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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만들 때까지 투쟁, 멈출 수 없다!”

장애민중행동대회, 3박4일간의 투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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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힘내자! '지적장애인.발달장애인.뇌병변장애인 지원법(가칭)'제정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에서 장애아 어머니들이 함성으로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소연 기자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통해 장애민중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철폐한다!”
지난 9월 5일~8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장애인 생존권과 기본권을 요구하는 86개 진보단체의 투쟁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진보운동으로써의 장애운동’,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표방하는 장애민중행동대회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장애인 생존권’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장애민중행동대회는 상반기에 있는 ‘420 투쟁’처럼 하반기에도 전국 장애인들의 투쟁 의지를 다지고 이를 결집하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느낀 장애인권 단체들의 고민의 결과였다.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정책국장은 “9월 국회 개회시기에 맞춰 하반기 투쟁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단체들 간에 교류한 상황이었고, 올해는 12월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대선을 겨냥한 투쟁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올 상반기에 장애민중행동대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장애민중행동대회는 국가 지원금에 의존하며 정부의 협력자로 되어가고 있는 일부 장애인 단체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제도 권력의 대리인이 아닌 진보운동을 표방하는 장애인권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내걸고 시작되었다. 그래서 대회 측이 내건 슬로건도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이다.

장애인은 국가권력에서 배제된 소수자 중에서도 언저리에 위치한 계층에 속해,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회 조직위 측은 장애인에게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생존권’이라고 지적하며 ▲장애인 연금 도입 ▲활동보조권리 보장 ▲탈시설권리 보장 ▲주거권 보장 ▲지적장애인·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시설비리 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장애인복지예산 확충 등 7가지 장애인 생존권 요구안을 내걸고 3박4일간 투쟁을 전개했다.

장애인 생존권을 위한 정책에는 예산이 없다고 등한시 하면서도 수십억의 예산을 쏟아 부어 국제적 장애인 행사를 치르는 정부의 모순적인 행태를 꼬집고, 한국을 찾은 세계 장애인들에게 한국 장애인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한국대회’와 같은 날짜에 진행되었다.

9월 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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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출범식. 9개 지역의 차별철폐연대 깃발 아래 전국 장애인들이 결집했다. ⓒ소연 기자  
 
첫날인 5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끈 행사는 뭐니뭐니해도 오후 8시에 진행된 전장연 출범식일 것이다.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활동한지 2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대전, 충북, 광주, 대구, 경남 등 9개 지역의 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교육권연대), 한국사회당, 민주노동당 등의 12개 단체가 전장연의 이름으로 출범식을 가졌다.

김용목 전장연 공동대표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울림터,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의 활동을 본받아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교육권, 노동권, 생존권, 장애여성, 자립생활 등의 분야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 장애인 권리 쟁취를 위한 활동을 벌여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무대에서 투쟁발언을 하는 활동가들도, 이를 지켜보며 구호로, 환호로 호응하던 참가자들도 모두 전장연 출범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김옥진 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투쟁에 나선지 3년이 되었는데, 지금처럼 떨린 적이 없었다. 드디어 장애인들의 땀과 피로 인권의 나무 터전을 마련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장연 출범식에 고무되었던 활동가들은 출범식을 마치고 세종문화회관 앞에 노숙농성을 위한 텐트를 쳤다. 이전 농성에서 설치됐던 대규모 천막이 아닌 가정용 텐트를 수십 개 설치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9월 6일, “강고한 투쟁으로 시설비리 척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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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개의 진보단체들은 비리 시설장들이 장애민중들에 의해 자립생활 평생교육을 받고, 장애인 시설을 폐기 처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소연 기자  
 
6일에는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공투단(이하 성람공투단) 외 14개의 진보단체들이 모여 ‘시설비리 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했다.

연대체는 시설 내 비리와 인권유린을 척결하기 위해 탈시설, 공익이사제 도입 항목 등을 포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요구했다.

