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 장애인들, 눈먼 돈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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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와 장애인이 공모해,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구입하지 않고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억대의 보험금을 타낸 보장구 사기 사건이 일어나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4월 12일 장애인 단체 전 현직 간부들을 포섭하여 전동휠체어 구입 신청자를 모집하게 한 다음 장애인에게 실제 보장구를 지급하지 않고, 서류만 허위로 작성한 후 보장구 1대당 건강보험 급여비 167만2천원을 수령해서, 장애인에게 70만원, 모집책에게 10만원을 주고 나머지 잔액 87만 2천원을 착복한 혐의, 즉 사기혐의로 보장구 판매업자인 올해 서른살 정모씨를 구속 기속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자세한 내막과 뒷얘기를 취재했다.
▲사건을 담당한 광진 경찰서 ⓒ이태곤 기자
처방전 안 써주면 고발하겠다고 협박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동안 정씨 혼자 챙긴 금액이 1억2천만원에 이른다. 이번에 구속된 정씨는 서울 송파구에서 보장구 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작년 11월 1일 이전까지는 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 등을 팔아 온 평범한 판매업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얘기다.
그런데 11월 1일 보장구 지급관련 시행규칙이 바뀌어 시행되면서, 즉 그전까지는 장애인이 의료보험 급여로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려면 반드시 본인이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해 급여를 신청해야 했는데, 장애인의 자부담 20% 부담을 경감해 주고, 장애인이 직접 공단 지사를 방문해야 하는데 따른 불편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전동휠체어 판매업체가 장애인 대신 급여를 신청해도 되게끔 제도가 바뀌어서 시행됐다.
이 점을 업자 정씨가 노린 것이다. 정씨는 건강보험공단 지사가 인력 부족으로 장애인이 정말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구입했는지 안 했는지 실사를 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장애인과 공모해서 사기를 친 것이다.
경찰 수사결과를 종합해서 정씨의 사기 수법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씨는 우선 보장구 판매를 하면서 알게 되고 친분을 맺게 된 장애인 단체와 협회를 찾아가서 브로커로 일 할 장애인을 모집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가 포섭한 모집책은 장애인들을 많이 알고 있는 전직 지역 장애인 단체와 협회 간부와, 현직 장애인 단체와 협회 부장과 사무국장 등이었다.
이들에게 장애인을 소개시켜 주면 건당 10만원을 주기로 했다는 게 정씨 말인데, 과연 대가로 10만원만 줬을까, 라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모집책을 매개로 장애인들을 소개받은 정씨는 다음 수순으로 장애인을 의사에게 데려갔다. 참고로 장애인이 건강보험 급여로 전동휠체어나 스쿠터 등을 지급받으려면 의사의 보장구 처방전과 전동휠체어를 구입했다는 검수확인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문제는, 경찰에 따르면, “보장구 지급 규정을 보면 의사가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등을 처방할 경우 기준은 장애인의 장애가 심해 보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되어 있다.
문제는 현저히 보행이 곤란한 경우가, 장애 등급 1 2급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다 보니,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전동휠체어 지급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해서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를 처방할지 안 할지는 의사 마음대로라는 얘기다.
그래서 전동휠체어가 꼭 필요한 장애 등급 1-2급의 중증장애인이 아닌 장애 등급 3-4급의 상대적으로 경증장애인이 이번 사기 사건에 공모했다는 게 경찰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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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광진경찰서 지능1팀 ⓒ 이태곤 기자 |
의료급여로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는 데 꼭 필요한 의사의 검수확인서를 받아내는 과정은 더 가관이다. 경찰에 따르면 업자 정씨는 자신의 차량에 전동휠체어를 딱 한 대 싣고 다니면서, 검수확인서가 필요할 때마다 번갈아 장애인을 그 전동휠체어에 태워 의사에게 보인다음 손쉽게 검수확인서를 받아냈다.
