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제한 장차법 준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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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추련 |
“장애인 차별 문제를 다루는 기본 원칙은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령규칙 제정 과정과 권리구제기구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3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처한 상황 설명과 함께 장차법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장차법 시행령 마련을 위해 대통령자문기구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한 11개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준비단’을 구성하고 지난 3월 21일 1차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오는 18일 열리는 2차 회의를 위해 각 부처별 시행령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장추련은 “이 과정에 장애계가 배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심지어는 정부 측에서 장추련을 거치지 않은 채 장추련 소속 개별 장애인단체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와 협작하여 장차법을 무력화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장추련은 “장애인을 대상화해 왔던 전문가중심주의를 당사자중심주의로 애써 전환시켜온 장추련의 역사적 실천과정을 도외시 하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5가지 요구안을 내 놓았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해야”
장추련은 먼저 인권위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박경석 장추련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차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이러한 원칙이 인권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부터 소위원회 구성과 실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권위 내에 설치될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에 대해서는 “현재 3명으로 구성된 인권위의 다른 소위원회와 동일한 권한과 역할을 갖게 된다면 장차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라며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는 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장애 차별 사안에 대한 시정권고 등의 1차적인 의결권을 부여해하는 등 명확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1차적으로 의결된 내용에 대한 최종판단은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내려지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면 인권위의 구조가 2심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에 실질적 업무가 가능하도록 인원을 배치할 것도 강조했다.
장추련, 시행령 규칙 제정에 합의 요구
장추련은 인권위뿐만 아니라 법무부에도 요구안을 내 놓았다. 박 대표는 “법무부가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행정 차원으로 문제를 접근해 심의한다면 우리가 의도한 악의적인 장애인차별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악의적인 장애인차별을 양산할 수 있다”며 시정명령권의 실효성을 위해 당사자의 감수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독립적인 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장추련은 “현재 정부가 시행령규칙을 제정 과정에서 장추련을 배제하고 있다”며 장추련과 합의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했다. 장추련은 특히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등 중요사항이 시행령과 규칙으로 제정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가 장애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이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과 규칙에 포함하고 그 시기는 3년 안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대발언을 한 도경만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은 “법 제정 후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제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다른 것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며 “학교급식법이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영역을 포함해 공동위원회를 구성했던 것처럼 장차법 역시 법을 만든 당사자가 참여해 어떤 의미에서 이 법조항이 만들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추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 김칠준 사무총장을 만나 이러한 장추련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무총장은 “장추련이 요구한 내용에 대해 인권위에서도 고민 중”이라며 “인권위 차원에서도 장추련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기본 목표가 같은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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