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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십여 년 간 지적장애인 인권유린,아직도 모자란가

생활교사 변칙운영, 시설생활인 구타와 성추행 등 의혹 제기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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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전경.  
 
<함께걸음>은 지난 1996년 11월호에서 ‘한국판 수용소 군도 효정원의 검은 실체’라는 제하로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효정원에서 자행된 성폭행과 강제노역 등 각종 시설비리를 고발한 바 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효정원은 ‘동향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되고 있다.
동향원은 18세 이상 지적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동원재활원을 비롯해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동연요양원, 직업재활훈련시설인 동원직업재활원, 치매노인과 장애인 등을 진료하는 효정재활병원 등 4개 시설을 거느리며 약 85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울산과 부산지역 시민, 인권, 장애인 등 25개 단체들은 ‘동향원 시설비리 척결을 위한 부산 울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동향원 공대위)를 구성하고 “동향원 산하 시설에서 시설생활인을 구타하고 성폭행하는 등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으며 공금횡령, 생활교사 변칙운영 등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며 동향원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는 등 동향원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동향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나, <함께걸음>이 알아봤다.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계기는 대부분의 시설비리가 그러하듯 내부 고발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처음 시작은 효정재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병사들이 집단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부터다.

병원 측은 울산지역연대노조에 가입한 간병사 11명을 전원 해고 조치시켰고, 노조 측은 ‘부당해고 철회와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동향원 내 동연요양원에서 생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숙자 씨가 시설 내 문제들을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감춰진 동향원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이숙자 씨와 울산인권운동연대가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의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진정서 내용에 따르면 ‘생활교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 생활인에게 겉옷만 입게 하고 속옷을 못 입게 해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되게 하였으며, 남성 생활인 역시 목욕을 위해 이동할 때 옷을 걸치지 못하게 해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장애인 생활인이 부족한 생활교사 업무 도와

이숙자 씨에 따르면 “남자 교사들은 전부 다른 일터에서 일을 하고, 여교사들밖에 없다보니 화장실이 있는 곳까지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 때문에 걸을 수 있는 장애인 두 명의 도움을 받는데, 성인 남성을 옷을 벗긴 채 사지를 끌고 가서는 화장실 바닥에 버리다시피 해 볼일을 보게 하고 씻기곤 했다. 여성 앞에서 옷이 벗겨진 채 끌려가는 게 얼마나 큰 수치심이겠나.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시정요구 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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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중증장애우의 식사보조를 생활교사가 아닌 지적장애인 생활인이 하고 있다. (우)동향원 생활인에게 제공되는 식사.  
 
또 “2명의 생활교사가 7~80여 명의 생활인의 식사와 대소변을 담당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 때문에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동원재활원의 지적장애인을 데려와 식사보조를 시켰다. 허나 이들도 자신들 밥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중증장애인을 눕힌 채 억지로 밥을 먹여 한 명당 밥 먹는 시간이 채 5분이 안됐다.

또 각종 세균감염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옷조차 개인 소유가 없이 공동으로 입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인권위의 조사가 나오자 속옷에 이름표를 붙이고, 동원재활원 생활인들이 보조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으나 형식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결국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리소홀 상황도 심각해 생활인들끼리 싸우다가 실명한 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야간시간에 사망한 장애인이 발생했지만, 명확한 사인 없이 넘어갔다고. 심지어 인권위의 진정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기간에도 중증장애인이 화장실 타일에 미끄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활교사가 생활인 폭행하는 사건도 벌어져

이뿐만이 아니다. 중도장애인이 된 한 여성 생활인을 동원재활원 교사가 성추행한 사실이 보호자에게까지 알려져 부산시청에서 조사 나온 일도 있었으며, 만취한 생활교사가 장애인 3명을 각목으로 폭행한 사건 등 크고 작은 인권침해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한다.