업자는 처벌, 장애인은 기소유예
여기서 업자 정씨도 문제지만 정씨의 사기행위에 적극적으로 공모해 돈을 나눠 가진 다수의 장애인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돈을 챙겨서 적발된 장애인 60여명 중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점이 말해주는 것은 생계가 절박한 장애인이 아닌 상대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있는 장애인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임자 없는 돈으로 여기고 사기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명백하게 사기를 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광진경찰서 지능1팀 오모 형사에 따르면 “의료보험 급여로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는 장애인들에게 전화 하면 대부분이 잘 받아 잘 쓰고 있고 휠체어가 내 몸에 딱 맞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실사를 나가보니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장애인이 멀쩡하게 걸어서 뒷산을 산책하고 있었고, 또 걸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에 다니는 장애인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장애인들도 범법행위를 저질렀으니까 어떤 식으로든지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비장애인은 이 정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최소한 기소돼서 벌금 1백만원에서 2백만원을 선고받지만, 이번에 적발된 장애인 60명은 장애인임을 감안해 일괄 기소유예 처분을 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즉 어떤 처벌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아가 경찰은 브로커로 나서 사기행위에 적극 공모한 장애인 단체와 협회 간부의 처벌 여부에 대해 기자가 묻자 “잘 아시잖습니까, 장애인 단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거.....”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결국 범죄는 업자 정씨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와 협회도 저질렀는데, 업자 정씨만 구속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경찰 의도인 셈이다.
이런 경찰의 장애인 봐주기가 배려 차원인지, 아니면 장애인을 무시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찰의 이런 지나친 장애인 봐주기가 현실에서 보장구 부정수급이 근절되지 않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협조가 부정수급 근절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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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곤 기자 |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건강보험공단 서울 광진 지사 보험 급여 담당자는 보장구 지급 신청 건수가 많은 지사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장애인이 전동휠체어 등을 받아서 사용하는지 사용하지 않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의심 가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실사 대신 전화로 확인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서류가 완벽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처방전과 검수확인서를 써주는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담당자 얘기였다.
그러면 실제 처방전을 써주고 검수확인을 하는 현직 재활의학과 의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의정부 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담당의 김윤태 씨는 “전동휠체어 지급 기준을 보면 먼저 수동휠체어 사용자 중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인, 그리고 수동휠체어 사용자 중 팔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 등으로 처방이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기준이 엄격함에도 보장구 사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첫 번째 의사가 보장구 처방 기준을 잘 모르고 있거나, 두 번째 의사가 자주 봐서 친분이 있는 장애인의 요청을 들어주는 경우, 그리고 세 번째 의사가 업자에게 뒷돈을 받고 처방전을 써주는 경우, 이 세 가지가 있는데, 이번 사건은 업자와 장애인이 처방전이 잘 나오는 의사를 찾아가 집중적으로 처방전을 받아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씨의 말의 행간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업자와 장애인뿐만 아니라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의사도 업자와 모종의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사기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심증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결론을 내려 보자.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모두가 전동휠체어와 스쿠터 급여비로 지급된 것은 아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장애인들의 보장구 구입 급여비로 투입된 예산이 350억원이라고 한다. 350억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닌데, 재차 강조하지만 문제는 악덕업자들 뿐만 아니라 수혜 대상자인 장애인들도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돈을 임자 없는 돈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객관적으로 전동휠체어 등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1-2급 중증장애인이 아니라 3-4급의 경증장애인들이 이번 경우처럼 대거 보장구 사기 사건에 개입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현재 전동휠체어가 꼭 필요한 1-2급 중증장애인들은 대부분 기증이나 보험 급여로 전동휠체어 등을 장만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건보공단이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지나치게 관대하고 허술한 보장구 급여정책을 시행해서 결과적으로 사기가 가능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전동휠체어 등 고가의 보장구는 필요한 장애인에게 구입이 아니라 대여방식으로 지급하는 게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고, 또 하나의 방안은 전동휠체어 등에 일련번호를 부여해서 건보공단이 계속 확인하면 부정수급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장애인들의 반발과 지속적인 확인의 어려움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게 역시 전문가들 얘기였다.
결국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들의 협조가 부정수급을 근절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보장구 시장이 이렇게 혼탁한 채로 신뢰를 잃고, 사기가 빈발하면 필연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는 일반국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장애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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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라님의 댓글
소라 작성일
도죽질 근성 땜에 싸잡아 장애인들이 욕을 먹고 있다.
이 김에 광화문 네거리에서 한 사람 공개적으로 벌을 주면 어떨까요?
손으로 도둑질하면 손을 끊어 버리고, 발로 도둑질을 하면 발을 끊어버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