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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가 왜 정신병원서 죽었나, 내막 밝혀라"

[기획③]정신병원서 사망한 실종 지적장애인 김 씨 부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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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텔레비전과 주요 신문에서는 ‘6년 전 실종된 정신지체 아들, 10분 거리에 두고 몰랐다니’, ‘10분 거리인데…실종 장애인 어이없는 죽음’, ‘ 6년전 실종 장애인 집 옆 병원서 수용돼 있다 숨져’ 등의 제목으로 실종된 한 지적장애인 죽음에 대한 사건이 보도됐다.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6년 전 실종된 김 씨(지적장애 2급, 27)가 그동안 집 근처 정신병원에서 수용됐다가, 병원 1인실 출입문 관찰구에 머리가 끼어 질식사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다.
도대체 실종된 지적장애인이 왜 정신병원에서 수용돼 있던 것일까.
<함께걸음>이 자세한 내막을 알아봤다.


지난 6월 20일, <함께걸음>은 김 씨의 부모를 만났다.
김 씨의 집에서 만난 부모는 평생 농사지으며 순박하게 살아온 이들이었다.
부모는 인터뷰 내내 차올라오는 울분과 분노를 깊은 숨으로 내뱉으며 힘들어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6년간 저 문을 걸어본 적이 없어요. 들어오겠지,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린 세월이 6년인데...집을 지척에 두고도 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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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씨가 행방불명 돼 사망할때까지 6년동안 수용됐던 오산의 한 정신병원. 앞동은 진료실과 노인요양시설, 뒷 건물이 정신병동이다. ⓒ전진호 기자  
 

“죽어서 찾았다는 내 자식, 살아서는 왜 못 찾아줬냐”

함께걸음(이하 함께) :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건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 씨 부모(이하 부모) : 대성(사망한 김 씨의 별명)이가 실종된 것은 2001년 8월 27일이었어요. 그 때 대성이가 특수학교를 다녔는데, 주말이라 집에 왔었죠.

27일 저녁에 바람 쐬러 나간 줄 알았는데, 다음 날까지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밤새 동네 사람들이랑 찾다가 못 찾아서 파출소에 신고했죠. 애가 집을 나가서 안 들어온다고 했더니, 가출신고로 접수하더라고요.

그리고 전단지 만들어서 오산, 용인, 평택지역을 중심으로 뿌렸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서 그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형사들이 집에 왔어요. 대성이를 아느냐면서. 내 아들이라고 했더니, 대성이를 찾았다는 거예요. 어떻게 찾았냐고 물었더니, 지문조회를 해서 찾았대요. 아니, 죽어서는 찾았는데, 내 자식 살았을 때는 왜 못 찾았냐고 했더니 뭐라뭐라 변명을 하더라고요.

“토굴 같은 곳에 내 아들 가둬놓고 죽게 하다니...”

함께 : 대성 씨를 보셨겠네요.

부모 : 병원 영안실에 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5월 16일에 S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죽었대요.

함께 : 대성 씨가 있던 정신병원에도 가보셨어요?

부모 : 네. 대성이가 죽었다는 격리실에 갔는데...아이구 사람 살 곳이 아닙디다.
감옥소 마냥 이중 철장문을 지나 좁은 통로로 들어갔는데, 악취가 얼마나 심하던지 코를 쥐고 들어갔습니다. 대성이가 있었다는 격리실은 맨 장판에 대소변용으로 쓴다는 대야 하나 덩그마니 있었습니다. 무슨 토굴 같았어요.

틈을 보다가 철문 지키는 사람에게 대성이가 여기서 얼마나 있었냐고 슬쩍 물었는데, 그 이 말로는 이틀 있었답니다. 그런데 관리인 같은 사람이 툭 치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니까, 2시간 있었다고 말을 바꾸더라고요.

내 새끼 죽었으니까 그런 곳에 들어갔지, 정말 사람 살 곳 아닙니다.
제 생각엔 입원할 때는 살아 걸어서 들어갔어도, 나올 때는 제 발로 나올 수 없을 겁니다. 죽어야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지문 확인만 신경 썼다면, 우리는 살아서 얼굴 볼 수 있을 텐데...”

함께 : 정말 충격이 크셨겠습니다. 대성 씨가 실종 3일 뒤에 성남에서 발견됐고, 그동안 지문조회를 2번 했다는 보도들이 있었는데요.

부모 : 장애인이니까 무조건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겁니다. 앞뒤 살펴보지도 않고.
글쎄 6개월 전에도 지문 조회를 했다던데, 그것만 신경 써서 했으면, 우리 대성이 지금 살아서 얼굴 보고 있을 텐데... 그런 사람 잡고 있으면 나라에서 병원에 돈도 준다면서요.
정말 울분이 터져서...인제서 이런 말 무슨 소용이랍니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대성이가 정말 죽었나요, 그것도 정신병원에서?
왜 내 새끼가 거기서 죽어가야 했답니까? 도대체 어떻게 요즘 세상에서 이런 일이...
정신병원서 나오기만 했어도 대성이는 집에 왔을 겁니다.
이 근처 지리는 환하게 아는 애예요. 나오기만 했어도...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린 세월이 6년인데...집을 지척에 두고도 죽다니...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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