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장애인 접근도 안 되는 집에 입주 우선권만 부여
본문
자립생활 운동이 활성화되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장애인의 독립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주거권 문제는 심각한 상황.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애인의 독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주거 문제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역시 장애인을 배제한 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함께걸음>이 밀착 취재했다.
주택공사, 장애인에게 접근도 안 돼는 주택 임대
이광섭(36, 뇌병변1급) 씨는 가족과 함께 살다 최근 매입임대주택을 분양받아 독립을 했다. 집안에만 갇혀 살다 집밖으로 나오기 시작한지 9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살 집을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두 달여 가까이 직접 돌아다녔지만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돈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대부분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집주인들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임대료가 싸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돼 있다는 영구임대주택은 대기 기간이 길어 집안 사정상 빨리 독립을 해야 했던 광섭 씨에겐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매입임대주택 얘기를 들었다. 정부에서 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여 개․보수 후 영구임대주택 수준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이 제도는 대기 기간도 짧은 편이라고 했다.
광섭 씨는 급한 마음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고, 며칠 뒤 주택공사에서 다세대주택 1층에 입주 가능한 주택이 있다는 전화가 왔다. 광섭 씨는 혹시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까 싶어 급하게 보증금 345만원을 마련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
그러나 막상 거주하게 될 집을 처음 찾은 날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다세대주택 입구 안에 늘어선 계단이 한두 개 수준을 넘었던 것. 광섭 씨는 계단을 보자마자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광섭 씨에게는 계단이 머리보다 높아 1층 복도 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 계단이 한두 개만 있어도 사실상 이동이 어렵다. 전동휠체어가 워낙 무거워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섭 씨 혼자서는 자신의 집 현관조차 볼 수 없었다.
“저소득층을 위해 집을 지원하는 거라고 해서 영구임대처럼 어느 정도는 편의시설이 돼 있을 줄 알았어요. 게다가 담당자가 절 직접 봐서 전동휠체어 이용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제게 연락할 때도 1층이라고 했으니 알아서 배정한 거라고 믿었죠. 그런데 이건...”
집을 보자마자 광섭 씨는 담당자에게 전화해 주출입구 계단 얘기를 했더니 담당자는 “현재 집이 이것뿐”이라는 말만 하더라고.
그러나 살 집 마련이 다급한 광섭 씨 입장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안 돼 있다고 입주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담당자와 논의 끝에 집을 수리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입주했다. 그러나 집을 수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엔 광섭 씨에게 맞게 집을 수리해보겠다던 담당자는 이후 “주 출입구 쪽 계단이 너무 많고 좁아 경사로 설치가 어렵고 공사도 쉽지 않다”며 “어렵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단다.
결국 집을 수리하는 일은 다시 광섭 씨 몫이 됐다. 막상 수리를 하려니,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집 수리엔 규제조항까지 있었다. 게다가 2년씩 연장해 최대 6년까지만 거주가 가능한데 그 이후 집을 나갈 때는 원상복구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심란해졌다.
장애인 편의시설 없어, 집 놔두고 화장실도 밖에서...
현재 광섭 씨는 전동휠체어를 밖에 세워두고 활동보조인의 등에 업혀 집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들어간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광섭 씨가 이 집에서 생활하려면 △주출입구 안쪽 계단에 경사로 설치뿐만 아니라 △방문턱과 현관문턱 제거 △화장실 문 폭 확장과 턱 제거 △현관문에 번호키 설치 △불을 직접 끌 수 있도록 침대 위에 스위치 설치 등을 해야 한다.
특히,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다. 화장실은 턱뿐만 아니라 문 폭도 전동휠체어보다 좁아 광섭 씨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기본 생활조차 집에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 광섭 씨는 집을 놔두고 버스로 한정거장 가까이 떨어져 있는 국립재활원까지 가서 화장실 이용한다고 했다. 생활의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집은 쉬는 공간인데 집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니 답답할 뿐이에요.”