이 씨에 따르면 “지난해 5월경 앰뷸런스를 운전하는 생활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3명의 장애인을 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해당교사가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며 “더 충격적인 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은데 못 가게 했다. 방안에 가둬 놓은 채 멍든 자리에 소고기를 붙여 놨다.’는 이들 이야기였다. 사람 사는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끔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동향원 공대위는 동향원 내 시설에서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로 ▲지침을 무시한 채 다른 곳에서 활용하고 있는 생활재활교사 수 ▲생활인 돌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인원을 선발해 생활교사로 이름만 걸어놓는 등 장애인을 볼모삼아 사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향원의 2007년 예산서에 따르면 효정재활병원에서 35억, 직업재활원에서 12억5천만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돼 있단다. 하지만 상시고용인원을 줄이기 위해 생활교사로 입사한 인원을 파견근무 형태로 다른 일에 돌리고 있었다고.

복지부 지침상 동원재활원과 동연요양원 생활재활교사들은 각각 41, 48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채용된 교사 수는 21, 29명에 불과하다. 이 뿐만 아니라 실제 보직에도 없는 후원업체를 관리하는 ‘자원개발실’이나 법인 사무실, 식당, 운전, 시설보수 등에 생활재활교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활교사 = 시설 막일꾼?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울산장애인부모회 정연현 사무국장에 따르면 “두 곳 시설의 생활교사 90여 명 중 35~40명의 인원을 빼서 수익시설 쪽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 중 20여 명은 단순노무에 종사하는데, 채용 때부터 생활인 돌봄 서비스를 위해 뽑는 게 아니라 미장, 벽돌쌓기, 전기기사 등의 기술이 있는 이들을 선발했다.”며 “이 때문에 나머지 50여 명의 생활교사들이 맞교대를 하며 3백여 명에 이르는 생활인들을 돌보다 보니 문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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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활교사에게 각목으로 구타당한 장애우의 모습.(우)90여 명의 생활교사 중 35~40명이 생활인 돌봄 업무 대신 공사장이나 수익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들어 2교대 근무가 3교대 근무형태로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으나, 여전히 야간에는 1명의 생활교사가 70여 명의 생활인을 보고 있다고.

이 때문에 ‘관리상 이유’로 건물의 바깥에서 출구를 잠가, 화재 등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 돼 있으며,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감금방을 만들어 문밖에서 문을 잠가놓은 채 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다고 이숙자 씨는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동향원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교사 불법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재단의 고유권한인데 왜 당신들이 왈가왈부 하냐’고 말했다.”며 “부산시청의 시정조치 요구에도 ‘우리가 (시설들을) 힘들게 운영하는데 도와준 게 뭐 있냐. 우리가 이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동향원에 연락했으나 동향원 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답변을 회피했다.

동향원 특별감사 이뤄지나

한편 동향원은 지난 2005년 의료시설 용도로 신축한 건물을 기저귀 공장으로 운영해왔으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2억2천여만 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기저귀 기계를 설치하는 등 불법용도변경, 전용한 사실도 드러나 울주군으로부터 자진철거 및 원상복구명령을 받았다.

이처럼 시설 내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동향원 재단의 관리책임이 있는 부산시는 특별감사 실시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26일에 열린 부산시의회 행정문화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김영희 의원은 “동향원 내에서 성폭행, 구타 사망 사건 등 인권유린 행위와 인건비 착복 등의 고발이 있었다.”며 감사관실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사회복지과의 요청이 있으면 회계전문가와 감사 전문요원을 투입해서 감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역시 지난해 11월 28~29일, 12월 11~13일 두 번에 걸쳐 진정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 조사관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생활인과 생활교사를 비롯해 퇴사한 생활교사 등을 만나 사실확인작업을 벌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향원 4개 시설 전체에 대한 직권조사를 인권위원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향원 공대위 측은 “생활교사를 변칙 운영한 사실과 동원직업재활원 기저귀공장 불법운영 등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생활인 인권침해와 횡령 등에 대한 상황은 자료가 취합되는 대로 검찰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86년 사회복지법인 효정원으로 인가를 받으며 시작한 동향원은 성인 지적장애인 179명이 생활하고 있는 ‘동원재활원’, 중증장애인 173명이 생활하고 있는 ‘동연요양원’과 직업재활훈련 시설인 ‘동원직업재활원’(총 34명 중 32명이 시설입소), 정신과 신경과 내과 재활의학과를 진료하는 ‘효정재활병원’(275병상) 등 4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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