서울 시민들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대체 측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는 비리 시설장들이 장애민중들에 의해 자립생활 평생교육을 받고, 장애인 시설들을 폐기처분 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김정하 성람공투단 활동가는 “대구, 광주, 전북 등의 지방 조직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큰 의미를 주었다.”라며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시작으로 청각장애인 교육권 문제까지 그 운동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단위들이 각지에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투쟁의 경과를 교류하며 대응책을 심화시켜나갈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9월 7일, 강변북로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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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가들은 가두행진 일정을 취소하고, 9월 7일 오후 5시, 강변북로를 점거했다. ⓒ소연 기자  
 
“오늘은 우리 아이가 우리 없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법을 만들기 위해 모인 날이다.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싸움에서 승리했다. 교육지원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보다 쉬웠다.”

윤종술 경남장애인부모회 회장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장애아동들이 지역 사회에서 최소한의 주거권, 교육권,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적장애인·발달장애인·뇌병변장애인 지원법(가칭)’ 제정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가 끝났다.

애초 교육권연대는 결의대회 후 가두행진을 벌이려 하였으나 이를 취소하고, 행사를 급하게 정리했다. 이는 오후 5시부터 진행될 강변북로 점거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민중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

전장연과 교육권연대는 마포대교 아래 강변북로 3차선 도로를 3시간 동안 점거했다. 일부 활동가들은 일산방향 강변북로를 점거하고 일부 활동가들은 마포대교 위에서 장애인 생존권 7가지 요구안을 담은 플랭카드를 걸고 함께 시위를 벌였다.

5시 30분경, 출동한 전경들이 도로 위 장애인 활동가들을 ‘ㄷ자형’으로 가둬 출입을 통제했고, 6시 30분경에는 비장애인 활동가들 5~7명을 연행했다.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무릎 꿇고 사과해야 우리는 나갈 것이다.”며 경찰의 철수 요구를 거절했다.

그렇게 세 시간을 보내고 8시가 되었을 때 마침내 활동가들은 해산을 결정했다. “끝까지 투쟁해서 장애인 생존권 쟁취하자!” 힘차게 구호를 외친 뒤 한 줄로 행렬을 이뤄 강변북로를 빠져나왔다.

장애민중행동대회, 아래부터 시작하는 진보운동의 신호탄

박경석 전장연 집행위원장은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부모들이 연대해 기존의 중증장애인 당사자 중심 집회의 한계에서 벗어났다며 이번 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 각종 선전전, 강변북로 점거 등에서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부모들이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투쟁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또한 전국활동가들이 모여 각 단위의 고민을 나누고, 시급한 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장애인권운동의 힘과 범위를 더욱 확장했다는 것도 의의로 꼽았다.

세계장애인한국대회에 맞춰 진행한 행사 치고 너무 내용이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탁상공론으로 장애인권을 이야기하거나,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동대회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장에서 거리에서, 장애인들이 수평적 위치에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 동정과 시혜를 구걸하는 왜곡된 모습의 장애인이 아닌 실제적인 장애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회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대회를 기점으로 장애인 생존권 문제를 사회 의제화하고, 대선 투쟁도 함께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민중행동대회는 관료화되어가고 있는 장애인 단체 활동을 성찰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새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보운동으로써의 장애인권운동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또한, 엘리트들이 생산하는 담론 중심이 아닌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절박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권운동을 전개하려는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다시금 다짐하는 자리였다.

주류담론의 해체를 갈망하고,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나?’는 물음은 끊임없이 활동가들의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스스로에게 이러한 물음을 제기하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지쳐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 힘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장애민중행동대회는 20여 년의 장애인권운동의 현주소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금 그 방향에 대해 재정비하는 자리였다. ‘아래로부터’ ‘진보운동으로써’ 장애인권운동이 나아가야 함을 환기시키는 자기 성찰 투쟁의 장이였던 것이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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