광섭 씨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나마도 지금은 전동휠체어가 두 대라 당분간은 집 안과 밖에 한 대씩 두고 갈아타고 있지만, 그 중 한 대는 사실상 거의 고장 난 상태라 언제 멈춰 설지 모른다고. 그러면 집밖과 집안 둘 중 한 곳은 이동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이 지경이어도 대한주택공사에서는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이나 대안이 없다.
대한주택공사 주거복지1팀 문현숙씨는 “매입임대주택은 주로 지은 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어렵고 계단도 많다”며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1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생활하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씨에 따르면 주거지원팀 내부에 기술보수팀이 있어 장애인 입주시에는 담당자가 불편사항을 체크하면 기술보수팀이 집수리가 가능한지를 평가해 집수리를 하고 있다고. 그러나 구조상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며 광섭 씨가 그런 경우라고 했다.
결국 광섭 씨가 개인적으로 알아본 집 수리비용은 110만원가량. 임대 보증금 마련도 힘들었던 광섭 씨가 100만원이 넘어가는 집수리 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들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주거대책’이라며 내놓은 정부 정책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었다. 광섭 씨는 민간 영역의 도움이라도 받기 위해 사랑의 리퀘스트, 아름다운재단, 공동모금회는 물론 삼성, 대우, LG 등의 대기업의 복지재단까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지만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영국, 지방정부가 장애인 주택개조 비용 지원
영국은 장애인이 집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방의회의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주택 내의 편의시설만이 아니라 주택 밖의 출입문 확장 및 경사로나 계단 리프트 설치 등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설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원방식도 한국처럼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으로 소득규모에 따라 대상을 제한하거나 지원규모를 일률적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욕구와 재정을 평가해 지원규모를 결정하고 평가한 주택개조 비용이 장애인의 수입을 넘으면 무상으로 지원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장애인을 위한 주택개조 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은 입주 전 장애인 입주자가 주택개조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필요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구임대주택은 더 이상 짓지 않기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이 나가야 입주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도 지난 해 말부터 장애인 입주자가 분양계약시 편의시설을 신청하면 욕실 단차 없애기, 미끄럼방지 타일, 출입문 확대, 개폐방향 변경, 좌식샤워, 좌식 주방 씽크대 등 14종에 한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법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아닌데다, 똑같이 저소득 층 주거지원 정책이지만 매입임대주택은 이러한 혜택에서도 제외돼 있다. 결국 장애인한 주거지원 정책은 장애인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가와 상관없이 입주 우선권만 부여하는 형식으로 시행되는 셈이다.
임대주택 쿼터제 도입하고,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해야..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이에 대해 “실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려면, 우선순위가 아니라 주택을 장애인이 접근가능한 형태로 건설해야 한다”며 “기존주택의 경우 개조비용 지원 등을 통해 쿼터(할당)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주택정책 공약으로 ‘임대주택 쿼터제’를 내놨다. ‘임대주택 쿼터제’란 주택공급량의 일정부분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의 경우엔 장애발생률 10%를 기준으로 임대주택의 10%를 건설단계부터 장애인 주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유 사무국장은 특히 “매입임대주택은 전 계층이 함께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유형으로 임대아파트처럼 소외계층이 밀집해 생기는 사회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더 적합한 주거형태”라며 “이것이 지자체의 ‘임대주택 쿼터제’와 맞물리려면, 지역 내에서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마련하고 이중 장애인 주거는 주택개조가 지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집을 구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조차 얻을 곳이 없어서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가서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조차도 편의시설에 관한 내용 없이 위치정보만 제공된다고. 이 때문에 장애인은 실제 이용이 가능한 주택인지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광섭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애초부터 주택공사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의 편의시설 정보를 파악만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름만 ‘1층’인 집을 광섭 씨에게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의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이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이후 장애인과 관련된 주거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을 배제한 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주거 문제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역시 장애인을 배제한 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함께걸음>이 밀착 취재했다.
