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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보서비스 80시간 판정, 있을 수 없는 기적!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 보건복지부 앞에서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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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뉴스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는 5월 15일 중증장애인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채 지난 5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이하 활보서비스)의 총체적 문제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앞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었다.

15일로 예정돼있던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의 면담이 전날 보건복지부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되자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가 직접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장애인정책국장과의 면담을 시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전경들의 저지로 정책국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는 오는 5월 23일에 김동호 재활지원팀장과 대표단의 면담을 약속받은 채 해산했다.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는 활동보조서비스의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굿잡자립생활센터, 강남구장애인부모회 등 전국 16개의 장애인 단체가 결합한 연대체다.

시각장애, 천식, 고혈압으로 못 걸어도 '0시간' 판정

결의대회의 사회를 맡은 한동식(과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오전 10시 반경 결의대회를 시작하며 중증장애인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의 산물임이 농후한 활보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의 행정은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활보서비스는 서비스 인정체계 기준이 터무니없이 높아 전동휠체어를 타는 최중증장애인들이 '0시간' 판정을 받고 있고, 지체장애인 기준으로 조사표가 작성돼 정신적 장애, 시각장애, 발달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0시간' 판정을 받았다고 한동식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보건복지부 행정의 사망을 묵념한 뒤 활보서비스와 관련한 각각의 분노들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현순례 씨는 "시각장애에 천식이 있고, 고혈압 때문에 숨이 차서 걷지 못하는데도 조사표에 의해 0시간을 판정받았다."며 "이건 아파도 물 한잔 못 마시고 죽으라는 거다. 아예 기대하지도 않게 (활보서비스를) 만들지 말던지, 이게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굿잡자립생활센터의 하기동 씨는 "복지카드에 2급으로 되어 있어서 활보서비스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서 1급 판정을 받았는데 0시간 판정을 받았다. 구청에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간신히 20시간을 얻었지만, 20시간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20시간으로는 샤워를 매일 할 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60시간은 기적, 80시간은 '있을 수 없는' 기적

발달장애아를 둔 강남구장애인부모회 김남연 대표는 "강남구에서는 활동보조 20시간을 받았는데 정부조사표로 다시 받으니 0시간이 책정됐다."며 "우리 아이 학교에 발달장애아 학생이 한명 더 있지만, 학교 측에서는 우리 아이의 발달장애 정도가 심해 교사 한명을 붙여 하루 종일 보살피도록 하고 있다. 그 아이는 판정결과 40시간을 받았는데, 우리 아이는 0시간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한동식 사무국장이 "장애인들끼리 이런 농담을 한다. 60시간 판정을 받으면 기적이고 80시간 판정을 받는다면 있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한다."고 말하자 한 참석자가 "(80시간 받았으면) 식물인간이지~!"라고 거들었다. 한쪽에서 다른 참석자는 "샤워할 때 옷만 벗다가 활보서비스 시간을 다 쓰라는 말이야."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는 ▲판정체계 전면 개정 ▲월 180시간 특례조항 시행 ▲수급자 자부담 전면 폐지 ▲전자 바우처 제도 즉각 취소 ▲중개기관 운영비 지원, 활동보조인 4대 보험 및 배상 책임 등의 제반예산 책정 ▲활동보조인 서비스 단가, 노인돌봄서비스에 준하는 8,830원으로 책정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장애인정책국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가 보건복지부 정문으로 몰려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은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정문으로의 출입을 막자 한 집회 참여자가 보건복지부 앞 도로 점거를 제안했고, 참여자들은 보건복지부 앞 도로로 이동했으나 전경들이 참여자들을 둘러싼 채 이들의 행동을 다시 저지했다.

보건복지부 보안과장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아 달라."며 "우리도 (이런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했다. 그럼에도 전경들이 집회 참여자들을 타원으로 빙 둘러싸는 상황은 계속됐다. 집회 참여자들은 활보서비스와 관련한 요구안, 주장들을 적은 판넬과 종이들을 모아 태우기 시작하자 전경 측은 잠시 후 "타는 거 봤잖아요."하며 불을 껐다. 이러기를 재차 반복.

결국 보건복지부 김동호 재활지원팀장이 사태수습을 위해 정문 밖으로 나왔다. 참석자들이 활보서비스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요구사항을 말하자 김동호 팀장은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 회의 중이며 방금 전까지 회의를 했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답변할 것이 없다. 지금은 준비가 안됐다. 이번 주는 어렵고 다음 주에 말하자."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경과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의 대치상황은 두 시간여 동안 계속되었으나, 김동호 재활팀장이 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 대표단과 23일 면담을 제안, 약속 한 뒤 마무리되었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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