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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투표장에서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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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17대 대선의 결과 새로운 5년을 위한 대통령이 선출됐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택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은 국민의 범주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일까.

시각장애인 투표 보조기구 없어 감으로 투표

대선 투표일이었던 19일 서울시 신림4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대근씨는 여느 선거일처럼 소중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간 신분증으로 신분확인까지 한 그에게 난처한 상황이 생겼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 보조기구가 없다는 것.

진행요원은 당황하며 옆에서 찍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였고, 그는 “비밀투표의 권리를 침해받을 수 없다”며 결국 그는 투표 진행요원이 가르쳐 준 대략의 12개의 칸 중 한 곳에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대략의 감으로 기표해야 했다. 의도하지 않은 무효표를 만들지도 모르는 투표인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원칙상 모든 투표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가 지급되도록 하였으나, 진행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투표소에 보조기구 설치에 대해 확인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형식에 그친 투표 보조기구 문제뿐만 아니다.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구가 설치 된 투표소라 하더라도 기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시각장애인이 많다. 투표 보조기구에 기표란 옆에 점자로 번호만 표시 돼 있을 뿐, 후보자의 이름은 표시 돼 있지 않았다는 것.

이번 대선처럼 기표란이 12개나 되는 상황에서 각 후보별 기호를 외우고 투표소로 가지 않으면 원하는 후보에 기표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투표장 안과 그 주변 어디에도 각 후보별 기호가 점자로 표시 돼 알 수 있는 곳은 없었다.

  undefined       ▲ 선관위가 투표 도우미들에게 배포한 '장애인 선거권자에 대한 투표안내 요령문'.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특별한 교육없이 A4두장짜리로 교육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신지체장애인'에서 '지적장애인'으로 이미 장애유형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과연 장애인 투표권에 대한 선관위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쓰레기 줍고 인사하기 위해 투표 도우미 선발해?

또한, 이번 선거 과정 중 선관위는 ‘장애인 투표 안내도우미’를 실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 제도는 국가가 고용한 장애인 투표활동 도우미가 투표당일 투표소에서 투표하고자 하는 장애인에게 투표권행사에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 당일 도우미들의 역할은 선관위의 설명과는 달랐다.

전남 목포 선관위에서 도우미 활동을 한 김모씨(27)씨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휠체어를 사용하신 장애인 두 명과 여러 노약자를 만나기도 했지만 주로 한 일은 쓰레기 줍기와 투표소 앞에서 인사하기였으며, 다른 곳에 배치된 도우미의 경우 주차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 투표소 마다 도우미를 원래의 목적과 다른 일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전에 각 도우미에게 실시되는 교육마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그 이 제도를 완벽하게 실행할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 허주현 소장은 “선관위가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도우미 제도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해 임기응변 식으로 넘어가려 하고있다."라며 "허나 이 도우미 제도마저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아 장애인의 투표권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도우미들에게 일당 4만원을 지급하지만, 그들의 교육에 대해선 A4지 2매에 ‘장애인 선거권자에 대한 투표안내 요령’이라는 제목의 지침서를 나눠 주는 것이 전부였고, 그 내용마저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듣거나 말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신지체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내용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겐 지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술한 교육 내용으로 이뤄졌다.

또한 이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선관위 공보관은 “투표 당일 도우미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투표 관리관은 각 지역에서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 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소중한 한표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그날, 과연 언제쯤일까.

작성자김형숙 기자  odyssey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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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저속열차님의 댓글

저속열차 작성일

몰랐던 사실인데, 투표과정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정말 심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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