주택공사, 장애인에게 접근도 안 돼는 주택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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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광섭 씨는 전동휠체어를 밖에 세워두고 활동보조인의 등에 업혀 집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들어간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광섭 씨가 이 집에서 생활하려면 △주출입구 안쪽 계단에 경사로 설치뿐만 아니라 △방문턱과 현관문턱 제거 △화장실 문 폭 확장과 턱 제거 △현관문에 번호키 설치 △불을 직접 끌 수 있도록 침대 위에 스위치 설치 등을 해야 한다. ⓒ 조은영 기자 |
활동보조인과 함께 두 달여 가까이 직접 돌아다녔지만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돈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대부분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집주인들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임대료가 싸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돼 있다는 영구임대주택은 대기 기간이 길어 집안 사정상 빨리 독립을 해야 했던 광섭 씨에겐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매입임대주택 얘기를 들었다. 정부에서 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여 개․보수 후 영구임대주택 수준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이 제도는 대기 기간도 짧은 편이라고 했다.
광섭 씨는 급한 마음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고, 며칠 뒤 주택공사에서 다세대주택 1층에 입주 가능한 주택이 있다는 전화가 왔다. 광섭 씨는 혹시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까 싶어 급하게 보증금 345만원을 마련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
그러나 막상 거주하게 될 집을 처음 찾은 날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다세대주택 입구 안에 늘어선 계단이 한두 개 수준을 넘었던 것. 광섭 씨는 계단을 보자마자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광섭 씨에게는 계단이 머리보다 높아 1층 복도 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 계단이 한두 개만 있어도 사실상 이동이 어렵다. 전동휠체어가 워낙 무거워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섭 씨 혼자서는 자신의 집 현관조차 볼 수 없었다.
“저소득층을 위해 집을 지원하는 거라고 해서 영구임대처럼 어느 정도는 편의시설이 돼 있을 줄 알았어요. 게다가 담당자가 절 직접 봐서 전동휠체어 이용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제게 연락할 때도 1층이라고 했으니 알아서 배정한 거라고 믿었죠. 그런데 이건...”
집을 보자마자 광섭 씨는 담당자에게 전화해 주출입구 계단 얘기를 했더니 담당자는 “현재 집이 이것뿐”이라는 말만 하더라고.
그러나 살 집 마련이 다급한 광섭 씨 입장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안 돼 있다고 입주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담당자와 논의 끝에 집을 수리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입주했다. 그러나 집을 수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엔 광섭 씨에게 맞게 집을 수리해보겠다던 담당자는 이후 “주 출입구 쪽 계단이 너무 많고 좁아 경사로 설치가 어렵고 공사도 쉽지 않다”며 “어렵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단다.
결국 집을 수리하는 일은 다시 광섭 씨 몫이 됐다. 막상 수리를 하려니,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집 수리엔 규제조항까지 있었다. 게다가 2년씩 연장해 최대 6년까지만 거주가 가능한데 그 이후 집을 나갈 때는 원상복구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심란해졌다.
장애인 편의시설 없어, 집 놔두고 화장실도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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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 모습. 문턱이 어른 손 한뼘 가까이 된다. 문 폭도 전동휠체어보다 좁아 광섭씨는 아예 들어갈 수 조차 없다고. 이 때문에 광섭 씨는 집을 놔두고 버스로 한정거장 가까이 떨어져 있는 국립재활원까지 가서 화장실 이용한다고 했다. ⓒ 조은영 기자 |
집으로 들어간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광섭 씨가 이 집에서 생활하려면 △주출입구 안쪽 계단에 경사로 설치뿐만 아니라 △방문턱과 현관문턱 제거 △화장실 문 폭 확장과 턱 제거 △현관문에 번호키 설치 △불을 직접 끌 수 있도록 침대 위에 스위치 설치 등을 해야 한다.
