망받고 있다. 장애 아동들이 지역사회의 품속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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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휘국-“광주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그동안 학교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인 인가취소를 해야 한다. 이사회 해임명령이라도 취해야 한다.”ⓒ시민의 소리  
윤 : 사실 인화대책위의 문제로만 남겨두었던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의 책임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오늘에 오기까지 몇 몇 사람들의 생떼로 치부하는 모습도 있었고, 진정성을 몰라주는 공무원들도 존재했다.
대책위 스스로가 싸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둘째 문제이고, 일단 지역에서 이런 문제들을 이제껏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뼈아프게 비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 :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장애인 인식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지역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큰 사회적 흐름을 잡아갈 수 있는 주요 인사들의 관심이 너무나 부족했다. 법이라는 틀에 얽매여 손 놓고 있기보다 민주 인권도시로서 광주가 가지고 있는 사명감으로라도 관심을 갖고 지원했어야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문제로 간과해 버리는 의식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작성자시민의소리  webmaster@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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