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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인 학대에 5천만 원 배상판결

정신지체인 학대상황인정 첫 판례...비슷한 사건에도 큰 영향 줄 것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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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2005년 3월 이 사건을 의뢰받아 조사한 후, 같은 해 7월 26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신지체장애인들의 학대 및 재산 갈취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함께걸음  
 
정신지체인을 보호 교양한다는 이유로 데려다 강제로 일을 시키고 때리는 등 30년간 학대를 일삼은 사람에게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부인 정 아무개 씨와 안 아무개 씨는 1974년경 모 고아원에서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10세 가량의 정 아무개(44, 정신지체 2급) 씨를 양육하겠다며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호적에도 등재하지 않은 채 30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부부는 정 씨에게 과수원, 농장 등의 일을 강제로 시켰을 뿐 아니라 난폭한 성질을 다스린다는 이유로 폭행을 하는 등 정 씨를 학대했던 것. 그 과정에서 정 씨에게 지급된 기초생활급여와 장애수당도 가로챘다.

이러한 정 씨의 생활상은 2005년 3월 KBS ‘취재파일4321’을 통해 방영됐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과수원과 농장을 허드렛일부터 주변 지역 식당을 돌며 음식찌거기를 수거하는 등의 강제 노역을 하는 모습이나,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일회용 대접에 묵은 밥과 삭은 김치를 먹는 모습 등 학대를 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보도됐다.

한편, ‘보호’는커녕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정 씨의 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부부의 집을 나와 가정폭력피해자 장애여성쉼터로 거처를 옮긴 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정 씨는 안구에는 건조증과 염증이 있고, 이는 치료를 받아 살릴 수 있는 것이 6개 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그 밖에도 손에 동창이 있고, 등은 껍질이 일어나며, 청력저하, 골감소증 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 13부(김수천 판사)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가해자 부부는 정 씨를 학대, 폭행하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이로 인해 정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므로 정 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특히, “정 씨의 나이 및 정신지체 정도, 현재의 건강상태, 가해 부부의 나이 및 재산정도, 정 씨를 양육하게 된 경위”를 고려하고 “가해 부부가 정 씨에게 행한 학대 및 폭행이 장기간에 걸쳐 행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인정해 5천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사건을 맡아 진행한 이치선 변호사(법무법인 청솔)는 “사회적으로 정신지체인을 보호 교양한다는 명목으로 데려다 강제 노동을 시키거나 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판결이 그러한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변호사는 “그동안 정신지체인의 경우 증언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피해사실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웠다.”면서 “정신지체인의 장애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심리하고 판결한 이번 사례는 법원의 인권적 감수성이 한단계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맡아 공익소송을 진행했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혜영 활동가 역시 “그동안 정신지체인의 경우 학대를 받더라도 이를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법원에서 30년간의 학대상황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활동가는 “앞으로 유사한 사건들에도 이번 판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05년 3월 이 사건을 의뢰받아 조사한 후, 같은 해 7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신지체장애인들의 학대 및 재산 갈취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공익소송으로 제기한 바 있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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