특히,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다. 화장실은 턱뿐만 아니라 문 폭도 전동휠체어보다 좁아 광섭 씨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기본 생활조차 집에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 광섭 씨는 집을 놔두고 버스로 한정거장 가까이 떨어져 있는 국립재활원까지 가서 화장실 이용한다고 했다. 생활의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집은 쉬는 공간인데 집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니 답답할 뿐이에요.”
광섭 씨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나마도 지금은 전동휠체어가 두 대라 당분간은 집 안과 밖에 한 대씩 두고 갈아타고 있지만, 그 중 한 대는 사실상 거의 고장 난 상태라 언제 멈춰 설지 모른다고. 그러면 집밖과 집안 둘 중 한 곳은 이동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이 지경이어도 대한주택공사에서는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이나 대안이 없다.
대한주택공사 주거복지1팀 문현숙씨는 “매입임대주택은 주로 지은 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어렵고 계단도 많다”며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1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생활하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씨에 따르면 주거지원팀 내부에 기술보수팀이 있어 장애인 입주시에는 담당자가 불편사항을 체크하면 기술보수팀이 집수리가 가능한지를 평가해 집수리를 하고 있다고. 그러나 구조상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며 광섭 씨가 그런 경우라고 했다.
결국 광섭 씨가 개인적으로 알아본 집 수리비용은 110만원가량. 임대 보증금 마련도 힘들었던 광섭 씨가 100만원이 넘어가는 집수리 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들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주거대책’이라며 내놓은 정부 정책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었다. 광섭 씨는 민간 영역의 도움이라도 받기 위해 사랑의 리퀘스트, 아름다운재단, 공동모금회는 물론 삼성, 대우, LG 등의 대기업의 복지재단까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지만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영국, 지방정부가 장애인 주택개조 비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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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문턱. 제거하고 싶지만, 제거하면 집을 나갈 때 원상복구를 해야 한단다. ⓒ 조은영 기자 |
지원방식도 한국처럼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으로 소득규모에 따라 대상을 제한하거나 지원규모를 일률적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욕구와 재정을 평가해 지원규모를 결정하고 평가한 주택개조 비용이 장애인의 수입을 넘으면 무상으로 지원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장애인을 위한 주택개조 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은 입주 전 장애인 입주자가 주택개조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필요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구임대주택은 더 이상 짓지 않기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이 나가야 입주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도 지난 해 말부터 장애인 입주자가 분양계약시 편의시설을 신청하면 욕실 단차 없애기, 미끄럼방지 타일, 출입문 확대, 개폐방향 변경, 좌식샤워, 좌식 주방 씽크대 등 14종에 한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법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아닌데다, 똑같이 저소득 층 주거지원 정책이지만 매입임대주택은 이러한 혜택에서도 제외돼 있다. 결국 장애인한 주거지원 정책은 장애인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가와 상관없이 입주 우선권만 부여하는 형식으로 시행되는 셈이다.
임대주택 쿼터제 도입하고,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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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관 밖에서 찍은 광섭 씨 집안 모습. |
최근 민주노동당은 주택정책 공약으로 ‘임대주택 쿼터제’를 내놨다. ‘임대주택 쿼터제’란 주택공급량의 일정부분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의 경우엔 장애발생률 10%를 기준으로 임대주택의 10%를 건설단계부터 장애인 주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유 사무국장은 특히 “매입임대주택은 전 계층이 함께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유형으로 임대아파트처럼 소외계층이 밀집해 생기는 사회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더 적합한 주거형태”라며 “이것이 지자체의 ‘임대주택 쿼터제’와 맞물리려면, 지역 내에서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마련하고 이중 장애인 주거는 주택개조가 지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집을 구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조차 얻을 곳이 없어서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가서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조차도 편의시설에 관한 내용 없이 위치정보만 제공된다고. 이 때문에 장애인은 실제 이용이 가능한 주택인지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광섭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애초부터 주택공사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의 편의시설 정보를 파악만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름만 ‘1층’인 집을 광섭 씨에게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의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이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이후 장애인과 관련된 주거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을 배제한 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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