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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 운영할 새 법인 대한성공회의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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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람재단 비리와 횡령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진지 5년.
성람재단이 여론에 떠밀려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을 새롭게 운영할 법인이 드디어 선정됐다.
서울시는 이 요양원의 새 법인으로 (재) 대한성공회를 선정, 지난 9월 19일 최종 통보했다.

대한성공회가 각종 비리와 횡령,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얼룩진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을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장애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함께걸음>이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를 만나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인터뷰 : 신용호(함께걸음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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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 ⓒ전진호 기자
   
“시설에서도 존엄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 운영자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에 사는 장애우들을 미끼로 성람재단 측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데요, 사회복지시설이 저지르는 이러한 행태를 주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성람재단은 ‘시설을 이렇게 운영하면 안된다’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시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하면 안돼죠.
대한성공회가 요양원을 운영하게 된 것은 종교계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의무와 책임을 맡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교계에서 많은 사회복지 시설을 직접 혹은 위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사회복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사회복지사업입니다.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종교계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복지 영역에는 분명 공적인 체계 안에서 자리매김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는 공적인 체계 안에서 돌아가야 할 사회복지 영역이 사유화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성람재단도 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문혜, 은혜장애인요양원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철학과 원칙으로 운영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그 안에 있는 장애인들의 삶입니다.
문혜, 은혜장애인요양원에 550명의 생활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그 사람들을 가장 중심에 놓고 시작할 겁니다. 문혜와 은혜요양원이 비록 대형 시설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저는 운영주체가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시설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요양원들을 개방할 것입니다. 시설은 사회에 드러나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마저도 드러나야 시설이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요양원에서 사는 장애인들의 자립을 최종 목표로 지역사회를 조직하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탈시설이 중요한 화두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당장 실현하기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설에서 살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직업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 내의 역량은 물론, 사회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운영 체계에는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성람재단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03년에 생긴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경기북부지역지회의 성람분회(이하 성람분회)고, 다른 하나는 문혜, 은혜장애인요양원 사회복지노조(이하 요양원노조)입니다.
성람재단을 아는 사람들은 노조가 강성이라고들 하는데, 혹시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성람재단 하면, 사람들이 비리 문제 다음으로 노조 얘기를 합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좀 다르게 봅니다. 성람재단 측이 운영을 잘 했다면, 아마 성람분회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국정감사를 통해서 비리가 드러났지만, 재단 측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나서서 활동을 했던 겁니다.

사람들은 성람분회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 관점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재단이 저지른 부정, 비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군요. 요양원노조는 요양원장까지 고용 승계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난관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의 생활재활교사들은 고용승계 할 겁니다. 그러나 관리자는 어쨌든 성람재단이 저지른 문제에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양원노조가 이 부분을 계속 붙잡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저희는 조직을 개편해서 중증장애인 요양원에 맞는 사람,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선출할 겁니다. 운영체계에는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undefined   ⓒ전진호 기자     “성람재단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한 분들의 땀을 잊지 않겠습니다.”

성람재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의 핵심 사항이 바로 공익이사제입니다. 앞에서 요양원들을 개방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공익이사도 포함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현재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있는데, 여기에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할 겁니다.

다른 시설들은 공익이사제 싫어합니다.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주교님 혼자 튀시다가 왕따 당하시면 어쩌죠? 하하하.

사실 주변에서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더군요.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했을 때, 교단 안팎에서는 “그 골치 아픈 일을 왜 떠맡으려고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요양원들을 운영하겠다고 서울시에 신청한 곳이 저희 밖에 없더군요.
그 정도로 무게감이 큰 곳인가 봅니다.

그래도 저희는 어쨌든 최대한 문을 열겁니다. 현장 활동가,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 등 요양원에 도움이 될 사람이면 선을 긋지 않을 겁니다. 교단에서도 내부적으로 이렇게 정리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하면 사회복지 시설들이 좀 변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사실 성람재단이 저지른 비리 등의 문제가 사회에 알려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의 인권확보를 위해 투쟁한 많은 분들 덕분입니다.

그들이 재단의 어두운 구석을 들춰내고 애를 썼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과 아픔이 많았겠습니까. 그 희생이 요양원이 더 발전할 초석을 놓은 겁니다.
저희는 그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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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조 주교와 신용호 함께걸음 편집주간      ⓒ전진호 기자
   
"결국,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 운동입니다.”

장애인 시설 중에서 특히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설 생활인들 중에서도, 정신지체장애인이나 중복 장애가 있는, 중증 장애인이 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들의 인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도 마찬가지 사정인데, 어떻게 운영하실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옳은 지적입니다. 그저 생활환경을 좀 개선시킨다고 해서 인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세밀한 계획과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저희에게는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는 무리입니다.

우선 생활인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것이 되면, 중증 장애 때문에 24시간 의료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과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나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최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은혜 요양원에서 의료 서비스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문혜 요양원에서는 자립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시설 보호를 넘어서 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대한성공회의 역량을 모두 모아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를 통해 사회복지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변화와 진전의 초석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왜 하느냐”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늘 되돌아보겠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해석을 바꿔야 가능한 공동체 운동일 것입니다.

주교님 이야기를 들으니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부디 이러한 초심 잃지 마시고, 문혜 은혜 장애인요양원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우리나라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발전에 디딤돌이 되어 주시길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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